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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ugust 20, 2026

“탱크가 옆에 있어요” 숨진 5살 라잡…이스라엘군, 총격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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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에서 구조를 요청하다가 이스라엘군의 포격에 숨진 힌드 라잡.
팔레스타인 가자에서 구조를 요청하다가 이스라엘군의 포격에 숨진 힌드 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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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가 내 옆에 있어요. 움직이고 있어요.”

가자에서 잡음을 뚫고 휴대전화 너머 들려온 5살 팔레스타인 소녀의 목소리를 가늘고 공포에 질렸다. “나를 구하러 와줄 건가요? 너무 무서워요.” 힌드 라잡은 삼촌의 차 안에서 숨진 친척들의 시신에 둘러싸여 구원을 요청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상담원 라나 파키가 할 수 있는 일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통화를 이어가는 것뿐이었다.

2024년 1월29일 힌디의 가족들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의 폭격을 피해 도시 동쪽에 있는 알아흘리 병원으로 피신 중이었다. 라잡이 탄 삼촌의 차는 이스라엘군의 탱크와 만나서 피하던 중에 총격을 받았다. 차 안의 가족들은 적신월사에 긴급 구조를 요청하다가 죽어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가 라잡이었다. 라잡은 차 안에 숨어서 수시간 동안 통화하며 구조를 애타게 요청했고, 3시간 만에 힌드를 구할 구급차가 파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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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이스라엘군의 검문을 받기 직전이라고 상황실에 알린 때는 날이 어두워진 뒤였다. 그것이 마지막 통화였다. 구급차는 포격을 받아 구급대원 2명이 사망했고, 힌드의 시신은 며칠 뒤 숨진 다른 가족들의 시신과 함께 발견됐다. 라잡은 죽기 전에 어머니 위삼과 통화가 연결돼, 자신의 구조를 확신하다가 영원히 눈을 감은 것이다.

이 사건은 ‘힌드 라잡의 목소리’라는 영화로 제작됐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인 은사자상을 받았고, 관객들로부터 23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로 올랐다.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만행을 고발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국제적 조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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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와 관련한 전쟁범죄 혐의를 부인하던 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각) 라잡과 친척 6명이 사망한 차량 공격과 관련해 자국군이 당시 차량에 총격을 가했음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고 형사 수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라잡 사건에 대해 조사 결과 “이스라엘방위군 부대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발표한 사전 공지 사항과 다르게 이동 중이던 차량을 향해 사격을 가했음을 보여준다”며 “본사건 중 발생한 사격에 형사상 비위 행위가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됨에 따라, 형사 수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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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이스라엘방위군은 힌드가 사망할 당시 해당 지역에 군 병력이 배치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가, 힌드가 있던 텔알하와 등 가자시티 인근 지역에서 “테러 목표물에 대한 급습 작업을 수행 중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스라엘군은 당초 전조등과 비상등을 끈 채 어둠 속에서 운행 중이던 “의심스러운 차량”에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망한 구급대원의 휴대전화에서 수송대가 비상등을 켜고 있었다는 영상이 발견되자, 군 당국은 기존 설명이 “잘못됐다”고 발을 뺐다. 이스라엘은 이 사건이 전쟁범죄가 아니라 실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적신월사는 당시 성명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은 어린 힌드를 구출하기 위한 사전 조율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구급대원들을 의도적으로 표적 공격했다”고 규탄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을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했다.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 의혹을 조사하는 ‘힌드 라잡 재단’은 이번 조사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단은 “이런 조사가 실제 진행된다 해도, 정의를 향한 진정한 진전으로 오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라잡 사건에 형사 수사 개시를 발표한 이유는 “국내 사법 절차를 시작했으니, 국제형사재판소가 개입할 수 없다”는 논리로 국제 사법 기구의 체포영장이나 관할권 행사를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지적이다.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군에 대한 형사 조사가 유죄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예시 딘’의 지브 스탈 사무국장은 비비시 방송에 “군인과 지휘관의 범죄 행위에 대한 고발 건수에 비해 기소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유죄 판결을 받는 아주 희귀한 경우에도,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말도 안 되게 가벼운 처벌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 단체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군인의 민간인 대상 범죄 고발 건수 중 실제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은 약 1~2% 수준에 불과하다. 유죄 판결이 나와도 계급 하향, 경미한 징역형, 사회봉사 등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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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방위군은 이날 성명에서 “1000일 동안 극도로 복잡한 작전 현실 속에서 여러 전선에 걸쳐 집중적인 전투를 수행하며 광범위한 군사 임무를 완수해 왔다”며 “국제법 및 이스라엘 국내법에 따른 의무의 일환으로 전투 중 발생한 예외적인 사건들을 조사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방위군은 또 2025년 3월 구급대원 및 유엔 직원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15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도 형사 수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24년 데이르알발라에서 일어난 자선단체 월드센트럴키친 직원 7명 사망 사건 및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4명 사망 사건 등 3건에 대해서는 형사 수사를 진행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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