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 ‘죽음에 이르는 러닝’ 경고···“욕심 부리지 말고, 필요하면 포기할 줄 알아야”
황영조 유튜브 갈무리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기록 경쟁으로 변하면서 무리한 완주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20대 참가자가 결승선을 앞두고 쓰러져 숨진 가운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고 이상이 느껴지면 달리기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심장 전문의들도 운동 중 실신이나 평소와 다른 호흡곤란, 가슴 통증을 가볍게 넘기지 말라고 조언한다.
황 감독은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마라톤 대회 사망 왜 일어날까?’ 영상에서 일반 참가자들이 수면 부족과 업무 스트레스, 불충분한 훈련 등으로 몸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록에 대한 욕심으로 무리하게 달리기보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필요하다면 경기를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회 주최 측의 안전 관리도 짚었다. 일부 대회가 구급차 한 대만 배치한 채 운영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참가자에게 안전한 달리기만 당부할 것이 아니라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인력과 장비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황 감독은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기록 과시형 러닝 문화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매일 달린 거리와 대회 기록을 SNS에 올리며 성과를 자랑하는 현상을 언급하며, 기록을 단축하려는 욕심이 지나치면 무리한 달리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목표를 세우고 훈련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 경쟁에 매몰돼 자신의 체력과 몸 상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황 감독은 기록보다 달리기 자체를 즐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뛰는 ‘펀런(fun run)’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기록 경쟁에 앞서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려면 무엇에 주의해야 할까. 해외 전문가들도 운동 중 나타나는 평소와 다른 신체 변화를 무시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미국 콜로라도주 유헬스의 심장 전문의 브래드 올드마이어는 러닝 전문지 ‘러너스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심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는 신호로 평소보다 뚜렷하게 떨어진 운동 능력, 호흡곤란, 가슴 통증 등을 제시했다. 기록을 줄이려는 욕심에 이런 증상을 참고 달리기보다 운동을 멈추고 의학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황 감독의 경고와도 맞닿아 있다.
올드마이어는 평소 무리 없이 유지하던 달리기 속도를 갑자기 감당하기 어려워지거나, 운동 중 유독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이나 압박감이 나타난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심혈관 위험을 평가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운동 중 실신하거나 의식을 잃는 것은 반드시 진료가 필요한 중요한 경고 신호라고 강조했다.
다만 심정지는 항상 사전에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평소 건강하고 꾸준히 달렸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몸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 기록을 유지하려고 버티지 말고 즉시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가슴 통증이 심하거나 호흡곤란, 의식 저하 등이 동반되면 응급의료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회 현장에서 쓰러진 러너를 발견했을 때도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미국심장학회(ACC)에 관련 분석을 기고한 심장 전문의 제이슨 초와 조너선 김은 장거리 달리기 대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열사병과 저체온증, 저나트륨혈증 등 비심장성 응급상황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의사가 제시한 사례에는 결승선을 앞두고 쓰러져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의식 변화 등을 보인 참가자도 포함됐다. 더운 날씨에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는 열사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이며, 반대로 비와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달리는 동안 지나치게 많은 물을 마셔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는 운동 관련 저나트륨혈증 역시 두통과 구토, 의식 변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쓰러진 참가자의 증상만으로 원인을 섣불리 단정하지 말고, 의식 상태와 활력징후, 체온 등 전반적인 상태를 신속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식 변화는 중증 응급질환을 의심해야 하는 중요한 신호다. 마라톤 현장에서는 심정지뿐 아니라 다양한 응급질환을 알아보고 대응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장 응급처치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육상연맹의 지구력 운동 의학 교육자료는 심정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신속한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이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대회 주최 측은 의료지원 지점을 적절히 배치하고, 응급장비를 확보하며, 의료진이 쓰러진 참가자에게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주변 참가자도 역할을 할 수 있다. 누군가 쓰러진 뒤 반응이 없고 정상적으로 숨을 쉬지 않는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주변에 자동심장충격기를 요청해야 한다. 심정지가 의심되면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AED의 음성 안내에 따라 처치한다. 전문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대응을 지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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