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비자 ‘장벽’ 높이는 트럼프…“글로벌 인재 유입 모두 막을 수도”

HR 플랫폼 ‘딜’…닉 카티노 글로벌 정책 총괄
미국 전문직 비자 B-1B 정책
10만달러 달하는 수수료 부과
법원 제동에도 1년째 대혼란
美 인재유입 비용 늘리는 동안
다른 국가들은 적극적인 유치
글로벌 인재지도 다시 그려
“인재는 결국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닉 카티노 딜(Deel) 글로벌 정책 총괄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고숙련 이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인재의 행선지를 가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딜은 기업의 해외 인력 채용과 급여 지급을 지원하는 미국 인사관리(HR) 플랫폼 기업으로 150여 개국에서 4만곳 넘는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 이민팀이 처리한 비자만 6000건이 넘는다. 카티노 총괄은 미국 의회에서 10년간 일하며 상원 은행위원회 국제금융소위원회 스태프 디렉터를 지냈다.
발언의 배경에는 1년째 안갯속인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H-1B) 정책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해외에서 새로 신청하는 H-1B에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의 수수료를 물렸다.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은 올해 6월 이 수수료가 의회의 위임 없이 부과한 세금이라며 무효로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포고령으로 수수료를 1년 연장하자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같은 달 30일 정부가 필요한 규칙 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시행 지침을 무효로 하고 집행을 막았다. 반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앞선 별도 소송에서 정부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두 차례 제동을 걸었지만 수수료를 되살리려는 행정부의 기조는 그대로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8월 10만3265달러의 수수료를 정식 규칙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수수료가 다시 시행될지, 시행된다면 언제부터 얼마가 부과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10만달러를 낸 청원은 700여 건에 그쳤다.
카티노 총괄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사이 국가별 인재 정책의 방향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인재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며 “미국이 인재 유입 비용을 높이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고숙련 인재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해외 연구 인재 유치에 17억캐나다 달러를 투입하고 2027년까지 H-1B 보유자 3만3000명에게 영주권 취득을 위한 신속 경로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했을 당시 1만명 정원이 불과 48시간 만에 찼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고용주 보증이나 취업 제안 없이도 신청할 수 있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인재용 ‘K 비자’를 도입했다. 영국은 세계 상위 5개 대학 졸업자 등의 비자 수수료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내년 1월 스톡옵션을 소득 요건에 포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테크 비자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AI·반도체·로봇 전문가를 겨냥해 만든 ‘톱티어 비자’를 교수와 연구자로 넓히고 2030년까지 350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티노 총괄은 “한국도 글로벌 핵심 인재 확보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톱티어 비자 취득자는 20명으로 아직 초기 단계다.
카티노 총괄은 각국의 경쟁을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데려오기 위한 경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이 단순히 더 낮은 인건비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희소성이 높고 부가가치가 큰 기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딜의 임금 데이터에서도 이런 특징이 나타난다. 미국 H-1B 보유자의 중위 연봉은 14만달러로 비슷한 직무의 미국 시민권자 13만달러보다 높았다. 중위 연령도 H-1B 보유자가 31.5세로 시민권자 37세보다 젊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데이터 과학자로 좁혀도 H-1B 보유자가 16만달러, 미국 시민권자가 15만4000달러였다. 영국에서도 숙련 노동자 비자 보유자의 중위 연봉이 9만6000파운드로 시민권자 8만7000파운드를 웃돌았다. UAE 골든 비자 보유자는 60만5000디르함으로 자국민 25만9000디르함의 두 배가 넘었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해외 인재 의존도가 높다. 딜이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5년 설립돼 1억달러 이상을 투자받은 미국 유망 스타트업에서 AI 엔지니어의 절반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었다. 엔지니어링과 기술 직군에 비자 보유자가 집중된 반면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영업과 크리에이티브 직군은 자국민 비중이 높았다.
카티노 총괄은 “이러한 인재들은 H-1B 비자 수수료와 같은 정책 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직군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고숙련 비자의 문턱을 높일 경우 단순히 외국인 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AI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희소 인재 확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정책이 흔들릴수록 기업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카티노 총괄은 “기업들이 어느 국가에서 채용 자리를 열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민 전략이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국경을 넘어 인재를 이동시키고 고용하는 것은 단순한 백오피스 업무가 아니다”며 “필요한 인재가 어디에 있든 접근하고 더 빠르게 일을 시작하게 하며 장기적으로 핵심 인재를 유지하기 위한 경쟁력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하나의 인프라로 인식하는 기업들은 더 빠르게 채용하고 더 많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를 향한 메시지는 더 분명했다. 카티노 총괄은 “앞으로의 핵심은 고숙련 인재 이민을 단순한 국경 관리의 문제로 볼 것인지, 아니면 경제 정책의 문제로 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며 “두 관점 모두 정당한 정책적 우선순위이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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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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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톱티어비자 제도를 확대해 2030년까지 AI 및 반도체 분야 핵심 인재 유치에 나섭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과 첨단 반도체 부문의 사업을 영위하며 고숙련 전문 인력 확보와 직결되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고급 인력 유치 정책이 장기적으로 반도체 경쟁력과 인재 확보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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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톱티어비자 대상을 교수와 연구자로 넓히며 고급 인력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며, 기사에서 다룬 고숙련 기술 인재 확보 환경과 간접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전문 인재 유치 정책 확대를 연구개발 역량 강화의 기회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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