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까지 벗긴 난민 사지로 ‘푸시백’…유럽연합의 폭력 뒤에는 ‘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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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6일 밤, 20대 여성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국경을 넘었다. 새벽 6시, 크로아티아 동쪽 국경 글레브 마을에 도착한 그를 경찰이 불러세웠다. 그는 자신이 징집과 처벌적 의료 조치를 피해 온 성전환 여성이라며 “망명을 신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그의 여권과 휴대전화, 가방을 빼앗은 뒤 쇠창살이 달린 트럭에 실어 이동시켰다. 검은 옷을 입은 남성 2명이 그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쪽 숲에 내려놓으며 “다시 오면 감옥에 가두고 벌금을 부과하고 평생 유럽연합(EU)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가 국경폭력감시네트워크(BVMN·이하 국경감시넷)에 증언한 내용이다.
지난해 5월4일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성 15명이 크로아티아 사바강을 건넌 뒤 기차역 인근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일행을 따라오는 드론을 목격했다. 이들은 숲에 숨었지만 드론은 이들을 놓치지 않았고, 곧 크로아티아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견 두 마리에 쫓기다 붙잡힌 일행은 바닥에 앉아 항복했지만 경찰은 이들을 몽둥이와 벨트로 때리고 경찰견이 물도록 방치했다. 이후 일행은 인근 구금시설로 옮겨져 음식과 물을 받지 못한 채 4~5시간 갇혔다. 이후 이들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국경에 내려졌다고 국경감시넷은 전했다.
이 두 사례는 유럽 국경에서 종종 벌어지는 이른바 ‘푸시백’ 장면들이다. 푸시백은 국경을 넘은 이주민을 개별 심사나 망명 신청 기회 없이 국경 밖으로 되돌려보내는 행위를 뜻한다. 경험자들은 국경경비대가 신원 확인 뒤 소지품을 빼앗거나 부수고, 차량이나 선박에 태워 국경 반대편 숲, 산길, 바닷가 등에 내리도록 한다고 증언한다. 국경감시넷 공개 데이터베이스에는 현재 푸시백 증언 1882건이 올라와 있다. 유엔 제출 자료에는 2024년 12월까지 유럽 16개국에서 수집한 증언 1863건, 최소 3만3755명의 피해 경험이 담겼다. 사망자나 미신고자의 진술은 모을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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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관련한 국제법은 난민 신청을 원하는 사람의 사정을 개별적으로 살피고, 박해·고문 등 중대한 위험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푸시백 현장에서는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는다. 신청자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보호가 필요한지 확인하지 않고 ‘망명을 원한다’는 말도 듣지 않는다. 경찰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도망갈 수단을 끊기 위해 휴대전화와 신발을 빼앗는다.
이 폭력의 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유럽연합 국경관리기구인 유럽국경해안경비청, 프론텍스(Frontex)다. 프론텍스는 회원국 요청에 따라 푸시백을 위한 인력과 항공기, 드론, 감시 장비를 제공하고 합동 작전을 조율한다. 직접 사람을 붙잡아 폭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력의 책임에서 비켜서기 쉽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감시 정보는 푸시백을 실행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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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탐사보도단체 라이트하우스 리포트는 2021~2023년 프론텍스가 난민선 위치 정보를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약 2200차례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리비아를 탈출하는 배를 가로막아 사람들을 돌려보내면, 이들은 구금·강제노동·인신매매·성폭력 위험에 놓인다는 보고가 이어져 왔다. 프론텍스는 “인명 구조와 국경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제3국에 난민들의 위치 정보를 넘겨 푸시백을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프론텍스 안의 독립 기본권 감시기구인 기본권사무소(FRO)도 2025년 연례보고서에서 인권침해 혐의가 제기된 제3국에 난민선 목격 정보를 공유하는 일을 심각한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할 통로도 좁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정식 등록된 기본권 침해 민원은 114건이다. 유럽연합 기본권기구(FRA)는 이 가운데 대부분이 프론텍스 작전과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부적격 처리돼 다뤄지지 못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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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감시넷은 한겨레에 “기본권사무소의 역할은 이주민의 권리 침해에 책임을 묻기보다, 프론텍스를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기구가 사실상 인권침해를 비호하고 있다고 짚은 것이다. 프론텍스 작전 중 인권침해가 심각하거나 계속될 가능성이 클 경우 프론텍스 집행국장은 작전을 중단·종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거의 없다.
민원을 제기하려면 프론텍스 직원이 직접 문제 되는 행동을 했거나,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하지만 유럽연합 회원국의 경비대가 폭력을 행사한 경우 프론텍스는 해당 국가가 다룰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긴다. 해당 작전에 프론텍스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고 감시까지 이뤄졌더라도 회원국은 이를 ‘유럽연합이 승인한 국경관리’로 내세울 수 있다.
프론텍스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13일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프론텍스가 필요한 곳과 때에 회원국을 지원할 규모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경감시넷은 프론텍스가 2016년과 2019년 이미 두차례 크게 확대됐다고 짚었다. 단체는 “더 많은 권한이 해법이었다면 지금쯤 그 효과가 보여야 했다”면서 2022년 이후 500만명 넘는 우크라이나인이 유럽연합 국경을 넘어 피란했지만, 지금도 유럽 사회가 “엄청난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주민을 막고 국경을 군사화하는 방식만이 해법은 아니라는 의미다.

[인터뷰] ‘프론텍스 폐지’ 네트워크 연구원 “프론텍스는 존재 자체가 문제”
“프론텍스는 직접 사람을 때리거나 배를 끌고 가지 않아도, 감시와 정보 제공을 통해 다른 나라의 강제회송을 가능하게 합니다.”
‘프론텍스 폐지’ 네트워크 구성원이자 초국적연구소(TNI)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인 솔란키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프론텍스가 유럽 국경 정책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기관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이 지난 수십년 동안 사람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국경 통제를 제3국으로 밀어내는 데 막대한 예산과 장비를 투입한 반면, 인명 구조는 후순위로 뒀다는 것이다.
솔란키는 프론텍스 항공기가 난민선의 위치를 포착해 리비아 당국에 알리면,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이를 가로막아 탑승자들을 리비아로 돌려보냈던 ‘리비아 푸시백’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는 프론텍스는 직접 배를 나포하거나 사람들을 송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감시 정보가 없었다면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이 정도로 난민선을 가로막고 사람들을 되돌려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을 묻는 장치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프론텍스의 인력·장비가 작전에 참여해도 회원국 경비대가 물리적 폭행을 했다는 이유로 민원이 해당 국가로 넘어가거나 부적격 처리된다. 반대로 회원국은 유럽연합 기관과 함께 작전했다며 점을 내세워 정치적 정당성을 얻는다. 솔란키는 “서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틈”이라고 말했다.
프론텍스 안의 독립 기본권 감시기구인 기본권사무소(FRO)의 경고와 내부 감시도 한계가 뚜렷하다. 푸시백 증거와 기본권사무소의 권고가 수년간 쌓여도 회원국들에서 프론텍스 작전은 계속됐다는 것이다. 그는 “인권 침해 증거가 오히려 프론텍스가 현장에 남아 경비대에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는 논거로 이용된다”며 이를 ‘윤리 세탁’이라고 불렀다.
솔란키는 “이동할 권리와 머물 권리가 핵심”이라며 대안으로 프론텍스 폐지, 추방과 구금 중단, 이주민 체류 자격의 합법화, 안전한 이동 경로 보장, 국경 군사화와 이동 감시 중단을 제시했다. 그는 “사람들은 과밀한 배를 타거나 국경에서 맞을 위험 없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프론텍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 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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