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사과하고 다시 묻고…취임 100일 앞둔 위성곤 도정

칭다오 항로는 사과·재협상…BRT·쓰레기 공약은 다시 검토
제2공항·풍력 새 해법도 논란…무사증 구상은 사실상 동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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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합뉴스) 지난 7월 1일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열린 제40대 제주도지사 취임식에서 위성곤 제주도지사가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취임 100일을 앞둔 위성곤 제주도정이 주요 정책을 수습하거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선거 공약은 재검토 대상이 되고 취임 뒤 내놓은 정책 구상과 제주 제2공항 등 장기 현안의 해법도 반발과 논란에 직면했다.
전임 도정에서 이어진 현안을 수습하는 동시에 자신의 공약과 새로운 정책 구상을 실제 행정에서 어떻게 풀어낼지가 취임 100일 이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혈세 낭비 사과"…공약·정책 구상은 현실과 충돌
"칭다오 국제항로 관련해서 혈세가 낭비되는 것에 대해 도민 여러분께 공식적으로 사과드립니다."
위 지사는 지난 7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제주∼칭다오 국제 화물선 사업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했다.
그는 "물동량 관련 예측 자체가 대단히 실패했다"라며 "정책 실패로 인해 손실보전금이 나가게 돼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투자심사를 받지 않은 데 대해서도 "행정의 판단 실수"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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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8일 제주항 10부두에서 중국 칭다오항에서 온 첫 수입 화물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5.10.18 khc@yna.co.kr
제주∼칭다오 항로는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이 추진한 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제주항과 중국 칭다오항을 잇는 국제 컨테이너 정기항로로 취항했다.
하지만 실제 물동량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면서 제주도가 중국 선사에 지급해야 할 손실보전금이 불어났고 중앙투자심사를 받지 않은 사실까지 드러나 논란이 됐다.
위 지사는 전임 도정에서 시작된 사업이지만 현직 도정 책임자로서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에 나섰다.
제주도는 현재 도의 손실 보전 부담을 연간 50억원 이내, 2년간 100억원 이내로 제한하고 물동량이 늘어날수록 부담이 줄어드는 방식의 새 협약을 중국 선사와 협상하는 한편 중국 측에도 항로 정상화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선거 과정에서 폐지나 변경을 약속했던 일부 정책은 취임 뒤 다시 의견수렴과 재검토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간선급행버스체계(BRT)의 섬식 정류장과 양문형 버스다.
위 지사는 후보 시절 섬식 정류장과 양문형 버스에 대해 "폐지가 답"이라고 밝혔고 당선인 시절에도 BRT 사업을 전반적으로 손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취임 뒤에는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민간 주도 협의체의 의견수렴과 권고를 거쳐 최종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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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합뉴스) 지난 16일 위성곤 제주지사가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6.9.16 [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위 지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폐지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하반기 민간 협의체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책 권고에 따라 최종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도의회 등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던 도정이 취임 뒤 다시 의견수렴 절차를 밟으며 행정이 내려야 할 결정을 도민 의견에 기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역시 비슷하다.
위 지사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폐지하고 상시 배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도가 오는 10월 추진하려던 시범운영은 참여 동 지역을 구하지 못해 무산됐다.
위 지사는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정책 방향을 다시 정하고 최대한 공약을 지키겠다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취임 뒤 새로 내놓은 정책 구상이 알고 보니 정부가 이미 난색을 보인 사안이었던 경우도 있다.
위 지사는 지난 7월 제주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의 다른 지역 여행을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법무부가 이미 지난 3월 같은 내용에 '수용 곤란' 입장을 밝힌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후 정부 차원의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이 구상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
취임 직후 의욕적으로 꺼낸 정책 제안이었지만 주무 부처의 기존 입장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건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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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합뉴스) 제주 제2공항 건설 찬성단체들이 지난 9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추진 촉구 범도민 총력 집회'를 열고 제2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풀리지 않는 제2공항 갈등…풍력 새 기준도 '진통'
더 복잡한 것은 오랫동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선 현안이다.
위 지사는 11년째 이어진 제주 제2공항 갈등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 아래 환경영향평가 절차와 함께 도민 의견을 모을 가칭 '제2공항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되면 제2공항을 중점평가사업으로 지정하고 전문기관 교차검증을 확대하며, 도의회 동의에 앞서 도민 의견수렴을 마치겠다는 '3대 방침'을 내놨다.
도는 내년 1월까지 갈등조정협의회에서 의견수렴 방식을 정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의견수렴을 마치겠다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갈등을 풀기 위해 추진한 협의회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됐다.
제2공항 건설 찬성단체는 지난 9일 도청 앞에서 주최 측 추산 500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어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에 반대했고, 도의회에서도 국책사업인 제2공항에 도의 공공갈등 관련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도 사회협약위원회는 지난 15일 찬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더 듣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갈등조정협의회 운영계획안 심의를 보류했다.
당초 9월 말까지 협의회를 구성하려던 계획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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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위 지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주도가 직접 의견수렴을 추진하면 객관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독립적인 협의체가 필요하다며 이해관계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설득해 절차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지난 11년간 갈등해 온 만큼 이제 갈등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제2공항 문제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갈등을 풀기 위한 협의체 구성 자체가 새로운 갈등의 대상이 되고 첫 단계부터 일정이 늦어지면서 '내년 상반기 마무리'라는 위 지사의 시간표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협의회가 출범하더라도 참여 주체와 논의 범위, 의견수렴 방식 등을 정해야 하는 만큼 남은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풍력발전에서는 제주도가 추진하는 새로운 이익공유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도는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의 사업성을 높이면서 개발이익을 도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사업자가 이익 일부를 내놓는 기존 방식과 함께 주민이 사업에 직접 투자해 배당을 받는 방식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논란은 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풍력발전 조례 개정안에서 사업자의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에 '주민참여 계획'을 포함하면서 불거졌다.
기존 이익공유는 공공자원인 바람에서 얻은 이익 일부를 도민사회에 돌려주는 방식인 반면 주민참여는 투자한 주민이 수익을 얻는 방식이어서 둘을 같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시민사회와 도의회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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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의회는 지난 22일 본회의에서 이익공유와 주민참여를 별도 조항으로 분리한 풍력발전 조례 개정안을 최종 가결했다.
도는 기존 이익공유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주민 투자를 함께 활용해 도민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위 지사도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이익공유 비율인 17.5%(풍력사업 당기순이익 가운데 도민사회에 환원하는 비율)를 고집하지 않겠다며 이익공유 방식의 변경 필요성을 밝혔다.
쟁점은 사업성을 확보하면서 공공자원인 바람에서 나온 이익을 도민 전체와 사업지역 주민에게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지다.
사업자의 부담을 낮추는 과정에서 풍력자원 공유화 원칙이 약화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와 사업성이 떨어지면 대규모 해상풍력 추진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 사이에서 도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취임 100일을 앞둔 위성곤 도정은 이제 공약과 현안 해법을 제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칭다오 항로에서는 재협상 결과를, BRT와 재활용품 배출제에서는 공약과 현실 사이의 최종 선택을 내놓아야 한다.
제2공항은 갈등 조정 절차 자체를 둘러싼 갈등을 풀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시간표를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풍력에서는 사업성 확보와 공공자원에서 나온 이익의 도민 환원을 함께 담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어떤 결정을 내리고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취임 100일 이후 위성곤 도정의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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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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