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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3, 2026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김일란 감독이 두 트랜스여성을 ‘여탕’에 초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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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김일란 감독이 27일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김일란 감독이 27일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다큐멘터리는 언제 시작될까. 퀴어페미니스트 미디어 그룹 연분홍치마의 창단 멤버인 김일란 감독은 8년 만의 영화 신작 <에디 앨리스: 테이크>가 “운명적인 만남”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에디 앨리스: 테이크>는 두 트랜스여성(MTF) 에디(박서연)와 앨리스(이정민)의 삶을 교차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인권단체 ‘띵동’에서 성소수자 청소년 상담을 하는 에디와 김 감독의 인연은 오래됐다. “힘든 순간 필요한 농담을 던질 줄 아는” 유쾌한 에디는 유튜브 채널 ‘연분홍TV’에서 김일란 감독이 연출한 퀴어 예능 <퀴서비스>의 MC를 1년 넘게 맡기도 했다.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에디. 시네마달 제공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에디. 시네마달 제공

에디가 “내 삶을 기록하고 싶다”며 다큐멘터리를 먼저 제안했다. 온라인상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 발언이 빈번히 보이던 때의 일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김 감독은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섰다”고 했다.

2019년, 또 다른 주인공 앨리스를 “운명처럼” 만났다. ‘한 드라마 촬영장에서 트랜스여성 촬영 감독을 강제 해고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다. 해고 당사자 앨리스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된 김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에디와 앨리스는 트랜스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이나 성격도, 트랜지션(지정 성별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춰 변화시키는 것)의 과정도 다르다. 앨리스는 성확정 수술을 받았으나, ‘여성처럼 보이게 하는 수술’은 받지 않았다. 굵은 목소리의 그는 “얼굴과 체형을 먼저 변화시킨 뒤 성 전환을 하는” 경우가 많은 여타 트랜스젠더들과 자신이 “좀 다른 과정”을 겪었다고 말한다. 반대로 겉모습을 먼저 변화시킨 에디는, 오랜 고민 끝에 성확정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앨리스. 시네마달 제공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앨리스. 시네마달 제공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촬영한 다큐멘터리는 활동 반경이 다른 둘을 인위적으로 한자리에 앉히지 않는다. 둘의 이야기를 장면 단위로 교차해 새 맥락을 만들려 하지도 않는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받은 상처를 떨치고 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앨리스의 이야기가 한 번에, 성확정 수술을 받게 되는 에디의 이야기가 그다음으로 한 번에 보여진다. 김 감독은 “소수자끼리는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업·가족 형태·나이·트랜지션 과정이 다 다르다”며 “두 사람이 앉아서 정체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은 장면은 불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에디(왼쪽)와 앨리스가 바닷가에 앉아 있다. 시네마달 제공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에디(왼쪽)와 앨리스가 바닷가에 앉아 있다. 시네마달 제공

에디와 앨리스는 단 두 번, 출연자로서 한 장소에 함께한다. 바닷가에서 만나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는 장면은 앨리스에서 에디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경첩처럼 기능한다.

두 번째는 연출된 목욕탕 장면에서다. 김 감독은 에디와 앨리스에게 여자 화장실이 트랜스여성에게 얼마나 어려운 공간인지를 들어왔다. “에디는 외적인 트랜지션이 다 되었는데도 화장실에 갈 때마다 긴장하고, 앨리스 역시 목소리 때문에 다른 사람이 놀랄 수 있으니 화장실에선 절대 말을 걸지 말라고 해요.”

여자 화장실이 ‘일상적으로 자격을 의심받는’ 공간이라면, 여탕은 두 사람에게 “애초부터 배제되었다고 느끼는 공간”이다. <에디 앨리스: 테이크>에는 두 사람이 마음 편히 목욕할 수 있는 여탕이 나온다. 탕에 물을 받으며 촬영을 준비하는 제작진을 보며 앨리스는 말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이겠네.” 두 사람은 탕을 채운 단역 연기자들 사이에서 각자의 목욕을 만끽한다.

영화는 군인 최초로 성확정 수술을 받은 고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알게 된 두 사람의 시선도 담는다. 촬영을 시작한 지 머지않아 전해진 부고였다. 변 하사와 가깝게 지냈던 에디는 말로써 슬픔을 표현하고, 앨리스는 부고를 알리는 영상 뉴스를 묵묵히 바라본다. 김 감독은 “이는 사회적 죽음이며, 다큐멘터리에 꼭 들어가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앨리스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조명 감독이기도 했다. 영화는 스태프로서 현장에서 일하는 앨리스의 모습을 그대로 담는데, 에디의 인터뷰를 위해 앨리스가 조명을 설치하는 모습에서는 영화 제작기를 엿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김일란 감독이 27일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김일란 감독이 27일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김 감독은 그간 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전진시켜왔다. 기지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마마상>(2005)은 성 담론 확장을, 세 트랜스젠더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3XFTM>(2009)은 성 소수자 가시화를 꾀했다.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2012)과 <공동정범>(2018)은 참사가 잊히지 않도록 호명했다.

<에디 앨리스: 테이크>는 그중 가장 “사적으로 느껴지는 다큐멘터리”라고 한다. “(출연자들이) 퀴어로서 내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도 감정적으로 접속되는 순간들이 많더라고요. 현장에서 사적인 경험을 스태프들과 나누게 되기도 하고요.”

김 감독은 “적어도 <에디 앨리스: 테이크>가 개봉한 뒤에는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담론을 사회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일반적인 관객과의 대화(GV)가 아닌, ‘렉처(강연) 시리즈’라는 형태의 특별 시사회를 준비한 것도 그래서다.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6회에 걸쳐 ‘트랜스여성의 월경’ ‘목소리와 트랜지션’ ‘성확정수술과 임신중지수술’ 등을 주제로 의사·여성학 연구자·활동가 등이 짧은 강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앞선 ‘렉처 시리즈’가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제한된 재현의 틀을 깨기 위한 것이라면, 오는 3일부터는 다큐멘터리 비평의 장을 넓히기 위한 주제를 이어간다. 영화 평론가들이 감독과 <에디 앨리스: 테이크>에 대해 가감 없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김 감독은 “몸에 좋은 약은 쓰지 않나. 비평의 영토가 넓어져야 저도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김일란 감독이 지난달 27일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영화 <에디 앨리스: 테이크>의 김일란 감독이 지난달 27일 경향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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