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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줌in제주] "냄새에 이름표라도"…잡힐 듯 안 잡히는 양돈장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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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철

양돈장 100곳 중 55곳 기준 초과…악취 민원 늘어도 행정처분은 '찔끔'

주민은 창문 못 열고 관광객은 눈살…악취 발생원 특정 어려워 단속 난항

이미지 확대 '축산 오염·악취 못 살겠다'

'축산 오염·악취 못 살겠다'

(제주=연합뉴스) 지난 2017년 8월 제주시 한림읍 주민 300여명이 29일 오전 한림읍사무소에서 시위를 열고 일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양돈 농가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행정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도가 양돈장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에 나선 지 8년이 지났지만,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농가는 늘고 주민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악취 발생원을 특정하기 어려워 행정처분에도 한계를 드러내면서 기존 악취 관리 대책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 악취관리 8년…양돈장 절반 이상 기준 초과

18일 2026년도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악취관리지역 양돈장 100곳 가운데 55곳이 한 차례 이상 악취 배출허용기준인 10배수를 초과했다.

이 가운데 25곳은 두 차례 이상 기준을 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한 차례 이상 초과한 양돈장은 34곳이었지만 올해는 55곳으로 21곳 늘었다.

두 차례 이상 반복해서 기준을 초과한 농가도 지난해 10곳에서 올해 25곳으로 증가했다.

일부 양돈장에서는 배출허용기준의 30배에 해당하는 최고 300배수의 악취가 측정됐다.

악취 측정값인 '희석배수'는 냄새가 나는 공기에 깨끗한 공기를 얼마나 섞어야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예를 들어 300배수는 냄새나는 공기 1에 깨끗한 공기 300배를 섞어야 냄새가 사라진다는 뜻으로, 숫자가 클수록 냄새가 심하다는 의미다.

이미지 확대 가축분뇨로 오염된 용암동굴

가축분뇨로 오염된 용암동굴

(제주=연합뉴스)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의 한 폐채석장에서 발견된 용암동굴이 주변 양돈장에서 오랜 기간 숨골을 통해 무단방류한 가축분뇨로 오염됐다는 사실이 지난 2017년 8월 드러났다. 사진은 해당 용암동굴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도는 2017년 제주시 한림읍에서 발생한 가축분뇨 무단 배출 사건을 계기로 양돈장 악취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8년 처음 악취관리지역을 지정한 이후 8년째 양돈장 악취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개선 효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양돈장 밀집지역 91만3천926㎡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지정된 양돈장 103곳 가운데 3곳이 폐업해 현재 100곳을 관리하고 있다.

2018년 9월에는 제주악취관리센터를 설립해 정기적인 악취 측정과 분석, 농가별 악취 저감 기술지원 등을 맡겼다.

이어 2023년을 '양돈장 악취 해결 원년'으로 선포하고 모든 양돈농가를 악취관리 수준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하는 등 집중관리 대책도 마련했다.

악취 저감시설 설치와 가축분뇨 처리 개선 등에 335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제주지역 축산악취 민원은 2023년 1천998건에서 2024년 2천494건, 지난해 2천687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1천216건이 접수됐다.

반면 축산악취 관련 행정처분은 지난해 2건, 올해 8월까지 2건에 그쳤다.

이미지 확대 제주 양돈장 악취 측정

제주 양돈장 악취 측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 측정해도 처분은 난항…"냄새에 이름 쓰여 있지 않아"

제주악취관리센터가 정기 실태조사에서 악취 배출허용기준 초과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곧바로 행정처분을 내릴 수는 없다.

행정처분을 위해서는 행정기관이 별도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시료를 채취해 위반 사실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악취관리센터 조사는 어디까지나 실태조사"라며 "행정처분을 하려면 행정기관이 참여해야 하고 농가에 조사 사실을 알리고 확인받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돈장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여러 농가에서 발생한 악취가 바람을 타고 뒤섞이면서 어느 농가에서 나온 냄새인지 특정하기 어렵다.

이 관계자는 "농가가 밀집돼 있으면 다른 농가의 악취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차라리 냄새에 이름이 쓰여 있으면 쉽게 처분이 될 건데 그게 안 되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시는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양돈장에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시료 채취의 신빙성 등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악취 관리 대상을 확대하려는 시도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미지 확대 축산분뇨 무단유출 사태 "사과합니다"

축산분뇨 무단유출 사태 "사과합니다"

(제주=연합뉴스) 지난 2017년 9월 1일 제주 290여 양돈농가로 구성된 제주양돈산업 생산자단체인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 소속 양돈농가들이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양돈농가의 축산분뇨 무단 유출 사태에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도는 2019년과 2020년 악취관리지역 밖의 양돈장 등을 추가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2021년 중앙행정심판에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을 받아 38곳의 지정이 취소됐다.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3차례 이상 초과한 시설을 지정하려면 그에 따른 개선명령도 3차례 이상 내려야 하지만, 제주도가 이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도는 지정이 취소된 시설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악취관리지역 자체는 2019년 이후 추가로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주민들은 냄새가 아예 없기를 원하지만, 기준인 10배수도 냄새는 있는 상황"이라며 "현실과 민원인이 요구하는 부분 사이에 괴리감이 있다"고 말했다.

도는 올해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양돈장 2곳에서 돈사 아래 장기간 쌓인 분뇨를 제거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악취관리지역 실태조사와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지정요건을 충족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추가 지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미지 확대 악취 저감 실천 모범 농가 신례양돈

악취 저감 실천 모범 농가 신례양돈

(제주=연합뉴스) 제주도로부터 악취 저감 실천 모범 농가로 선정된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신례양돈 전경. [제주도 제공]

◇ 해묵은 양돈 악취…주민 창문 닫고 관광객 눈살

제주지역 양돈장 악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돈장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한여름에도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한다는 주민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림읍 올레길을 걷던 관광객이 양돈장 악취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인근 골프장에서도 냄새 때문에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양돈장 악취 민원은 2013년 304건에서 2014년 306건, 2015년 573건, 2016년 666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2017년에는 제주시 한림읍 일부 양돈농가가 가축분뇨를 지하수가 스며드는 '숨골'에 무단 배출해 용암동굴까지 오염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졌다.

그해 8월 29일에는 한림읍 주민 300여명이 거리로 나와 수십 년간 악취에 시달려 왔다며 강력한 대책을 촉구했다.

제주도는 같은 해 양돈장 101곳을 조사해 98곳에서 당시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확인하고 악취관리지역 지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bjc@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18일 09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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