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리려고 정신병원 보냈는데…우리 딸 목숨은 파리목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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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이런 병원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현숙(54)씨가 눈물을 참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난 2월25일 인천의 정신병원 원병원 폐쇄병동에 325일간 감금돼 있다가 기도폐색질식으로 사망한 지적장애인 이예지(30)씨 어머니다. 입원 기간 내내 딸의 상태가 악화해 미심쩍었고 병원 쪽 대처가 수상하긴 했다. 사망 사건 뒤에는 원병원 문혜원(63) 원장이 전혀 사과하지 않는 모습에 분노해 민·형사 소송도 제기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결과를 접하기 전까지는 딸이 외부잠금장치가 설치된 병실에 이렇게 오랜 기간 감금돼 생활했던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인권위는 지난 6일 원병원 원장 문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와 감금,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혐의로 중대범죄수사청에 고발하고 관할 보건소장에게 영업정지 및 개설허가 취소를 권고했다.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에 형법상 감금 혐의를 적용하고 병원의 개설허가 취소까지 권고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고 엄중하다고 본 것이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반년간 이 병원에선 이예지씨를 비롯한 4명의 환자가 병원 쪽의 주의·보호의무 소홀로 심정지·호흡정지 상태에서 발견돼 사망했다. 알코올 문제로 입원하자마자 1인실에 갇혀 손발이 묶이고 기저귀가 채워져 창틈으로 외부 구조 요청 쪽지를 날렸던 김준호(가명, 40대 후반)씨나 200일 감금돼 있던 자폐 장애인 김아무개(32)씨도 인권위 직권조사가 아니었다면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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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숙씨를 지난 9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원병원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임씨의 자택은 병원과 1km 이내라고 했다. 2024년 12월28일 딸의 행동 장애가 극심해진 날 119를 불렀을 때 가까운 곳으로 입원을 원한다고 하자 안내해준 병원이었다. 딸 사망 뒤에도 어쩔 수 없이 근처를 지나며 병원 건물을 마주쳐야 하는 일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중국 지린성 창춘시가 고향인 임씨는 2008년 한국에 와 2019년 귀화한 중국 동포다. 그는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 병원이 더더욱 함부로 대하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간 딸의 보호자로서 원병원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들어봤다.
예지씨는 사망 당일인 2월25일 아침 빵을 먹다가 격렬한 구토와 질식반응을 일으키며 오랜 시간 고통 속에 방치되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어머니 임씨의 설명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구강 내에서 빵 등 음식물 덩어리가 다량 확인됐기 때문이다. 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예지씨는 병실 밖을 나와 도움을 호소할 수 없었다. 홀로 있던 2인실(202호실)에는 외부잠금장치가 돼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시간 병동 내 의료진이 아무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병원장 문씨는 예지씨 사망 당일 병동에 여러 명의 간호사가 근무했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보고했지만, 인권위는 심평원에 보고된 의료진이 예지씨가 있던 본관 2병동에는 배치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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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예진이가 감금된 걸 숨겼어요. 어느 날 우연히 다른 병실에서 나오는 거 같아 물었더니 ‘자꾸만 세탁기에서 빨래하려고 해 잠깐잠깐 격리한다’고만 했어요. 그러더니 나중에 인권위에 조사받을 때는 ‘다른 환자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 특성 때문에 격리했다’는 식으로 설명했어요.”
임씨는 지난해 추석 직전부터는 매주 일요일 오후 딸의 면회를 갔다. 이전에 3년간 입원했던 정신병원(청평우리병원)에서는 “한 달에 두 번 면회 와달라”고 했으나 너무 멀어 한 달에 한 번 갔다. 그래도 딸의 증상이 호전돼 안심했다. 그곳을 퇴원한 뒤에는 집에서 장애인복지시설에 다녔다. 그러다 1년이 조금 지난 뒤 입원한 곳이 원병원이었다. 원병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만 면회 오라”고 했으나 딸의 변화에 불안을 느껴 매주 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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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초반에 딸이 손을 심하게 떨고 온몸에 상처도 많았어요. 힘이 왕성하던 아이였는데 간호사가 잡고 나오는데도 다리에 힘이 없어 막 넘어졌어요. 식탐이 심해졌고요. 머리털도 뽑혀 있었어요. 왜 이런 거냐고 물으면 ‘약 반응’이라고만 했어요.”
당시 문 원장은 ‘약을 좀 심하게 쓴 것 같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또한 상처가 있다고 하면 간호사를 불러 확인 지시도 해줬다. 이런 태도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딸이 사망했을 때 변사자건 수사를 하는 미추홀경찰서 형사에게 병원에 관해 나쁘게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병원장 문씨의 사과를 기다렸다. 법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까 봐 사과를 못 한다면 전화라도 해 “예지 어머니 어떡해요”라면서 위로라도 건넬 줄 알았다. 다만 끝까지 사과나 위로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병원에서는 10만원 안팎의 병원비를 수납하라는 독촉전화만 왔다.
