로봇·드론 위한 5G ‘전용차선’…네트워크 슬라이싱이 뜬다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적용하면 하나의 물리적 망을 용도에 맞게 나눠 특화할 수 있다. 챗GPT 이미지.
5G가 스마트폰 통신을 넘어 기업 업무와 안전관리, 로봇·드론까지 떠받치는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다. 원활한 통신 품질이 산업은 물론, 안보 등에도 핵심적인 변수가 되면서, 필요한 통신에는 별도의 ‘전용차선’을 내주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피지컬 인공지능(AI) 확산과 5G망 고도화에 맞춰 정부와 통신업계도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3사는 오는 12월 전국 단위 5G SA(단독모드) 서비스를 목표로 망과 단말을 점검하고 있다. 또 올해 안에 5G 투자 확대와 규제 개선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기술 확산에 앞서 투자·규제 개선과 품질평가 체계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하나의 5G망을 안전관리·기업 업무·로봇 제어 등 용도별로 나눠 각각 필요한 통신 품질을 보장하는 기술이다. 별도 전용망을 새로 깔지 않고도 필요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어 기업의 구축 비용과 관리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SA 기반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특화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5G의 킬러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한 투자도 촉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실증을 넘어 실제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영국 최대 이동통신사 보다폰스리는 지난달 기업 고객용 5G망을 일반 이용자 트래픽과 분리해 별도 용량을 보장하는 전국 단위 서비스를 출시했다. 독일 최대통신사 도이치텔레콤도 게임에 이어 영상통화까지 슬라이싱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람이 몰리는 역이나 경기장에서도 영상통화나 게임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로봇 등 물리적 기기와 결합한 ‘피지컬 AI’가 확산하면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중요성도 더 커질 수 있다. 공장·물류센터에서 로봇과 드론이 동시에 작동하려면 낮은 지연시간과 안정적인 통신이 필요하고, 장애는 생산 차질이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 행사장에서 KT 직원들이 5G 단독모드(SA)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적용한 단말로 현장 안전관리용 통신망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KT 제공
국내 통신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KT는 지난달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슬라이싱을 적용한 무선 CCTV 25대와 안전요원 단말 10대를 운영했다. 수많은 관람객이 동시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상황에서도 안전관리용 통신 자원을 따로 확보해 CCTV 영상 전송과 현장 연락에 활용했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또 연내 삼성전자·구글과 검증 중인 ‘앱 슬라이싱’을 선보이며 기업용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 휴대전화에서 업무 앱은 기업용 통신망으로, 개인 앱은 일반망으로 분리해 보내 보안성과 이용 편의성을 함께 높이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통신사의 새 수익원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데이터 용량과 속도 대신 방송·공장 등 용도별로 필요한 ‘통신 품질’을 팔 수 있어서다. ABI 리서치는 세계 네트워크 슬라이싱 시장은 지난해 약 61억달러에서 2030년 67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특히 유통·경기장·금융 등은 제조·에너지 분야보다 구축이 비교적 단순해 투자회수가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마다 통신 품질을 달리하는 동시에 일반 이용자의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KT 관계자는 “슬라이싱 적용 전후의 품질을 비교해 일반 이용자에게 영향이 없다는 점을 지속해 확인할 것”이라며 “슬라이싱 수요가 커지면 일반 망을 추가로 증설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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