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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27, 2026

해녀할망 직접 잡은 소라·전복 아침 밥상에…“친구네 외갓집 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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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제주올레 20코스가 지나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있는 ‘할망스테이 행원’ 입구에 해녀의 테왁이 걸려 있다. 서보미 기자
지난 22일 제주올레 20코스가 지나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있는 ‘할망스테이 행원’ 입구에 해녀의 테왁이 걸려 있다.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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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육지 가서 작업할 때 추우면 쌀 씻은 물을 끓여서 먹었는데 한번 드셔보세요.”

지난 22일 아침 제주올레 20코스가 지나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바닷가 앞 ‘할망스테이 행원-순자할망민박’. 김순자(73) 할망(제주어로 할머니)이 내어준 따뜻한 쌀뜨물 차를 한모금씩 마신 여행자 세명이 ‘제주식 아침 식사’를 천천히 시작했다. 4인용 식탁 위에는 제주산 보리쌀과 좁쌀로 지은 밥, 늙은호박된장국, 톳볶음, 날미역무침, 소라볶음, 오징어볶음, 파김치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점점 바쁘게 움직이는 젓가락을 보며 흐뭇해하던 순자 할망이 ‘육지 말투’로 말했다. “톳, 미역, 소라는 내가 잡은 거예요. 내일 아침은 전복죽이에요.”

순자할망민박에서 해녀 김순자 할망(왼쪽)이 직접 잡은 해산물로 만든 제주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40년간 육지를 오가며 물질한 그는 “육지 손님이 오면 육지 말을 쓴다”고 했다. 서보미 기자
순자할망민박에서 해녀 김순자 할망(왼쪽)이 직접 잡은 해산물로 만든 제주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40년간 육지를 오가며 물질한 그는 “육지 손님이 오면 육지 말을 쓴다”고 했다. 서보미 기자

이달 문을 연 순자할망민박은 13살부터 엄마와 언니들 따라 물질을 다닌 해녀 순자 할망의 삶이 새겨진 집이다. 30대이던 1987년,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산 집이 팔린다는 소식을 들은 순자 할망은 물질해 모은 돈으로 친정집을 샀다. 일흔살까지 40년 동안 전국과 일본을 돌아다니며 물질한 순자 할망에게 두 아들이 기다리는 집은 늘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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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좋아해 노후에는 자기 집에서 민박집을 하리라 마음먹었던 순자 할망에게 지난 6월 기회가 찾아왔다. 올레길 근처에 민박집을 열 해녀를 수소문하던 제주올레와 연결된 것이다. 제주올레는 지난해 12월 여행자가 머물며 지역 문화도 느낄 수 있는 ‘로컬 체험형 숙소’를 함께 만들자는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제안을 받았다. 2009년 출범 3년차를 맞은 제주올레는 올레길 주변에 숙소를 만들기 위해 “방 한칸만 내달라”고 마을 주민을 설득해 ‘할망숙소’ 12곳을 열었지만, 이번 협업 제안을 받을 땐 2곳만 남은 상태였다.

김순자 할망이 차린 제주의 아침 식사. 여행자들은 보리쌀을 섞은 밥, 늙은호박된장국, 톳볶음, 날미역무침, 소라볶음, 파김치, 두부부침 등을 남김없이 먹었다. 서보미 기자
김순자 할망이 차린 제주의 아침 식사. 여행자들은 보리쌀을 섞은 밥, 늙은호박된장국, 톳볶음, 날미역무침, 소라볶음, 파김치, 두부부침 등을 남김없이 먹었다. 서보미 기자

고민 끝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은 제주해녀 문화를 앞세운 ‘할망숙소 시즌2’를 기획한 제주올레는 행원리 이장의 소개로 순자 할망을 만났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해녀 이성매 할망(올레길 15코스의 ‘할망스테이 귀덕온담’)과 애월읍 구엄리 해녀 최순덕 할망(16코스의 ‘할망스테이 애월당귤-불턱올레’)도 에어비앤비 커뮤니티 펀드의 지원을 받아 이달 민박집을 열었다. 애월읍 납읍리 ‘할망스테이 두모악’를 운영하는 이진옥 할망은 해녀는 아니지만 제주올레 안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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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영업을 시작한 할망스테이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여행자에게 방 세칸 중 두칸을 내어준 순자 할망의 10월 달력에는 평일 이틀을 빼고는 여행자 방문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중에는 “할머니가 안 드셔본 음식을 사드리겠다”며 난생처음 샌드위치를 먹게 해준 여성 손님도, “92살 할머니가 이제는 밥을 못 차려주시는데 오랜만에 할머니 밥을 먹었다”며 행복해하던 남성 손님도 있었다. 중국·미국·네덜란드 등에서 온 여행자들과는 번역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순자 할망이 민박집 거실에 걸린 자신의 사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해녀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온 양종훈 작가가 이 사진을 찍었다. 서보미 기자
김순자 할망이 민박집 거실에 걸린 자신의 사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해녀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온 양종훈 작가가 이 사진을 찍었다. 서보미 기자

순자 할망은 물질과 쪽파 농사를 하는 틈틈이 여행자에게 해녀의 삶을 이야기하고 식사를 대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이제는 적적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젊은 친구들이 있으니 마음이 붕 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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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집에서 머문 여행자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서울에서 친구와 놀러온 권미숙(53)씨는 “친구네 외갓집에 온 느낌이 든다”며 “할머니 인생 이야기를 들으니까 굉장히 재밌고 신기하다”고 했다. 홀로 여행을 온 송운정(34)씨는 “숙박 후기에 올라온 밥 사진이 맛있어 보여서 왔다”며 “할머니와 함께 지낸다고 부모님도 안전해서 좋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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