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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29, 2026

네팔 한 달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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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 데비가트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급류 홍수와 산사태로 피해를 본 건물 옆에 사람들이 서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 후퇴가 이번 참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4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 데비가트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급류 홍수와 산사태로 피해를 본 건물 옆에 사람들이 서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 후퇴가 이번 참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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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 | 지구환경부장

 사태 이후 한 달이 지났다. 단 한순간의 일로 발생한 사망자와 실종자가 네팔과 중국 티베트 지역을 합해 7500여명이다. 네팔 정부는 수색 작업을 종료하고 복구와 재건 단계로 가고 있다.

흔히 기후위기는 그 시간과 규모를 인간이 감각하기 어려워 외면받는다고 한다. 해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폭우와 폭염 강도가 강해지지만, 한 해 0.59㎝가 높아진(2024년) 지구 해수면의 평균 상승 속도를 사람이 직접 체감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네팔 사태는 달랐다. 실시간 영상으로 재난 상황이 전 세계인에게 전해졌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지진해일)처럼, 세계인이 기후재난을 간접 경험했다. 게다가 그야말로 한순간 너무나 많은 목숨이 희생됐다. 2026년 8월26일의 네팔은, 훗날 인류가 기후재난에 대한 태도를 고쳐먹은 계기로 평가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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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의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달 초 협회보 편집위원들 명의로 ‘언제까지 기후보도를 뒷순위에 둘 것인가’란 제목의 성명을 냈다. “당장의 현안에 밀려 기후 문제가 뒷순위로 취급되는 현실부터 돌아봐야 한다”, “기후 문제를 다루는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가 전세계 기후재난 현장을 연속 보도하는 등 일부 언론사들은 무게 있고 진중한 기획 기사를 전하기도 했다.

사실 기후 의제에 관한 국내 언론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다. 2000년대 초반 ‘북극곰의 눈물’이 잠깐 회자됐을 뿐, 2010년대 들어 기사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소식조차 주되게 다뤄지지 않았다(파리협정은 정식 명칭이 ‘Paris Agreement’로, ‘파리기후협정’이 아닌데도 굳이 ‘기후’를 붙여 부르곤 한다).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국내에 소개된 2019년부터 조금씩 보도 건수가 많아졌고, 2020년엔 한겨레를 비롯해 한국방송, 한국일보, 세계일보 등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전문기자를 정하고 전담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5년여가 흐른 지금 기후 의제 전담 조직이 남은 건 한겨레뿐이다. 물론 한겨레도 부서 인력이 주는 등 사정이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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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이웃 나라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유엔기후총회가 열렸던 재작년 바쿠 현지에 파견된 세계 각국 언론인은 3575명이었다. 한데 이 중 한국 기자는 한겨레 윤연정 기자와 세계일보 기자 둘뿐이었다. 이 문제를 다룬 윤 기자의 기사에서 옆 나라 일본 언론인은 줄잡아 60여명, 중국은 40명에 가까웠다. 기사엔 취재진이 20명 이상 바쿠에 간 이탈리아의 한 기자가 윤 기자에게 “우리나라 인구가 6천만명인데 기자가 20명밖에 안 온 건 확실히 문제”라고 털어놓는 장면이 나온다. 윤 기자가 “한국 기자는 둘뿐”이라고 답하자 이탈리아 기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너희 인구가 몇인데?”라고 묻는다. 그 기자의 표정이 상상이 간다. 한국 언론만 따로 놀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는 이조차 드물다.

기후위기를 막는 방법은 이미 수십년 전 제시됐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생태계 보존 지역을 확장하고 육식을 줄이는 것. 하지만 탄소 배출량은 지금도 증가한다. 그것도 특정한 이들이 주로 배출한다. 파리협정 이후 10년 동안 세계 1% 최상위 부유층이 배출한 탄소의 양은 하위 50%의 갑절이 넘는다. 이들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해결의 조짐이 보일 테지만, 이 일을 외면한 채 모두가 기후 파국으로 가고 있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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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은 미국과 중국, 인도 같은 주요 배출국들의 책임을 촉구하면서도 ‘손실과 피해 기금’에 먼저 지원을 요청했다. 4년 전 설립된 기금에 모인 금액은 네팔의 피해를 보상하기엔 턱없는 수준이다. 기금을 만들면서도 선진국들은 이 기금이 보상이나 배상의 성격이 아니라고 강조하기에 바빴다. 오직 선진국의 자발성에만 의존한, 강제성 없는 국제질서에 비해 기후위기는 심각하고 시급하다. 해마다 11월이면 열리는 유엔기후총회도 그래서 무용론이 나온 지 오래다. 2021년 이후 한겨레는 해마다 기후총회에 기자를 파견하고 있지만, 올해도 그래야 할지 고민이다. 네팔 사태 한 달, 우리는 모두 얼마나 자성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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