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임신중지 입법 지연, 국회 책임…처벌·금지 관점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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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임신중지 의약품(미프진)을 정식 도입하겠다고 한 가운데 장기간 미뤄진 임신중지 관련 법안 마련이 국회의 과제로 떠올랐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장기간 이어진 입법 공백을 해소하고 임신중지의 절차와 범위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때부터 관련 법인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해온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그간 입법이 지연된 배경과 앞으로 필요한 입법 사항을 물었다. 정부는 이르면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며 임신 9주 이내인 사람을 대상으로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처방·조제하도록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다음은 19일 서면으로 진행한 남인순 의원과의 일문일답.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이 지났다. 이렇게 오래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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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문제를 여성의 건강권과 보건의료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문제로 다뤄왔고, 정부 역시 충분히 적극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임신중지 제도 개선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대통령이 직접 해결방안 마련을 주문하면서 법제처의 법률적 검토를 거쳐 의약품 정식 도입이 추진됐다. 정부의 책임있는 결단을 통해 여성이 미프진을 보건의료체계 안에서 이용할 수 있게됐다는 점은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본다.”
―식약처는 약품 허가의 주체이고, 도입된 약물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진료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관련해 입법 공백을 메워야 할 책임은 국회에 있다. 어느 지점에서 가장 큰 병목이 있었다고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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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이 늦어진 데 대한 책임은 분명 국회에 있다. 임신중지가 사회적으로 첨예한 사안이라는 인식 때문에 정치권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다만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 문제만 놓고 본다면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했어야 한다. 그동안 식약처는 지난 수년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가 절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 법제처가 현행 법 체계에서도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고 대통령이 검토하라고 말한 뒤에야 도입을 추진했다. 그동안 법 개정을 이유로 허가를 지연시키며 여성들이 검증된 의약품을 이용할 기회를 가로막아 온 식약처가 책임 있는 자세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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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시한 임신 9주 이내 사용, 원내 처방·조제 방침은 적절하다고 보는가.
“우선 임신 9주 이내라는 기준은 현재 허가심사가 진행 중인 의약품에 대해 제약회사가 신청한 품목허가 기준이다. 식약처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심사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도입 초기 안전한 사용을 위한 관리체계는 필요하지만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제한으로 처방자나 의료기관, 복용 장소, 사후 관리 등에 필요 이상의 제한을 둬 의료 이용의 문턱을 높여서는 안된다고 본다. 정부가 초기 2년 원내 처방·조제를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고정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시행 과정에서 안전성과 부작용 발생 현황 등을 면밀히 살피며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이란 용어 대신 약물, 수술 등 의학적 방법의 ‘인공임신중지’로 교체하고, 건강보험 적용, 임신중지 허용 사유 제한 삭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보는 핵심 조항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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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조항만 떼어 말하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중지를 음성적 영역에서 안전한 공적 보건의료체계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보장하고자 하는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보장을 명시한 부분이다. 2024년 9월 인권위는 식약처장에게 임신중지 의약품을 도입하고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고, 복지부 장관에게는 ‘낙태’, ‘중절’ 등의 용어를 ‘임신중지’ 또는 ‘임신중단’ 등으로 정비하고 임신중지를 위한 의약품과 수술, 의료서비스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발의한 법안에서 낙태 허용 주수나 낙태 허용 사유 제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임신중지를 다시 처벌이나 허용·금지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안전한 보건의료체계 안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기존 모자보건법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해 온 방식으로는 여성들이 처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봤다. 헌법재판소 역시 2019년 결정에서 기존의 허용 사유가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허용 주수와 절차 등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와 의학적 기준 등을 바탕으로 국회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 조배숙 의원은 임신 10주 이내 허용(강간이나 성폭력 등에 대해서만 22주 이내), 다른 의원들은 지정기관 상담 후 본인 동의시 허용 등 여러 제한 사유를 두고 있는데 이런 이견들과 관련해 돌파할 복안은 무엇인지? 임신중지 허용 주수, 의료인의 진료 선택권, 배우자·보호자 동의 문제 등도 쟁점이다.
“다양한 의견이 있는만큼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번 입법이 다시 임신중지를 처벌하거나 제한하기 위한 논의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배우자 동의 문제나 청소년의 보호자 동의 문제는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현실적으로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의료인의 진료 선택권과 관련해서도 필요한 경우 임신중지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등 여성의 의료접근권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법이 계속 지연된 채로 법적 공백 상태에서 약물만 내년 1분기에 도입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법률과 행정지침 사이에 공백이 생길 우려는 없나? 입법 목표 시한은?
“정부는 현행 법령의 범위에서 안전한 도입에 필요한 지침과 제도를 차질없이 준비하고 국회는 국회대로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두 절차를 각각 추진하면서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함께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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