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재정문제, 기업 전이될 일 없어”

마티외 샤브랑 티케하우캐피탈 공동창업자
기업 역외매출 비중 높고
독일 재정확장이 성장 지지
정치 불안, 기업영향 없을 것
유럽 환경 규제 일찍 강화해
전력망 효율화 기업들 유망
“사모자산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려 할 때 미국의 대안은 유럽이 유일하다. 미국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고 달러가 장기 약세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분산이 필요하다.”
마티외 샤브랑 티케하우캐피탈 공동창업자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환헤지 비용과 저성장 우려로 유럽 투자를 망설이는 한국 투자자를 두고 이같이 조언했다.
티케하우캐피탈은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범한 유럽계 대체투자 운용사다. 사모대출, 실물자산, 사모주식(PE) 등에 걸쳐 약 535억유로(약 80조원) 규모 운용자산(AUM)을 굴리고 있다.
그는 유럽을 둘러싼 정치 불안과 재정위기 이미지를 두고 재정 문제가 기업 부문으로 전이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유럽 기업의 역외 매출 비중이 커졌고, 독일의 대규모 재정 확장이 우주항공·방산·전동화 분야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견고한 법치, 유럽중앙은행의 경기 대응 능력, 남유럽 은행의 디레버리징 완료도 향후 유럽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근거로 꼽았다.
샤브랑 창업자는 “유럽은 밸류에이션과 레버리지 수준이 모두 낮아 고금리 환경에서 필요한 안전한 마진을 제공한다”며 “유럽에 대한 한국 투자자 관심이 커짐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에너지 전환은 티케하우가 일찌감치 베팅해온 테마다. 샤브랑 창업자는 “기후 이슈에 머물던 분야가 각국 주권의 중심이 됐다”며 “AI 주도권을 지키려면 저렴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력망 효율화와 산업·건물·운송 전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규제가 일찍 강화한 유럽에 이같은 기업이 몰려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미국 사모 크레디트 시장이 흔들린 배경으로는 과잉 유동성을 꼽았다. 미국은 대형 은행과 지역 은행,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 자금 공급원이 가장 풍부한 시장이다.
그는 “애초 자기자본으로 조달했어야 할 기업에까지 한계 자금이 대출 형태로 흘러 들어갔다”며 “레버리지와 지배구조, 업종 측면에서 훨씬 공격적인 금융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업종이 소프트웨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체 사모 크레디트 가운데 정보기술(IT)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이 가운데 소프트웨어 비중이 80%에 달했다.
티케하우의 경우 그 비중은 7%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샤브랑 창업자는 “결국 포트폴리오 구성과 분산의 문제이고, 이것이 크레디트 투자의 제1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운용사 성과를 가르는 것은 부실 발생 여부가 아니라 부실을 다루는 역량이라는 것이 티케하우의 판단이다.
해당 국가에 현지 조직을 둬야 하고, 부실 관리에 힘쓰면서도 본업을 이어갈 만큼 플랫폼이 커야 하며, 회사 경영권을 넘겨받아 주주로서 운영할 수 있는 PE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샤브랑 창업자는 “사모 크레디트 시장에선 언제나 부도가 있었다”며 “10~15년간 이어진 초저금리와 완화적 통화정책 속에 투자자들이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 사이클 재진입을 두고는 기회와 부담이 함께 있다고 봤다. 사모 크레디트은 기본적으로 변동금리 사업인 만큼 단기 금리 상승은 수익률에 긍정적이다. 다만 차주의 차환 부담도 커지게 된다.
성장 테마 수혜를 받는 업종을 선별하고, 그 안에서 스프레드와 약정(커버넌트), 계약 문서를 엄격히 따저야 한다는 조언이다.
샤브랑 창업자는 “조달 비용과 신용 스프레드가 재조정되는 것은 크레디트 사이클에서 늘 건강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주목하는 분야는 ‘스페셜 오퍼튜니티’ 전략이다. 사업은 좋지만 재무구조가 잘못된 기업에 준(準)자본 성격의 자금을 넣어 재무구조를 바로잡아주는 방식이다.
샤브랑 창업자는 “신용 비용이 오르고 자본시장 문턱이 높아진 지금 은행이나 자본시장과 다른 맞춤형 금융을 제공하는 사모 크레디트 기회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도 지금 접근하기 적절한 자산군으로 평가했다. 샤브랑 창업자는 “부동산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격 재조정을 거쳐야 하는 자산”이라며 “시장에 강력한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티케하우는 내년 서울사무소 개소 10주년을 맞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기관을 중심으로 30여곳의 한국 투자자가 티케하우의 유럽·미국 전략과 세컨더리 전략에 출자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아시아 역내 투자도 시작했다. 사모 크레디트 펀드를 이미 선보였으며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한 PE 펀드 출시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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