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차는 대체 뭐 하길래?”…꽉 막힌 귀성길 도로 범인은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나들목 하행선이 2024년 9월14일 귀성길 차량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맨 앞차는 대체 뭐 하는 거야?”
꽉 막힌 고속도로 한가운데 갇혀 있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내뱉게 되는 혼잣말입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앞차가 거북이 운전을 하는 건 아닌지, 사고라도 났는지 의문이 들곤 합니다. 정체 구간을 간신히 빠져나오면 “도대체 왜 막혔던 거지?”라며 허탈해지기도 하죠.
이처럼 눈에 띄는 원인이 없는데도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상황을 ‘유령 정체(Phantom Jam)’ 현상이라고 합니다. 사고나 도로 공사 같은 돌발 변수가 없더라도 감속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정체가 빚어지는 겁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누군가 무리하게 차선을 변경하거나 터널 진입 전 살짝 브레이크를 밟으면, 뒤차는 안전을 위해 그보다 조금 더 강하게 속도를 줄입니다. 그 뒤차는 더 긴 시간 브레이크를 밟게 되죠. 운전자의 ‘반응 지연’이 계속해서 누적되면서 속도도 늦춰지는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반응 지연을 몸소 증명한 실험도 있습니다. 2008년 일본 나고야대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원형 트랙에서 시속 30㎞로 달리던 22대 차량 중 단 한 대가 잠깐 속도를 늦춘 것만으로도 뒤따르던 차량 전체가 완전히 멈춰 서는 정체 현상이 재현됐습니다. 맨 앞차의 1~2초 감속이 수 킬로미터 뒤에서는 수십 분의 체증으로 증폭되는 겁니다.
이 유령 정체가 특히 기승을 부리는 구간이 있습니다. 오르막길, 터널 입구, 고속도로 합류 지점입니다. 오르막길에 진입할 때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들고, 터널로 들어설 땐 운전자가 무의식중에 감속 페달을 밟습니다. 이 사소한 행동이 뒤따르는 차들의 연쇄 감속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지긋지긋한 유령 정체를 피하거나 줄일 방법은 없을까요?
개인 운전자 차원에서 가장 확실한 해법은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와 ‘정속 주행’입니다. 앞차와의 거리가 넉넉하면 앞차가 갑자기 감속하더라도 급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주행만으로도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넉넉한 차간 거리가 충격 흡수 역할을 해 뒤차로 이어지는 정체의 파도를 끊어내는 원리입니다.
도로 인프라와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공학적 해법도 속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터널 진입부의 감속을 막기 위해 ‘페이스 메이커 시스템(PMS)’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터널 벽면에 설치된 LED 유도등이 차량 진행 방향으로 순차 점등하면, 운전자는 빛의 흐름을 따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기술을 서울양양고속도로 금남터널에서 약 1년간 적용한 결과 차량 속도 저하 현상이 10% 이상 개선됐다 하고요.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힙니다. 자율주행 차량은 인간 운전자와 달리 불필요한 반응 지연 없이 레이더와 카메라 센서로 차간 거리를 정밀하게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도로 위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바뀌거나 모든 터널에 PMS가 도입되기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유령 정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건 운전자들의 여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연휴만큼은 무리한 끼어들기 대신 충분한 안전거리와 정속 주행을 지켜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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