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문 앞서 가려진 ‘성범죄’ 신부 작품…예술은 예술가와 분리될 수 있나
프랑스를 공식 방문 중인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26일(현지시간)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이동하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가톨릭 성지인 프랑스 루르드에 있는 묵주 기도의 성모 대성당은 교황 레오 14세의 방문을 앞두고 건물 정면의 모자이크 작품 전체를 가렸다. 성범죄 등 혐의를 받는 신부의 작품이 노출되지 않도록 한 조치다. 가톨릭 교단 내 성범죄 문제와 함께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해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교황의 지난 26일(현지시간) 루르드 성지 방문을 앞두고, 성지 안에 있는 묵주 기도의 성모 대성당 외벽은 덮개로 꼼꼼하게 가려졌다. 애초 벽면에는 세계적인 모자이크 화가이자 가톨릭 신부인 마르코 루프니크의 작품이 있었다.
루프니크 신부는 1980년부터 2018년까지 고향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 로마에서 20명 이상의 여성을 성적·심리적·영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대부분은 수녀였다. 그는 의혹이 불거진 뒤 2023년 예수회에서 제명됐지만, 가톨릭 사제직은 유지한 채 바티칸에서 교회법상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묵주 기도의 성모 대성당 측은 2025년 루프니크 신부의 모자이크 작품 일부를 가렸다가, 이번에 전체를 가렸다. 이 대성당은 교황이 다녀간 뒤에도 장기간 이 같은 조치를 유지할 계획이다.
교황청도 지난해 바티칸 공식 뉴스 웹사이트에서 그의 작품을 삭제했다. 다만 실물 작품 철거 여부를 두고 각 성당에 일관된 지침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루프니크 신부의 작품은 묵주기도의 성모 대성당뿐 아니라 바티칸의 사도궁, 포르투갈 파티마 성모 성지, 마드리드 알무데나 대성당 등 세계 각국에 설치돼 있다.
작품을 둘러싼 존치 논쟁은 이어지는 중이다. 루르드 교구를 이끄는 장마르크 미카스 주교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루프니크의 모자이크를 보려는 게 아니라 성모 마리아에게서 위로를 얻으려는 것”이라며 “모자이크를 포함해 그 무엇도 그런 위로를 찾는 데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WP에 말했다.
반면 살인죄를 저지른 ‘바로크 미술의 거장’ 카라바조의 예를 들어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로마 사피엔차 대학교 루카 리비치니 건축학 교수는 카라바조를 언급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한 인간과 작품) 두 가지를 분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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