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박성진 감독처럼, 한국 기자들도 답답하다…어떻게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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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답답하네. 우린 축구를 했어요. 축구를….”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박성진 감독은 21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의 무승부(1-1)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북 대결의 정치적 의미를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답답하다는 듯이 푸념했다.
독일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 펠릭스 릴은 이날 “경기가 끝나면 감독끼리 서로 악수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박 감독은 “우리는 축구를 했을 뿐”이라고 짧게 답했다. 릴 기자가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 하자, 박 감독은 답답하다는 듯이 “참 이상한 질문을 하네. 우린 축구를 했어요”라며 불편해 했다. 일본 기자가 남북전이 갖는 특수성에 관해 묻자, 박 감독은 “(한국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질문 하지 말라”고 거듭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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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국제대회 기자회견장에서 남북 스포츠 교류의 의미를 묻는 일은 한국이 아니라 외국 미디어의 전유물이 됐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복싱 54㎏에서 공동 동메달을 딴 임애지(남한)와 방철미(북한) 기자회견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이가 매우 좋은 둘이 공동으로 인터뷰할 때 “서로 껴안아줬느냐”는 질문을 한 이는 일본의 교도통신 기자였다. 북한이 민감하게 여길지 몰라 남쪽 기자들은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한 말이었다.
지난 5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클럽챔피언십 결승전 뒤 우승팀 북한 기자회견장에서도 파행이 일어났다. 질문 도중 ‘북측’이라는 표현이 나왔고, 불쾌하게 여긴 북쪽 감독과 선수단은 회견장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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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21일 아시안게임 남북 여자축구 경기 뒤 북한 박 감독에게 “재일동포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힘이 됐는가?”라고 물었는데, 순간적으로 “북한 선수들에게”라고 말할 뻔하다가 가까스로 주워 담았다. 북한, 북측 등의 주어를 빼고 질문하지만,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박 감독은 목소리도 크고 거칠어 보이지만 팀을 분석하고 선수들을 평가할 때는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면모를 보였다. 마음의 벽이 낮아진다면 많은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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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국 기자가 ‘조선’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사용해 질문했다면 박 감독은 어떻게 나왔을까. 적어도 단답식으로 끊지 않고, 최대한 성실하게 답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경기 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와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응원단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남과 북의 상황처럼 두 조직이 대립할 것 같지만, 그것은 선입관이었다.
민단 쪽 응원단에 합류한 김달범 케이-원건물 대표는 “차 타고 오면서도 우리끼리 얘기 많이 했다. 호칭 문제인데, 북한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 김춘수의 시 ‘꽃’에도 그렇게 돼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들은 또 “가지도 못하는 나라를 (헌법에서) 영토로 규정하고, 정식 이름까지 안 불러주면 어떻게 교류하냐”고 했다. 총련 쪽 응원단 역시 “조선의 호칭을 제대로 불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스포츠 기자들이 남북 대결 무대에서 풍부한 기사를 쓰지 못하는 데는 호칭 문제가 주는 제한성도 한몫한다. 말이 같은데도 질문하지 못하고, 외국 기자에게 의존하는 것은 비극이다. 북한도 더 개방적이어야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호칭에 대해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아시안게임 현장에서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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