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異)면]다시 한국 찾은 샘 올트먼, 삼성·SK와 회동…1년 전 ‘AI 동맹’ 실체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1일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을 방문해 송용호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AI센터장에게 ‘코덱스 마이크로 키보드’를 선물하고 있다. 오픈AI 제공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삼성과 SK를 만났다. 메모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인공지능(AI) 투자 심리까지 냉각되자 국내 반도체 기업을 우군으로 붙잡아두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1년 전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로 출발한 ‘AI 동맹’이 구속력 있는 계약으로 이어졌는지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밤 입국한 올트먼 CEO는 31일 오전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 계열사 사장단 50여명과 간담회를 했다. 점심에는 서울 모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주요 임원들도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은 없었다.
삼성은 이번 간담회를 전사적 AI 전환(AX)을 위한 사장단 교육으로 규정했다. 반면 SK와의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등 기존 협력 사업을 점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트먼 CEO는 지난해 2월 방한에 이어 10월1일 두 총수를 연달아 만나 스타게이트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오라클·MGX 등이 4년간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초대형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프로젝트다. 올해 7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총수와 다시 만났다.
1년 전 약속의 핵심은 메모리였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등 AI 인프라에 필요한 첨단 D램 웨이퍼 투입량이 월 최대 90만장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4개 계열사가 메모리 공급과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참여하기로 했다. SK는 하이닉스의 메모리 공급 의향서와 SK텔레콤의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그사이 두 회사 실적은 크게 뛰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83조33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632.1% 늘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도 106조5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두 회사가 오픈AI와의 거래를 통해 거둔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월 90만장도 최대 전망치일 뿐 회사별 배분과 공급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연구기관 에포크AI의 4월 집계를 보면 스타게이트 미국 사업장의 계획 용량은 9GW(기가와트)를 웃돌지만 가동 중인 곳은 0.3GW에 그쳤다.
방한 시점도 공교롭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픈AI가 투자 유치 목표를 300억달러(약 40조원)에서 약 200억달러(약 26조7000억원)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경쟁사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점도 부담이다. FT는 오픈AI가 고액 자산가 등을 대상으로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모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인프라 계획도, 투자자 설득도 어려워지는 구조다. 이번 방한이 인프라 협력과 함께 투자 유치 기반을 다지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과 SK의 계산도 다르다. 삼성은 메모리 공급을 넘어 그룹 차원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SK는 지난 6월 전국 15GW 규모 AI 데이터센터에 약 1000조원을 투입하는 구상을 내놓은 만큼 대형 수요처 확보가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건은 의향서가 장기 공급계약으로 바뀌느냐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실적 설명회에서 전체 생산능력의 60~70%를 다년 공급계약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오픈AI가 이 물량에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동맹’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오픈AI의 자금 사정이 흔들리면 메모리 호황의 수혜가 특정 고객 한 곳의 투자 속도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트먼이 계속 한국을 찾는 건 결국 메모리 없이는 AI 인프라도, 투자 유치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의향서가 대금 조건까지 담긴 장기계약으로 바뀌어야 비로소 동맹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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