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단백질·지방 과잉 시대…섬유질·유익균 잘 보충해야” [건강한겨레]
장 생태계, ‘중요 건강 축’으로 작용하고
활성화하면 뇌 건강에도 도움되는데
초가공식품 범람 탓 미생물 먹이 부족
“바쁜 아침 생과일 착즙주스 좋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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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커피 한 잔으로 몸을 깨우고, 편의점 초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로 한 끼를 때우는 현대인들. 풍족하게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몸속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배는 부른데 몸에 필요한 재료는 비어 있는 ‘풍요 속 결핍’이다.
전통적인 한의학적 이론을 현대 의·과학과 시스템 생물학의 틀로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김지호 메디람한방병원장은 ‘인체 생태의학(공생·물리·순환 생태의학)’을 제시하며 인체를 스스로 균형을 맞춰가는 복잡계이자 생태계로 본다. 건강한 상태란 몸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의미라고도 강조한다. 그는 그중에서도 세포 안으로 에너지 대사(미토콘드리아 활동)를, 세포 밖으로 장 내 미생물 활동을 핵심 건강 지표로 본다.
김 원장은 영양학에 대한 시각 역시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영양 부족 시대에 맞춰진 ‘탄수화물·단백질·지방’ 중심의 3대 영양소를 넘어, 비타민·미네랄·섬유질·유익균을 더한 ‘탄단지비미섬균’ 7대 영양소의 균형이 현대인에게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김 원장은 “(유익)균을 비타민이나 미네랄과 똑같은 영양소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에 그냥 얹혀 사는 존재도 아니다”라며 “유익균은 우리 면역계가 무엇을 막고 무엇과 함께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영양의 한 부분으로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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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영양학의 종말…장내 미생물에도 먹이 남기는 식습관으로”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음식의 영양성분표에는 칼로리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숫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은 “같은 300㎉라도 현미밥처럼 구조가 남은 음식과 액상 과당, 정제 빵처럼 빠르게 풀리는 음식은 몸을 통과하며 만드는 생물학적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며 “현대인의 식탁에서 오히려 부족해지기 쉬운 것은 비타민·미네랄·섬유질과 유익균(비미섬균)이기에, 이 ‘비미섬균’을 의식적으로 챙기는 식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 원인엔 산업화된 식품의 생산과 유통에서 시작해 식습관 전반에 걸쳐 있다. 곱게 빻은 가루로 만들어내는 가공식품 위주의 식품 생산 방식이나 식습관은 섬유질을 부족하게 만든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과 살충제를 사용하거나 수경재배하는 현대화된 농업법, 유통과 보관을 쉽게 하기 위해 멸균·살균 처리하는 식품 가공 방식은 농산물과 식품이 자연 상태에 가지고 있는 고유의 유익균을 완전히 없애버린다. 반면, 기존 칼로리 영양학은 소장에서 영양소를 얼마나 흡수하는지에만 주목했다. 이 관점으로는 정제된 곡물 중심의 초가공식품은 빠르고 간편하게 열량을 섭취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식품일 뿐 왜 건강에 안 좋은지 설명이 안 된다. 하지만 초가공식품은 소장에서 거의 모든 영양소가 이미 흡수되며 빠르게 혈당만 올리고 소화가 끝나버린다. 대장까지 내려갈 잔여물이 남아 있지 않아 대장에 분포하는 유익균(장내 미생물) 군집이 먹이로 삼을 재료가 부족해지고 그 생태계는 점점 메말라간다. 섬유질이 끊기면 굶주린 미생물이 장벽의 점막을 먹기 시작해 장벽이 무너지고 과민성 장 증후군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의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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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20~30대의 대장암 발병률이 전세계 1·2위가 된 배경에도 편의점 등에서 파는 살균·멸균된 반인공적 가공식품 소비가 늘어난 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사람도 밥이 있어야 살듯 장내 미생물도 먹이가 있어야 하기에 영양학의 패러다임을 ‘장내 미생물과 공생하는 식사’로 바꿔야 한다. 내가 먹은 음식이 대장까지 내려가 미생물의 밥이 되고, 그 미생물이 다시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주기에 사람만 잘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사는 미생물도 채소와 콩, 통곡물, 과일처럼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잘 먹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내 생태계 파괴는 장과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이론인 ‘장-뇌 축’을 통해 뇌 건강도 위협한다. 기분과 수면, 인지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90~95%는 뇌가 아닌 대장 내 유익균이 만들기 때문이다. 식이섬유를 먹은 유익균이 단쇄지방산과 트립토판 등을 생산하며 세로토닌 합성 대사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장이 안 좋은 사람이 치매나 파킨슨 같은 뇌 질환에 걸리기 쉬운 이유가 바로 신경전달물질의 생산 기지 중 하나인 대장의 기능이 약해져 세로토닌 부족과 전신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고 면역을 담당하는 주요 생산기지인 ‘흉선’이 퇴화하기에 장의 대체 생산기지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장 건강이 장수의 핵심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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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엔 공복 커피가 주는 가짜 에너지 대신 풍부한 채소·과일의 진짜 영양을”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복원하고 6대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김 원장이 제시하는 핵심은 ‘섭취 식물(채소와 과일) 종류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식물마다 서식하는 유익균이 다르기에 여러 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먹을수록 생태계가 풍부해진다. 이 점에서 매끼 다양한 나물 반찬과 김치, 청국장 등의 발효식품을 곁들이는 한국의 전통 식문화는 좋은 공생 식단이자 훌륭한 장 건강 비결을 담고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김 원장이 7대 영양소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반찬을 다양하게 먹는 식사다. 일주일에 적어도 30종의 서로 다른 반찬 재료를 먹어보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는 제안이다. 매일매일 채소·콩·버섯·해조류·견과류 등 식물성 재료의 종류를 조금씩 넓혀가면서 일주일 동안 식탁을 조금씩 바꿔보자는 것이다.
아침 식습관도 중요하다. 새벽 4시~낮 12시는 생리 주기적으로 배설에 집중해 소화기관을 쉬게 해주는 게 좋으므로 오전에 과한 고체 식사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자극해 혈당을 올리는 공복 커피, 시리얼, 빵 대신 채소와 과일, 장을 달래주는 유동식을 가볍게 섭취해 신진대사를 깨우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바쁜 아침에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기 어렵다면 설탕 함량이 높은 가공된 과일농축액 주스보다는 다양한 생채소와 생과일을 직접 섭취할 수 있는 착즙주스 형태를 더 추천한다. 케일, 셀러리, 사과(KCA) 주스와 같이 신선한 채소·과일을 다양하게 혼합해 만든 착즙주스는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미네랄·섬유질·유익균을 보충해 균형 있는 아침을 챙기는 실천 방법이다. 김 원장은 “건강한 몸이란 내외부 변화에 적응하고 스스로 돌아오는 ‘생태계의 회복력’을 갖춘 상태”라며 “매일 식탁에 올리는 다양한 채소 한 조각, 주스 한 잔이 수십조 개의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강력한 장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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