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마약의덫] ② "돈 없어? 10개 팔면 2개 줄게"…드라퍼 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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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윤민혁 기자 = 10대 시절 마약을 시작한 청소년들은 투약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마약을 계속 구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모으려면 '익숙한 세계'인 마약 유통·판매에까지 손을 뻗게 되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이나 도박 등 다른 범죄에 가담해 돈을 마련하다가 심지어 마약 '드라퍼'(운반책)를 한 대가로 돈 대신 마약류를 챙기기도 한다.
여성 청소년의 경우 마약을 대가로 성 착취를 당하거나 성매매에 내몰리는 사례도 허다하다.
또래의 권유로 재미 삼아 시작한 약물이 '범죄의 덫'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학을위한마약중독예방재활센터 답콕(DAPCOC) 박상규 사무총장은 마약을 하다 '던지기' 수법의 판매·유통에 빠진 중학교 2학년 여학생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딜러들은 약 살 돈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돈이 없으면 10개를 팔고 2개는 투약해'라며 제안하고, 아이들은 공짜로 약을 맛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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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관찰·기소유예 등 법적 처분에도 범죄 연루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 마약 경험자들도 2차 범죄를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했다.
중학교 2학년에 처음 마약을 투약한 A(25)씨는 경찰에 자수한 뒤 2020년, 2025년 각각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마약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A씨는 약물 투약 과정에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고, 결국 구속 상태로 재판받다가 보석으로 석방됐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여자친구로 인해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된 B(23)씨도 "제가 아는 친구는 중독자이자 판매상인 남자친구를 만나서 같이 유통까지 하게 됐다"며 "유통이나 판매에 엮인 친구들은 계속 그런 환경에 노출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마약을 사기 위해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도박 등 다른 범죄에 연루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이 처음 적발된 경우 초범·자수 등 사정이 참작돼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또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단순한 마약 소비자가 아니라 유통 및 판매 시장의 주역이 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마약 전문 치료 기관인 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은 "요새 아이들은 돈을 주고 마약을 안 한다"며 "마약 드라퍼(운반책)들이 약을 던지는 곳을 알고 있어서, 반나절 정도 산책을 하면 쉽게 마약을 주울 수 있다"고 전했다.
천 원장은 "아이들로부터 '원장님, 요새 누가 돈 주고 해요?'라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며 "마약과 관련해 하나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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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관세청 직원이 마약 검사 키트를 이용한 마약 밀수 적발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6.7.22 ondol@yna.co.kr
◇ 성 착취 등 범죄에도 취약…예방 교육 필수 제언도
마약 중독 청소년들이 범죄 조직이나 판매자와 엮이고, 마약을 매개로 한 성 착취 등 다른 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박 사무총장은 "텔레그램에서 마약을 주겠다며 여자아이들을 유인한 뒤 성 착취를 하고 협박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낭희 연구위원도 "청소년 마약의 문제는 경계선을 넘으면 불법 마약류에 중독되고, 도박이나 성범죄 등 범죄의 문이 활짝 열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여성 청소년이 성매매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김 위원은 "마약을 접한 아이들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부모의 감독을 받지 못하거나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밤을 새우고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다"며 "성인들의 지도와 감독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형사 처벌이 능사가 아니며 예방 교육이 필수라는 전문가 제언도 나왔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마약 범죄는 잡기도 어려워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라며 "전문성 있는 강사들을 육성해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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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대표적 '암수범죄' 청소년 마약…적발은 극소수
마약류 범죄는 거래와 투약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대표적인 암수범죄로,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는 사례가 상당수다. 청소년도 다를 게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된 촉법소년은 올해 1∼7월 7명에 불과하다.
이마저 지난해 3명보다 이미 두 배를 넘어선 수치다.
대검찰청의 2026년도 6월 마약류 월간동향 자료를 봐도 올해 집계된 마약 사범은 1만1천133명이고, 이 중 15∼18세 범죄소년은 289명(2.6%), 19세는 134명(1.2%)에 불과했다. 15세 미만 촉법소년은 33명(0.3%)이었다.
실제 청소년 마약 문제 규모는 통계보다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윤해성 선임연구위원은 "마약은 대표적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 범죄"라며 "형사 입건된 수는 빙산의 일각 수준이고, 촉법소년이나 그보다 어린 소년들은 입건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의 경우 마약인 줄도 모르고 하는 경우도 많아 대표적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라며 "입건은커녕 실태 파악도 안 되곤 한다"고 덧붙였다.
jung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9월14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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