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사고에 “영영 문 닫아 매자” 김여정 담화···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현실적 위협이 됐다[뉴스분석]
지난 1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접경 지역에서 북한 군인들이 전술 도로 건설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발파작업으로 흙먼지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사고에 대응해 낸 두번째 담화에서 “적은 역시 적”이라며 자신들의 국경선 요새화 추진이 “한국과 마주 설 일이 없게, 들짐승마저도 드나들 수 없게 영영 문을 닫아 매자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따른 남북 간 단절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정부의 대화 제의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키우는 현실적 위협이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취재를 종합하면 김 부장은 지난 2일 낸 담화에서 “우리가 국경선을 요새화하는 진의가 무엇인가부터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며 “마주 서야 골 아픈 일밖에 없는 족속들과 영원히 악연을 끊어버리자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한국이라는 족속들을 의식하는 것조차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김 부장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사흘 사이 DMZ 지뢰 사고에 대한 두 번의 담화를 냈다. 지난달 30일 담화에선 사고 원인이 북한 매설 지뢰라는 한국군 발표에 대해 “서울의 자작 광대극”이라고 비난했다. 2일 담화에선 남북 간 단절을 강조하며 정부의 대화 제안에 선을 재차 긋는데 방점이 찍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김 부장이 ‘적은 역시 적이다’를 담화의 중대결론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이는 적대적 두 국가 차원의 ‘상종 불허’ 선언에 가깝다”고 말했다.
국경선 요새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공식화한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발맞춰 이듬해 4월부터 본격화됐다. 북한은 이후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지뢰·철책·방벽 등을 설치해왔다. 군 당국은 1953년 설치된 상당수 MDL 표지판이 유실돼 남북이 일부 구간의 경계선을 달리 인식해 북한군이 월선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군 당국은 올해 8~9월에만 북한군이 50여차례 MDL을 침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는 헌법 개편과 통일전선부 등 대남기구 개편·정리, 남북 연결도로·철도 단절 등을 통해 주로 부각됐다. 이번 DMZ 지뢰 사고를 계기로 북한의 단절 조치가 실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MZ 지뢰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국경선 요새화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아래 추진되는 중”이라며 “북한이 표방하는 적대적 두 국가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요 변수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뢰 사고와 북한의 대화 제안 거부에도 정부는 남북 간 긴장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대독한 10·4 남북공동선언 축사에서 “‘상호주의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수시로 발생하는 위기의 반복과 대결구도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을 상기할 때”라며 “적대와 대결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동시에 북한과 소통 채널을 유지 중인 유엔군사령부(유엔사)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경기 평택시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연합사 사령관과 만나 “지뢰 폭발사고 관련 논의도 했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대화거부 국면이 이어지는 동안 군사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상황 관리를 하며 대화의 기회를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며 “여전히 북한과 대화채널을 갖고 있는 미국 주도의 유엔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부가 유엔사에 적극적 역할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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