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멕 경제협정 20년 만에 재시동 거나…관세 인상·북미 공급망 재편이 촉매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경제 및 산업·자원 협력 이니셔티브 문건을 교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방문을 계기로 20년 가까이 공전해 온 양국 경제협정 논의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멕시코의 관세 인상과 미국의 원산지 규제 등으로 대멕시코 교역 전반에 비상등이 켜져 경제협정 필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협상 재개의 물꼬를 트기 위해 멕시코의 주요 산업정책인 ‘플랜 멕시코’의 최적 파트너가 한국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27일 자동차부품·철강업계 등에서는 이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관세 부담 완화와 수출 개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항구 남서울대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는 “기존 40만대 규모 멕시코 현지 공장의 현대화와 중장기 투자를 뒷받침할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실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 역시 “양국 간 무역협정 체결 논의가 본격화되고 관세 리스크가 완화되면 국내 철강업계의 대멕시코 수출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한국의 중남미 최대 교역국이자 지난해 기준 세계 11위 교역국으로, 자동차부품을 비롯한 제조업 중간재가 주요 수출 품목이다. 멕시코 입장에서도 한국은 세계 5위 교역국이며,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205억달러에 달했다. 양국은 2006~2008년 전략적경제보완협정(SECA)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였으나 시장 개방 폭을 둘러싼 이견으로 중단된 뒤 협정 없이 교역을 이어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현지 언론 인터뷰와 24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500여개 진출 기업을 언급하면서, “견고한 경제협력에 걸맞은 제도적 틀을 갖출 때”라며 경제협정 협상 재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약 20년간 진전이 없었던 한·멕 경제협정 논의에 나선 것은 북미 통상환경이 급변한 탓이다. 미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과정에서 원산지 기준 강화와 역외 수입 의존 축소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멕시코가 아시아 제품의 북미 시장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되는 것을 막고 북미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멕시코가 올해 1월부터 한국과 중국 등 FTA 미체결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것도 정부가 경제협정 논의를 다시 추진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멕시코 경제지 엘피난시에로에 따르면 관세 인상 대상 한국산 제품의 수입액은 지난해 1~5월 13억7400만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10억7400만달러로 21.9% 줄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관세 부담에 더해 원산지 규정 강화 등에 따른 추가 부담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 20년 전 협상이 중단된 전례가 있는 만큼 곧바로 FTA나 SECA 협상 재개를 선언하기보다는 양측이 얻을 실익부터 따져보면서 협력을 강화하는 점진적 접근을 택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양국은 ‘공동이익연구’를 통해 무역협정의 잠재적 이익과 파급효과를 분석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멕시코의 주요 산업정책인 ‘플랜 멕시코’와 한국 산업의 접점을 강조하고 있다. 플랜 멕시코는 멕시코 내 제조업 공급망을 강화하고 전기차·반도체 등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이 플랜 멕시코의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파트너”라며 “무역협정을 통해 양국 협력이 미래산업·공급망 협력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멕시코는 제조기술과 생산설비의 고도화, 첨단산업과 전문인력 육성에 관심이 높다”며 “현지 생산에 기여하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