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리아 “세계는 멀티플렉스…한국, 미국 의존 줄이고 실용 노선 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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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노선을 택하고, 중견국끼리 협력해야 한다.”
국제관계 분야 세계적 석학인 아미타브 아차리아 아메리칸대 석좌교수는 소수 강대국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다원화된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며, 한국이 주요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중견국과의 협력으로 기회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 택일이 아니라 사안별로 여러 주체와 손잡는 다층적 외교로 격변하는 국제 질서에 대응하라는 것이다. 인도 출신인 그는 비서구권 학자 최초로 국제정치학계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학협회(ISA) 회장(2014~2015년)을 지냈다.
아차리아 교수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미래포럼(주최 한겨레신문사)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전환기를 맞은 세계가 점차 ‘멀티플렉스 세계’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다양한 영화를 보듯, 강대국뿐 아니라 중견국, 중소국, 국제기구, 기업, 시민사회 등 여러 주체가 안보·경제·기후·기술 등 사안별로 리더십과 책임을 나누는 다원적 질서가 멀티플렉스 세계”라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중국이 이끄는 단극 체제나 소수 강대국이 책임지는 다극 체제와 다른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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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런 변화가 ‘낯선 흐름’이 아니라고 했다. “세계 질서는 과거에도 어느 한 지역이나 한 문명의 독점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외교와 평화협정, 경제적 상호의존, 인도주의 가치도 여러 문명과의 상호 작용으로 발전한 만큼, “군사와 경제적 우월주의에 기반한 서구 주도 자유주의 질서의 쇠퇴”가 위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세계 질서를 함께 만들어갈 주체들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다양한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도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시장과 안보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미국이 관세와 방위비 등을 지렛대로 압박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며 한국에 ‘유연한 외교’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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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부담을 공유하기보다 (동맹국 등에) 전가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버리는 건 위험하다. 대신 미국 의존을 줄이고 실용 노선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동맹은 지키되 중견국 연대, 동북아시아 등 지역별 협력을 이어가며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며 “중국·러시아와도 새로운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한국의 몫이 크다고 봤다. 그는 “인공지능(AI) 관련 논의(거버넌스) 구조는 빅테크 기업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미국이 주도하기 어렵고 중국도 중견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한국 같은 중견국이 소수 강대국들의 다리 구실을 하며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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