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못지키는 ‘스마트 워치’, 전과자 못 막는 ‘전자발찌’ …위치추적 감시의 한계 [플랫]
서울경찰청은 이날부터 핼러윈 데이가 끝나는 다음 달 1일까지를 ‘다중운집장소 특별안전활동’ 기간으로 설정해 총력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최근 잇따르는 스토킹 살인·흉기난동 사건 등으로 범죄 예방을 위해 도입된 스마트워치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위급 상황에서 직접 신고해야 하는 사후 대응 체계에서 벗어나 가해자의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고,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격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에서 장모를 살해한 뒤 배우자를 납치한 혐의로 전날 구속된 20대 남성 김모씨는 가정폭력 재발 위험성이 높은 ‘A등급’ 관리 대상이었다. 김씨와 이혼소송 중이던 배우자 A씨는 가정폭력 위협에 스마트워치를 지급받고도 범행 당시 전원이 꺼져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발생한 제주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범행 당시 스마트워치로 신고를 시도했지만 이를 알아챈 범인이 기기를 훼손해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스마트워치, 신고 뒤 경찰 출동해도 늦어…전자발찌, 위치 정보만 제공
스마트워치의 한계는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2021년 서울 중구 오피스텔 스토킹 살인 사건 당시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로 두차례 신고했다. 위치 정보의 오차로 경찰이 처음에 엉뚱한 곳으로 출동해 대응이 지연됐다. 지난 3월 발생한 경기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20대 여성도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다. 지난 7월 경기 성남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까지 했음에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마트워치를 눌러서 경찰이 5분 안에 빨리 도착한다고 해도 가해자가 그 전에 미리 범행을 끝낼 수 있기 때문에 효용이 없다”며 “가해자를 즉각 분리해 구금하는 잠정조치와 이런 조치를 위반했을 때 구금할 수 있는 제도들을 경찰과 판·검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인천 대형 상업시설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4일 인천 남동구 다중 이용시설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스마트워치는 사후 조치에 불과하며 피해자에게 좀 더 안전한 느낌을 들게 하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며 “가정폭력처벌법에 현장 응급조치로 가해자에 대한 ‘의무체포제’가 명시적으로 들어가게 만들고 체포 요건들도 명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흉악 범죄자 관리를 위해 지급되는 전자발찌도 매번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50대 최모씨는 범행 당일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고, 범행 약 1시간 전까지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까지 받았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 최씨는 2015년 8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전자발찌를 착용했다. 남양주 사건의 범인 김훈도 전자발찌를 찬 상태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전자발찌는 단순히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지 그 사람의 행동을 감시하는 기능은 아예 없다”며 “재범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 사회에 쉽게 나올 수 없도록 미국처럼 ‘삼진아웃’ 제도를 운용하거나 폐지된 범죄자 보호감호 제도 같은 걸 활용해 공공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교수는 “전자발찌를 부착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범죄가 예방되는 건 아니다”라며 “위치를 파악하고 특정한 위반 사항이 있을 때 바로 나가서 행동을 제재하는 별도의 인력과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자발찌 부착, 보호관찰관 면담 등 제도에 있는 걸 모두 다 했는데도 범죄를 막지 못했다면 위치 정보 외 다른 정보가 더 필요한 게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생체 정보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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