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연이틀 청과 대립각…퇴임까지 ‘대법관 인선 버티기’
“수긍 못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의 근거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날에 이어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이 헌법상 근거가 부족하다고 다시 주장했다.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대법관 재제청 논란은 내년 6월 조 대법원장 퇴임 때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청와대가 지난 8월28일 보낸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 공문을 두고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다”며 “공문의 문헌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재제청 요청과 관련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제청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에도 언론 공지를 통해 “(청와대 공문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거부 의사를 알렸다. 이에 청와대는 “제청을 반려하는 헌법적 근거는 공문에서 분명히 밝혔다”며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께 소상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앞서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난 8월28일 브리핑에서 “제청은 그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조 대법원장이 기존 관례를 깨고 청와대와 실질적인 협의와 합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한 것을 문제 삼았다.
“사퇴하라”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과 한병도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청을 재차 거부하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청와대가 원하는 인물이 제청되길 바라는 것인지 아닌지를 직접 밝히라며 압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갈등은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헌법과 법률의 공백에서 비롯됐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제청 절차나 재제청 가능 여부 등과 관련한 뚜렷한 규정이 없어 해석의 영역에 놓여 있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에 응하지 않는 건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인물을 대통령이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면,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 권한으로 격하된다.
청와대도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청와대는 앞서 재제청을 요청하면서 기존에 추천된 후보자 중 한 명을 재제청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청와대가 바라는 인물을 대법원장이 제청해야 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어,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의미가 없어진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끝장을 보겠다’며 타협 대신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A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선 ‘청와대 마음에 드는 후보를 앉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봤다.
내년 5월에는 천대엽 대법관이 퇴임할 예정이다. 일정상 조 대법원장은 퇴임 전에 천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을 제청해야 한다. 그때까지도 재제청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천 대법관의 후임도 차기 대법원장 몫으로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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