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설악 길목, 가을이 꽃으로 피었습니다 [정동길 옆 사진관]
설악으로 드는 길목,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가을이 먼저 내려앉았습니다. 병풍처럼 둘러선 내설악의 암봉 아래로 각종 야생화가 들판을 메웠습니다. 산은 아직 초록을 다 내려놓지 못했는데, 발아래는 이미 노랑, 빨강, 보라빛입니다.
축제장은 ‘행복하길’, ‘사랑하길’, ‘소통하길’, ‘힐링하길’이라는 네 갈래 길로 나뉩니다. 이름 그대로, 걷는 이마다 저마다의 바람을 하나씩 얹어 걷게 됩니다. 국화 향이 짙은 꽃길을 지나면 소나무숲이 이어집니다.
올해 꽃밭에는 특별한 정원이 하나 더해졌습니다. 인제가 낳은 시인 박인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문학 테마 정원입니다.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의 시인이 태어난 고장에서 그의 시를 떠올리며 꽃 사이를 걷는 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가을 시가 됩니다.
수변 산책로에는 꽃을 보다 지친 걸음이 쉬어 갈 자리가 마련됐고 장터에는 인제의 농특산물과 국화 화분이 손님을 기다립니다. 꽃을 보러 왔다가 한 아름 꽃을 안고 돌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꽃은 해마다 다시 피지만, 같은 꽃밭을 같은 마음으로 걷는 가을은 두 번 오지 않습니다. 시인의 노래처럼 세월이 가도 남는 것이 있다면, 아마 이런 날의 풍경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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