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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1, 2026

국감서 드러난 미래기금 숙제···국채 찍으며 104조 쌓고, 사업 기준도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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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기획예산처장관이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8 박민규 선임기자

박홍근 기획예산처장관이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8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가 내년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미래기금)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금 적립의 효율성과 사업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기금에 적립하기보다 국채 발행을 더 줄여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금의 사업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사업 선정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지난 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국채를 발행하면서 미래기금에 104조4000억원을 쌓는 것은 사실상 ‘빚을 내 저축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국채금리가 급등한 만큼 기금 적립 대신 국채 발행을 더 줄여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미래대응기금이 세수 변동에 대응하고 재정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만큼 장기적인 재정 관리 측면을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미래기금 162조3000억원 중 45조4000억원은 투자에, 12조5000억원은 국채 발행 축소에 쓰고 나머지는 적립한다는 계획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노르웨이 사례를 들어 국채 발행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운용할 만큼 재정 여력이 크지만 채권시장 유동성과 안정적인 금리 형성을 위해 정기적으로 국채를 발행한다. 국채 발행이 급격히 줄어들면 거래 물량이 부족해져 시장 유동성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 장관은 “초과세수를 국채 발행 추가 축소에 활용할지, 기금에 적립할지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국채 발행을 줄이면 당장의 이자 부담이 줄고, 기금 적립을 늘리면 향후 세수 감소나 경기 침체에 대응할 여력이 생긴다.

기금의 설치 목적과 사업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도 논란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래대응기금이 서로 다른 정책 목적과 재정 수요를 가진 4개 분야를 ‘미래대응투자’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묶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기금의 용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기금의 설치 취지와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별도 기금 설치를 정당화할 만큼 구체적이고 독자적인 목적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을 어디에 쓸지 법안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 역시 문제다.

미래대응기금의 총괄계정과 4개 사업계정에는 각각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 또는 사업’이라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구조가 재정 운용의 탄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재정당국이 기금운용계획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도 미래대응기금법 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구체적인 사업 선정 기준이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금의 쓰임새를 두고는 정부 안에서도 말이 엇갈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명절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예산을 1조원 가까이 늘리는 방안을 거론하며 미래대응기금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께서 미래기금의 세부 사업을 세세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한다”며 명절 할인 지원은 기금의 성격에 맞지 않아 다른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1일 “국채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높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신규 발행을 줄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면서 “미래대응기금은 재정 안정화와 전력망·에너지 인프라 등 대규모 투자에 집중하고, 기존 상시사업은 일반회계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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