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점 찾는 AI가 해킹에 역이용…금융권 보안체계 전면 재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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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금융권을 동시다발로 해킹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모델의 두뇌 격인 ‘프런티어 AI’ 최첨단 모델이 지난 4월부터 등장하면서 각국 금융권과 금융당국이 기존 보안체계를 전면 재설계하는 쪽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대형은행을 비롯한 각국은 금융권 보안체계를 기존 ‘예방 의존 방식’에서 벗어나 해커가 이미 침투했다고 가정하는 ‘제로 트러스트 원칙’으로 속속 전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보안원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앤트로픽이 내놓은 새로운 프런티어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를 시작으로 오픈에이아이(OpenAI)·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사이버 보안에 특화된 모델 또는 시스템을 일제히 공개했다. 이런 프런티어 AI 모델은 시스템 취약점을 탐지하고 이를 악용하는 코드를 자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최첨단 시스템이다. 다만 미토스는 이 능력이 야기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위험을 고려해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그 대신에 ‘프로젝트 글래스윙’이라는 산업 컨소시엄을 통해 40여개 중요 인프라 운영 기관에만 접근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AI 에이전트는 인간의 지속적인 개입이나 세부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실행·검토해 복잡한 다단계 작업을 완수하는 AI 시스템이다. 최윤성 고려대·경기대 객원교수(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는 지난 5월 금융보안원에 낸 보고서에서 “미토스는 이제 AI 모델이 보안 영역에서 인간 전문가를 추월하기 시작한 임계점 통과 신호”라며 “사이버 공격의 진입장벽이 사실상 무너졌다. 프런티어 AI의 능력이 해킹 공격에도 방어에도 동시에 쓰일 수 있어 보안시스템이 전례 없는 위협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금융회사가 이런 AI 모델을 활용해 수십년간 발견되지 않은 보안 취약점을 며칠 만에 찾아내 보완할 수 있지만, 공격자 역시 같은 도구로 취약점을 탐색해 이를 악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취약점이 공개되고 난 뒤 이를 악용한 해킹이 발생하는 추이를 측정하는 사이버보안 통계플랫폼 제로데이클록에 따르면, 보안 취약점이 발견된 후 해커가 이를 악용해 침투를 시도하는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이른바 ‘보안 노출 창’)이 작년까지는 대략 60일 이상이었는데 올해는 몇 시간, 몇 분, 심지어 -5시간(음수는 취약점이 공개되기도 전에 악용)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 취약점이 공개되기도 전에 해커가 결함을 발견해 공격하거나 공개된 당일에 이를 악용한 해킹 시도가 훨씬 많아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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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미국·유럽연합·영국·일본·한국 등 주요국 금융당국은 미토스 발표 직후 잇따라 긴급회의를 소집해 감독·정책 측면의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제이피모건·시티·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은행들은 미토스 프리뷰에 대한 접근 권한을 확보해 자체 시스템에서 수백~수천건의 취약점을 발견한 뒤 분 단위로 압축된 보안패치 주기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프런티어 AI를 “전체 사이버 위험 지형을 뒤흔들 모델”로 지목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국 금융당국의 보안 대응 방향이 기존의 예방 의존에서 벗어나 ‘대비·억제 및 복구’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커의 공격이 발생하기 이전에 취약점을 발견해 공격 표면적을 축소하고 취약 부위에 보안패치를 해온 기존 ‘취약점 관리’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으며, 이제 해커가 공격을 시도하는 순간에 실시간으로 해킹 실행을 차단·무력화시키는 이른바 ‘익스플로잇 방어’ 방식으로 바뀌게 될 거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주요 대응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는 건 이른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최소 신뢰) 원칙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와 홍콩상하이은행(HSBC)·제이피모건·호주뉴질랜드은행그룹(ANZ Bank) 등은 제로 트러스트를 적극적으로 채택해 구현 중이다. 제로 트러스트는 금융권 정보 접근에서 사용자·기기·애플리케이션을 최소한으로만 신뢰해, 내부·외부망에 걸쳐 모든 접근 권한 요청을 매번 지속적으로 인증·검증하고, 해당 업무에 필요한 권한도 필요한 시점과 세션 단위로 최소한으로만 부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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