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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17, 2026

“아킬레스건 끊어져도 걸을 수 있다?”…치료의 핵심은 ‘길이’ 맞추는 것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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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 서재현 수원나누리병원 관절센터 원장

인간의 몸에서 가장 굵고 강한 힘줄
파열돼도 주변 근육 도움받아 걷지만
이전과 길이가 달라지면 어려움 커져
예전엔 ‘운’, 현재는 ‘수술’로 맞추기 가능

아킬레스건이 파열됐을 때, 수술이든 비수술이든 치료의 목표는 하나다. 파열 전과 비슷한 ‘적당한 길이’로 아물게 하는 것이다. 챗GPT 그림
아킬레스건이 파열됐을 때, 수술이든 비수술이든 치료의 목표는 하나다. 파열 전과 비슷한 ‘적당한 길이’로 아물게 하는 것이다. 챗GPT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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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이 절뚝이며 진료실로 걸어 들어왔다. 사흘 전 배드민턴을 하다 ‘툭’ 소리와 함께 주저앉았다고 했다. “뒤에서 누가 제 뒤꿈치를 발로 찬 줄 알고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더라고요.” 다친 뒤에도 걸을 수는 있어서 단순 염좌인 줄 알았다고 했다. 아킬레스건 완전 파열이었다.

“끊어졌다면서 저는 어떻게 걸어왔나요?” 자주 듣는 질문이다. 아킬레스건이 완전히 끊어져도 대개는 걸을 수 있다. 주변 근육들이 대신 버텨주기 때문이다. 다만 발목을 아래로 미는 힘이 빠져 까치발이 서지지 않고, 계단이나 뛰는 동작에서 확연히 티가 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가 화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와 함께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쓰러진 영웅 아킬레스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명하다. 어둠의 조직을 떠나려던 주인공이 아킬레스건을 끊긴 채 절뚝이며 걸어 나오는 누아르 영화의 장면도 같은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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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고대에 이 힘줄이 끊어진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히포크라테스는 이 힘줄이 상하면 고열과 착란을 거쳐 죽음에 이른다고 적었고, 봉합이라는 개념이 기록에 등장한 것은 16세기 프랑스 외과의사 앙브루아즈 파레 이후다. 그 전까지 결과는 운에 맡겨졌을 것이다. 대부분은 힘줄이 늘어난 채 아물어 종아리 힘을 잃었을 것이다. 팽팽하지 않은 밧줄로는 아무것도 당길 수 없다. 다리를 절었고,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일부는 상처의 감염을 이기지 못해 몇 주 뒤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극히 일부만이 힘줄이 짧게 아물어, 쪼그려 앉기는 불편해도 걷고 뛰는 능력을 되찾았을 것이다.

신화 속 영웅의 약점, 3천년 만에 달라진 치료

아킬레스건은 우리 몸에서 가장 굵고 강한 힘줄이다. 걸을 때 체중의 서너 배, 달리거나 점프할 때는 열 배 안팎의 힘을 받는다. 대신 ‘파라테논’이라는 얇은 막이 힘줄을 감싸며 혈액을 공급해, 회복 능력만큼은 매우 좋다. 오늘의 치료는 이 좋은 재생 능력을 운에 맡기지 않고, 고대의 ‘운 좋은 소수’가 얻었던 결과를 모두에게 일관되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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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술이든 비수술이든 치료 목표는 하나다. 파열 전과 비슷한 ‘적당한 길이’로 아물게 하는 것. 길게 아물면 종아리 힘을 잃어 다리를 절고, 너무 짧게 아물면 쪼그려 앉기가 어려워진다. 수술은 의사가 직접 길이를 맞출 수 있어 오래 선호돼왔고, 최근 10년 사이에는 뒤꿈치를 높인 보조기를 착용하고 단계적으로 재활하는 비수술 치료도 크게 발전했다. 다만 집에서 신발과 보조기를 벗고 지내는 우리 생활 방식에서는 힘줄이 늘어난 채 아무는 경우가 있고, 자주 병원에 와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결과가 더 일관된 봉합 수술을 선호한다.

하지만 평소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있던 환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성 건염으로 약해지다 끊어진 힘줄은 재파열이 잦아, 엄지발가락을 굽히는 힘줄(장무지 굴곡건)을 아킬레스건 안으로 옮겨 심지처럼 고정해준다. 엄지발가락에는 다른 굽힘근이 남아 있고, 걷는 데는 아킬레스건의 기능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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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건은 치명적 약점의 대명사지만, 실제로는 회복력이 좋은 힘줄이다. 문제는 이 힘줄이 ‘어떤 길이로’ 아무느냐가 다친 직후 몇 주 안에 결정된다는 점이다. 신화 속 영웅과 달리 지금은 제때 진단받고 적절한 길이로 아물게만 하면, 대부분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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