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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October 27, 2026

같이 갑시다, 한국은 빼고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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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왼쪽)과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21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이태원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왼쪽)과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21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이태원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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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경제산업부 기자

K-55 오산 공군기지가 있는 경기 평택 신장동의 회전교차로는 ‘같이 갑시다’ 한글 조형물과 ‘We go together’ 알파벳 조형물이 감싸고 있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미국 쪽 인사들은 한국말 ‘같이 갑시다’(Katchi Kapshida)로 연설을 마치곤 한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한-미 관계를 이만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도 없지만, 미국의 세계전략 우선순위에서 한반도가 중국·일본·러시아 아래에 있다는 현실을 가리기도 쉬운 말이다.

우리와 같이 갈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이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이 말을 종종 한다. 그의 엑스(X) 계정에는 #같이갑시다 #WeGoTogether 해시태그가 달려 있다.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개최한 특별 오찬간담회 자리에서도 한·미 기업인들에게 한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정비할 때 장점 등을 언급하며 “더욱 강화된 공급망 동맹” “영구적 제조업 통합”을 촉구한 뒤 “Katchi Kapshida”라고 했다. 암참 행사라고는 하지만 “단순한 공급자에 안주하지 말라”는 요구는 군인이 아닌 정치인의 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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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어도 생겼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원작자다. 그는 한·미 양국이 텍사스주 가스복합발전, 한국형 원전 2기를 포함한 대형 원전 8기 건설 프레임워크,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검토 등 대미 전략투자 방향에 합의한 직후 주한미국대사관 페이스북에 “We GROW Together”라고 썼다. 스틸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역사적인 한-미 투자 합의는 진정한 경제 파트너십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며 이 말로 마무리했다. 영한 대역 게시물인데, 주한미국대사관은 의도가 분명한 이 구호를 ‘같이 큽시다’(Katchi Keupshida) 등으로 번역하지 않았다. ‘저희도 함께하겠다’는 말로 눙쳤다. 산업계 인사는 “대미 투자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본인들도 ‘같이 성장하자’고 차마 번역을 못 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런 염치가 있을까. 스틸 대사는 브런슨 사령관이 참석한 암참 행사에서 “현재 한-미 관계가 난기류를 겪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기존 주장도 반복했다. ‘미국 기업’ 쿠팡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사와 제재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함께하겠다’고 말하는 ‘우리’(We)의 범위가 좁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중간선거에서 이겨보겠다며 한국이 알래스카에 500억달러(약 66조원)를 투자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백악관 행사에서 ‘우리’가 누구인지 명확히 드러났다. 알래스카 주지사·상원의원, 백악관 참모, 행정부 인사, 알래스카 에너지기업 대표를 병풍 세워 56분간 진행한 발표에서 트럼프는 혼자 35분을 떠들었다. 미국과 행정부 성과를 자랑할 때만 네차례 ‘우리’를 언급했다. 정작 합의 당사자인 한국은 돈만 대는 물주인 ‘그들’(they)로 부르며 철저히 제3자로 대했다. 그들은 우리한테서 많은 돈을 벌어갔다, 그들이 이제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그들이 미국 천연가스를 대규모로 사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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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등 국내 언론이 현지 취재로 확인한 알래스카 엘엔지 투자 여건은 심각하다. 미국 쪽 전문가들은 500억달러로는 어림없다고 본다. 사업비는 750억~1000억달러 이상이며, 이마저도 추정에 불과하다. 올해 1월 알래스카 주의회 상원 자원상임위원회는 알래스카 엘엔지 사업 타당성을 심사했다. 위원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추정한 사업비가 450억~650억달러였다. 12년 사이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상승, 노동자 임금 인상, 인허가 지연 등으로 미국 육상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비용은 폭증했다. 여기에 더해 알래스카는 혹한의 날씨, 영구동토층, 환경 이슈 등 사업비 증가 요인이 수두룩하다. 굴지의 글로벌 에너지기업이 모두 손 들고 나간 이유다. 주의회 심사에서는 1970년대 알래스카 종단 원유 파이프라인 사업 역시 같은 이유로 최종 사업비가 두 배 늘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공기 지연 등으로 늘어난 천문학적 사업비는 고스란히 가스 판매가격에 전가된다. 비싼 가스를 사줄 곳은 없으니 망할 일만 남았다. 이런 걱정도 1300㎞ 파이프라인에 이어 수출 플랜트까지 모두 완공됐을 때나 가능하다. 도중에 엎어지면 골조만 세워진 국도변 모텔 건물처럼 알래스카의 흉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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