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갈등 해결 못하는 ‘중도’ 정당…힘 받는 극우·극좌
“그리스에서 프랑스까지” 연대하는 학생들 20일(현지시간) 그리스 테살로니키의 아기아스 소피아스 광장에 학생들이 농성장을 설치했다. 이들은 “그리스에서 프랑스까지, 우리는 공공 무상 교육을 위해 싸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AFP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의 이면엔 ‘중도 정치의 쇠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등 전통적인 정당들이 경제적 불만과 사회적 갈등에 대해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극우·극좌 정당들이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 4월 프랑스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20일 현지매체 LCI 및 수드 라디오와 공동으로 지난 17~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어떤 구도를 가정하더라도 1차 투표에서 34~38%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지지율 15~20%로 집계돼 2위 자리를 확보했다. 결선투표를 가정한 조사에서도 르펜 의원은 조사 대상에 포함된 모든 상대 후보를 앞섰다.
이 같은 극우·극좌 정당 부상의 배경에는 기성 정치를 향한 불신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조한 경제성장률과 높은 인플레이션, 막대한 정부 부채, 청년층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분노가 시위와 극우·극좌 포퓰리즘 정당의 부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엘리트 집단이 정당을 이끌면서 빈곤층·노동자·청년층과의 연결고리를 잃었다고 봤다.
스티븐 E 소콜 미국독일협의회장은 중도 진영이 이뤄온 이른바 ‘국민정당’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자와 청년층이 보다 극단적인 정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자신들이 뒤처졌다고 느끼고, 주변에서 보이는 번영과 안보의 혜택에서 소외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급진주의 정당들은 유럽 곳곳에서 약진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지난달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이 작센안할트주 의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도 극좌 성향 좌파당이 1위를 했다. 이탈리아·체코·핀란드·슬로바키아·크로아티아에서도 극우 정당들이 활동하고 있다.
반면 중도 정치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반 크라스테프 불가리아 자유전략센터 소장은 유럽 주요국의 선거를 앞두고 극우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럽은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극우 정당들이 우파 연립정부에 참여하면서 중도의 힘이 더욱 약해질 것으로 봤다.
특히 내년 봄 치러질 프랑스 대선은 유럽 정치 지형의 핵심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르펜 의원이 승리한다면 유럽연합(EU)과 유로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는 다양한 계층과 집단을 아우르는 정치 전략인 ‘빅텐트 포퓰리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핵심은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과 다양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고 임금이 오르며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공동 번영을 위한 의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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