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병에 담긴 역사의 상흔 … 초록빛 조각으로 공명

나만의 AI 비서
8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진해역 등으로 전시장 확장
작가 81명, 200여점 선봬
첫 외국인 공동감독 체제
초록색 유리 조각을 모아 만든 직사각형 블록 108개가 전시장 바닥에 정갈하게 놓여 있다. 한국 맥주 '테라'와 중국 '칭다오맥주'의 녹색 병을 모아 가마에 고온으로 녹여 재탄생시킨 김진아 작가의 신작 '원 오션'이다. 전시장에는 진해와 중국 칭다오, 그리고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았던 서아프리카 베냉의 항구도시 코토누의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작가가 서로 다른 국적의 맥주병을 한데 녹여낸 배경에는 동아시아 근대사의 상흔이 자리한다. 조선에서 일제강점기 일본 자본으로 맥주가 만들어졌다.
칭다오맥주는 독일 자본으로 출발해 일본 소유를 거쳐 중국 국영기업이 됐다. 작가는 제국주의 시대를 거친 두 나라의 역사를 일상적인 맥주병으로 결합했다. 파도 소리와 어우러진 유리 조각을 통해 서로 다른 지역의 기억과 역사가 하나의 울림으로 공명한다.
이처럼 조각을 매개로 서로 다른 존재가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제8회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는 '공명장'을 주제로 열린다. 성산아트홀을 비롯해 창원의집·창원역사민속관, 진해역 일대, 마산어시장 등 창원 전역 4개 권역에서 펼쳐진다. 세계 41개 도시 74개 팀(81명)의 작가가 참여해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도시 전체가 전시장이 된 만큼 야외 현장 곳곳에서도 다채로운 신작을 만날 수 있다. 군항과 근대 철도의 역사를 품은 진해역 철로 앞에는 김수자 작가의 신작 '연역적 오브제-더 그리드'가 설치됐다. 짙은 회색 벽돌을 격자무늬 형태로 반복해 쌓아 올려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직조 개념을 건축적 차원으로 확장했다. 관람객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조각과 건축, 장소가 맺는 관계를 경험한다.
진해역 내부에는 심문섭 작가의 신작 '반추'가 놓였다. 배 모양으로 된 목조 위에 전통 나전칠기 기법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옷장 형태의 구조물은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교차했던 옛 역사의 정취와 맞아떨어진다.
성산아트홀에서는 조각의 물질성부터 정치·사회적 메시지로 확장되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멕시코 작가 페드로 레예스는 구름 조각 형태인 '핵무기 제로 I'을 설치했다. 작품에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각국의 언어로 작품명인 '핵무기 제로'가 쓰여 있다. 정다 작가의 신작 '생리적 반응3: 창원 프로젝트'는 실시간으로 측정한 마산, 창원, 진해의 바람을 전시장 내부 소리로 변환해 도시의 움직임을 신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이 밖에도 마산어시장에서는 창원 거주 외국인 국적 비율에 맞춰 약 1000개의 통조림을 쌓아 올린 유수진 작가의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가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비엔날레 최초로 외국인 감독과의 공동 감독 체제를 도입했다. 조혜정·장쥔 두 예술감독이 본전시를 함께 지휘하고, 성산아트홀에서 각자의 특별기획전도 선보인다.
[창원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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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주 '테라'와 중국 '칭다오맥주'의 녹색 병을 녹여 만든 김진아 작가의 신작 '원 오션'이 제8회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는 '공명장'을 주제로 진행되며, 전시장은 창원 전역과 진해역 등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지고, 41개 도시의 74개 팀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2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비엔날레는 외국인 감독과의 공동 감독 체제를 도입해 예술감독들이 각자의 특별기획전도 선보이며, 조각과 건축, 장소 간의 관계를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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