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보다 반도체 공장이 먼저냐”···여순 추념식 ‘홀대’, 유족·시민사회 분통
텅 빈 식전행사장. 연합뉴스
제78주기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 정부합동추념식에 김대중 전남광주시교육감이 불참하고 민형배 시장은 헌화·분향 뒤 자리를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첫 공식 추념사를 보내고 제주4·3의 비극을 겪은 제주도교육감까지 참석했지만, 정작 지역 행정·교육 책임자는 반도체 공장 착공식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예우는 뒷전이었다는 지적이다.
21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오전 순천시 오천 그린광장에서 열린 추념식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족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추념사를 보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약속했다. 2024년과 지난해 참석했던 국무총리는 올해 불참했다.
민 시장은 헌화·분향을 마친 뒤 20여분 만에 행사장을 떠났다. 자신의 추념사 순서를 앞두고 퇴장해 강명수 산업경제부시장이 대신 추념사를 읽었다. 김 교육감은 추념식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날 전남광주 북구에서 열린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반도체 공장 증축 착공식에 참석했다.
반면 제주4·3 희생자 유족들과 순천을 찾은 고의숙 제주도교육감은 추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지켰다. 고 교육감은 “10·19의 아픔은 제주4·3의 아픔과 다르지 않기에 공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할 지역의 시장과 교육감이 중도 퇴장하거나 불참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민사회는 여순사건에 대한 안일한 역사의식을 드러낸 행보라고 비판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남광주특별법에는 호남의 역사적 정체성과 헌법적 정신을 계승하도록 교육감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며 “김 교육감의 행보는 역사적 아픔을 미래세대에 올바르게 전해야 할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장수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은 통화에서 “시는 여순사건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그런데도 추념식을 소홀히 한 것은 희생자와 유족을 천대해 왔다는 방증”이라며 “유가족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고 말했다.
여수순천10·19범국민연대도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반도체 공장의 삽 한 자루는 귀하고 78년 전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들의 넋은 그보다 못하다는 말이냐”며 민 시장과 김 교육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희생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촉구했다.
특히 식전 행사인 4대 종교의례에서는 천주교가 누락되고, ‘순천북국민학교 시민 학살 사건’이 경찰에 의해 자행됐는데도 추모 연극에서는 군인이 총살한 것으로 묘사됐다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일정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앞으로도 공연 준비와 의전 등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SNS를 통해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해 깊이 송구하다”며 “22일 여순항쟁탑을 찾아 추모의 뜻을 전하고 유족회를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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