“병원장 사과는 받아야겠다고 생각해 3월18일 오후 병원 본관 1층으로 찾아갔어요. 원장 문씨와 눈이 마주친 시간이 불과 몇초 됐을 거예요. 원장이 바로 호출 벨을 눌렀고, 보안요원 2명이 와서 저를 양편에서 잡고 끌고 나갔어요.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울면서 소리를 질렀지요. 병원 쪽에선 소란을 피운다며 경찰까지 불렀고요.”
그날 온 경찰은 임씨에게 “억울한 일이 있으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것도 방법 중 하나였다. 미추홀구청에 전화하니 미추홀구 보건소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다. 경찰청과 법원 민원실에도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 모든 민원이 미추홀구 보건소로 모인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미추홀구 보건소가 한 달 뒤인 4월 원병원에 내린 행정처분은 정신건강요원 수 미충족(정신건강복지법 위반) 등 시정 명령으로, 환자 사망 책임과는 관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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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천장애인재활협회에 갔다가 도움을 준 변호사들을 만났다. 바로 병원장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인천지법에 냈고, 6월과 7월에 병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의무진료기록 수정 및 조작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7월부터 기습 방문 조사와 직권조사로 원병원 환자들의 감금과 사망 사실을 세상에 드러낸 인권위의 존재는 몰랐다. 알았다면, 인권위에 먼저 진정을 접수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이상한 일이 많았어요. 초기에는 병원 쪽에서 예지가 입원실 벽지를 뜯었다며 벽지값 29만원을 내라고 했어요. 예지 손톱이 안쪽으로 잘려져 있어서 벽지를 뜯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는데, 그래도 냈어요. 또 의료급여 대상자로서 이전 병원에서는 돈을 안 냈는데 여기서는 돈을 냈어요. 진료기록도 장애인 판정 때문에 이전에 뗐을 때와 사망 뒤 뗀 게 달라요. 변호사님은 향후 법적 분쟁(의료과실, 손해배상 등)에 대비해 기록이 그렇게 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어요.”

중국에서 어린 시절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예지씨는 2011년부터 구로구에 있는 한 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녔다. 16살 나이에 초등학교 6학년으로 편입해 중고교 과정도 이곳에서 마쳤다. 중학생 때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다 발작이 와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조현병 진단도 받았다. 이후 여러 정신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거나 입원생활을 했다. 이미 그때 정신병원이 험하고 무서운 곳이라는 사실을 조금은 깨달았다. 예지씨가 고등학생 때 입원한 곳은 부천이룸병원이었다. 원래는 부천더블유(W)진병원으로 가려 했으나 병상이 없었다. 둘 다 격리·강박 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로 한참 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곳이다.
부천이룸병원의 경우 멀쩡히 걸어서 들어갔는데 2개월쯤 뒤 간병인이 기저귀를 가져오라고 해 놀랐다. 예지씨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다. 병원에 가니 간병인이 중국 동포였다. 중국어를 썼더니 화장실로 따로 불렀다. 그 간병인은 “당장 퇴원시키라”고 말했다고 한다. 간병인은 같은 중국 동포로서 귀띔을 해준 거였다. 부천이룸병원은 지난해 8월 환자들의 손과 발, 가슴을 연속 386일까지 묶어놓고 지내다 불시에 병원을 방문한 인권위 직권조사로 적발된 정신병원이다. 현재 병원장 등 6명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예지를 마지막으로 본 건 사망 일주일 전인 2월18일이었어요. 예지 식탐이 심해져 늘 일주일 치 먹을 간식과 과일을 사 갔어요. 예지는 케이크를 좋아했어요.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를 사 갔더니 큰 게 먹고 싶다고 했어요. 예지 생일이 3월30일이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달 생일 때는 꼭 큰 케이크로 사 가겠다고 했지요. 그날 예지가 ‘엄마 사랑해’하면서 저를 꼭 안아줬어요.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임현숙씨는 “딸의 사건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했다. 본인과 딸의 이름을 실명으로 하고 사진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하기로 한 이유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정부에서 예지 같은 환자들을 위한 시설이나 병원을 운영해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중증의 지적장애인들이 살려고, 도움받으려고, 치료받으려고 병원에 간 거잖아요. 감금당하려고, 학대당하려고 간 거 아니잖아요. 사람을 이렇게 값없이 취급하면 안 되잖아요.”
원병원 원장 문혜원씨는 이예지씨 사망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겨레 전화에 “(자신이)주치의가 아니었고,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는 답변을 직원을 통해 전했다. 하지만 이예지씨 주치의는 문혜원 원장이 맞는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임현숙씨는 “원장이랑 상담했는데, 주치의가 아니라니 기가 막힌다. 설사 주치의가 아니더라도 원장으로서 책임이 없는 것이냐”고 말했다.
** 정신병원 인권침해 제보 및 상담 : 070-8666-4055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반구대정신병원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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