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무죄’ 뒤집은 법원, 윤석열 노조 탄압에 면죄부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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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대표적 노조 탄압 사건인 ‘화물연대 파업’ 관련 재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막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화물연대의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는데, 2심은 파업의 정당성과 별개로 공정위의 조사 권한은 인정해야 한다며 1심을 뒤집었다. 2심 판결대로라면 정부가 적법한 파업에 대해서도 조사권을 앞세워 얼마든지 노동조합을 조사할 수 있게 돼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4-2형사부(재판장 엄철)는 지난달 29일 화물연대본부에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2022년 11월 윤석열 정권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하자, 화물운송 분야에 사상 첫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며 강경 대응했다. 특히 화물연대를 노조가 아닌 사업자단체라고 주장하며, 공정위를 동원해 노조가 소속 화물기사들에게 운송 거부를 강요하거나 비조합원의 운송을 방해했는지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노조 사무실 진입을 막자 검찰에 이들을 고발했는데, 공정위가 노조를 고발한 건 처음이었다.
1심 재판부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행동이기 때문에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공정위는 일부 조합원이 비조합원 차량에 물건을 던지거나 운송을 방해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근거로 조사에 나섰다.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담합 행위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보도된 개별 조합원의 일탈 행위를 화물연대본부가 지시하거나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공정위가 객관적 증거 없이 추측에 기대어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행동을 조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조가 이를 거부한 것을 범죄로 처벌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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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심 재판부는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파업 자체가 아니라 파업 과정에서의 운송 거부 강요 여부였기 때문에 파업의 정당성과 무관하게 조사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언론에 보도된 행위가 실제 있었는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정위가 조사에 나설 필요성은 인정된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할 객관적 필요성이 있었고, 설사 화물연대의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공정위의 조사권 행사 자체는 적법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화물연대본부가 개별 조합원에게 방해 행위를 지시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단서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노조 사무실을 조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위협하는 것이다. 노조 사무실에 대한 현장조사는 조직 운영과 내부 자료에 접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조사 과정에서 노조의 내부 논의와 교섭 전략이 노출되면 나중에 조사가 위법하다고 밝혀져도 원상회복이 어렵다.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까지 더해지면 노조의 정당한 권리행사마저 위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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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합원들이 찬반투표로 결정한 파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행위를 사업자들의 영업을 제한하는 행위로 간주하면, 노조의 집단행동은 언제든 사업자들의 공동 행위로 의심받을 수 있다. 노동3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며, 정당한 단체행동은 공정거래법의 일반적인 경쟁 제한 행위와 구별해 다뤄야 한다. 물론 폭력 등 불법 행위까지 보장해서는 안 된다. 그런 범죄는 별도로 수사해 형사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교섭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사용자와의 실질적인 힘의 균형도 가능하다.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건 혼자는 약하기 때문에 연대해서 같이 싸우기 위한 게 아닌가.
이런 맥락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화물연대 파업’ 사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더욱이 지난 6월 공정위는 노조의 정당한 단체행동을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개편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도 잘못을 인정한 행위를 법원이 뒤늦게 옹호하고 나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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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심 재판부는 화물운송의 안전운임제를 “최저 생계를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화물 노동자들이 과속·과적 등 사고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도입된 것으로, 단순히 운임을 높여달라는 게 아니라 노동자의 생존과 안전을 법으로 보장해달라는 취지”라며 “그 자체로 근로조건과 직결된 것으로 구성원들이 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함으로써 파업을 한 것은 단체행동으로 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윤석열 정권은 화물연대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공정위 고발과 검찰 수사로 탄압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에 면죄부를 줬다. 이러니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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