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항소→부활→동메달→박탈 위기까지...천당과 지옥을 오간 남자 계주 400m, 24시간의 재구성

27일 펼쳐진 남자 400m 계주 예선전, 2조에 속한 대표팀은 오만, 홍콩, 일본, 태국, 싱가포르와 함께 레이스를 치렀다. 1번 주자로 나선 김시온(국군체육부대)이 2번 주자 나마디 조엘진에게 바통을 건네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했다.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 최하위로 추락했다. 3번 주자 이재성(전남광주시청)이 추격에 나섰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이 역주를 펼쳤다. 39초33, 4번째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3위까지 주어지는 ‘Q(통과)’ 표시를 받지 못했다. 대신 ‘기록으로 통과를 했다’는 ‘qt’가 표기돼 있었다. 한국은 기록상 전체 팀 중 7위에 올랐다. 갑자기 ‘DQ(실격)’로 판정이 바뀌었다. 조엘진은 “골인 후 우리 웜업 장소로 다시 돌아갈때쯤 감독님께 연락이 왔다. ‘혹시 실격했냐’고 물어보시더라. 아니라고 했다”고 했다.

선수들은 믹스트존에 들어와 “결선에서는 실수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비공식으로 적혀 있던 400m 계주 대표팀의 실격 판정은 이내 오피셜로 바뀌었다. 예선 탈락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조직위는 김시온에서 조엘진으로 이어질 때 바통 터치 구간을 넘어갔다고 판단했다.

선수들은 오후 11시쯤 일단 숙소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영상을 돌려봤다. 이재성은 “절대 실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게 믿었다”고 했다. 그 사이 대한육상경기연맹은 항소에 나섰다. 모든 자료를 다 제출했다. 이재성은 “숙소 도착할때까지 계속 새로고침을 눌렀다. 경기 직후 항소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이다. 30분이 지났는데 실격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안됐나 싶었다”고 했다.

김시온이 하경수 육상 계주 대표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하 감독은 “아직 항소 중이다. 기다려봐라”고 했다. 이재성은 “원래 잘 안바뀌기 때문에 안되면 바로 안된다. 그래서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결승 준비에 들어갔다. 이재성은 “진출 못할거라는 생각은 전혀하지 않았다. 선수들이랑 밥을 먹었다”고 했다. 조엘진 역시 “초조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함도 컸다. 밟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결승을 준비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시간이 흘렀다. 항소가 인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웨사는 “선수들끼리 액땜했다고 치자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조엘진은 “엄마가 결선을 보시러 오시기로 하셨다. 하마터면 경기를 보지 못할 뻔 하셨다. 아침이 됐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더라”고 했다.
극적으로 주어진 기회, 하지만 핸디캡은 있었다. 가장 불리한 1번 레인을 배정 받았다. 김시온 대신 서민준(서천군청)이 1번 주자로 나섰다. 스타트 총성이 울렸다. 서민준이 조엘진에게 바통을 잘 넘겼다. 2명을 제친 후 6위까지 뛰어올랐다. 이재성이 폭발적으로 치고 나갔다. 마지막 주자 비웨사가 ‘태국 볼트’ 푸리폴 분손과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이재성은 “비웨사에게 바통을 전해주고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순위권이었던 것 같은데, 전광판을 보니까 2등까지는 대한민국이 없더라. 3등에 있는 것을 보고 ‘됐다’ 싶었다”고 했다. 비웨사는 “분손과 거리가 있기도 했고, 메달을 놓칠까 하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38초43, 한국신기록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회 홈페이지엔 38초49, 4위로 통과한 태국이 동메달을 딴 것으로 표기됐다. 기쁨을 나누던 육상 대표팀은 발칵 뒤집어졌다. 일본 대표팀이 이의를 제기했고, 조직위에서 명확한 설명을 주지않았다. 조직위는 메달리스트 공지에 태국을 동메달로 발표했고, 대표팀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참 뒤 한국을 동메달리스트로 재조정했고, 그제서야 ‘오피셜’을 띄웠다.
4, 5, 6레인에서 뛰었다면 금메달도 가능할 수 있었기에, 그래서 더 내일이 기대되는 400m 계주팀이다. 비웨사는 “좋은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많은 꿈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며 “금메달이 목표였지만, 그래도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너무 한꺼번에 다 깨면 앞으로 목표가 없다. 스포츠의 꽃인 육상의 꽃을 피우겠다”고 말했다.
조엘진은 “한국 신기록까지 전광판에 찍히니까 뭉클하더라. 이번 아시안게임은 또 다른 시작”이라며 “이제 더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더 성장하겠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했다. 2회 연속 동메달을 거머쥔 이재성은 “사실 금메달로 군면제를 받고 싶었지만, 더 값진 동메달 같다”며 “앞으로 계주 멤버의 한 명으로 더 큰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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