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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22, 2026

“그냥 살면 세금 20조원” 부자세 피하려 이사 가고 또 간다…억만장자들의 ‘주소전쟁’ [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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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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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억만장자들이 잇따라 거주지를 옮기고 있다.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플로리다와 네바다로 거처를 옮겼고,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 등도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이들이 움직인 배경에는 오는 11월 주민투표에 부쳐질 ‘억만장자 부자세’가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춘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페이지가 캘리포니아에 계속 거주했다면 부담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세금이 약 15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페이지의 추정 재산은 2920억달러다. 캘리포니아가 추진하는 부자세의 세율 5%를 단순 적용한 금액이다. 실제 과세액은 과세 대상 자산과 거주자 인정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다음달 3일 투표하는 ‘주민발의안40호’는 2026년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거주자 가운데 순자산 10억달러를 넘는 사람에게 일회성으로 최대 5%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부동산과 일부 연금·퇴직계좌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기업 지분과 주식, 미술품, 지식재산권 등은 포함된다. 세수의 90%는 의료 분야에, 나머지 10%는 식량 지원과 교육 관련 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래리 페이지. 위키피디아

래리 페이지. 위키피디아

세금은 단순히 연간 소득이 아니라 보유 자산의 가치에 부과된다. 주식 가치가 급등해 재산이 늘어났더라도 실제로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지 않았다면 세금을 낼 현금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기업 창업자에게는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이다.

부자세 현실화가 코앞에 닥치자 페이지는 마이애미에 약 1억7340만달러(약 2400억원)를 들여 주택 두 채를 매입했다. 브린도 네바다주 타호 호수 인근에 약 4200만달러(약 58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포춘은 두 사람의 거주지 변경을 비롯해 억만장자들의 이동이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 세금 회피 여부는 법적으로 거주지를 어디로 인정받는지에 달려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구글 창업자들과 달리 캘리포니아 잔류를 택한 인물도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다. 블룸버그는 21일 메타가 저커버그와 8년간 회사 본사가 있는 관할 지역에 거주하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가 부자세 도입을 이유로 캘리포니아를 떠날 가능성을 검토하자 회사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메타는 저커버그가 세금 납부를 위해 의결권 있는 주식을 매각해야 할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를 저커버그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를 떠나기로 했다가 마음을 바꾼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회사의 인공지능(AI) 투자와 경영 안정성을 위해 창업자의 거주지를 유지하려는 기업 차원의 이해관계도 작용했다. 부자세가 개인의 거주 문제를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와 인재 확보 전략까지 흔들고 있는 셈이다.

캘리포니아를 떠난 억만장자들이 선호하는 곳은 플로리다와 텍사스, 네바다 등이다.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주 차원의 개인소득세가 없고, 네바다 역시 주 개인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특히 플로리다는 개인소득세뿐 아니라 주 차원의 자본이득세와 포괄적인 순자산세도 없다. 소득세와 자산세를 함께 고려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는 이유다.

물론 이들의 이동을 모두 부자세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일론 머스크는 2020년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옮겼다. 당시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의 코로나19 방역 규제 등을 비판했고, 텍사스의 스페이스X와 테슬라 사업 확장도 이주의 배경이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소득세 차이가 상당한 세금상 이점을 제공한다는 점도 함께 거론됐다. 이번에 추진되는 일회성 부자세와는 별개의 사건이다.

부자세 피하려 나라 옮기는 억만장자들

억만장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부유층과 자본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인지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년 동안 비슷한 논쟁이 이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990년에는 유럽 12개국이 개인의 순자산에 정기적으로 세금을 부과했지만, 이후 여러 나라가 이를 폐지했다. 오스트리아는 1994년, 덴마크와 독일은 1997년, 네덜란드는 2001년, 스웨덴은 2007년에 각각 순자산세를 폐지했다. 프랑스도 2018년부터 기존의 광범위한 부유세를 부동산 자산에 한정한 세금으로 대체했다.

2026년 기준 유럽에서 개인의 순자산 전반에 정기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는 노르웨이와 스페인, 스위스다. 다만 세율과 공제 범위, 과세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벨기에 등은 일부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개인이 보유한 전체 순자산에 포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와는 구별된다.

스페인은 일반 부유세와 별도로 순자산 300만유로를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자산 연대세’를 2022년 도입했다. 세율은 과세 대상 자산 규모에 따라 1.7~3.5%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거둔 부유세를 고려해 연대세를 추가 징수한다. 이 제도는 고액 자산가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려는 정책의 한 사례다.

노르웨이는 부자세 논쟁에서 더욱 자주 등장하는 나라다. 로이터통신은 노르웨이의 부유세 강화 이후 부유층의 해외 이주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는 순자산이 일정 기준을 넘는 개인에게 지방세와 국세를 합쳐 통상 1~1.1%의 세금을 부과한다. 2022년 세율이 조정되자 기업가와 억만장자를 포함한 부유층이 스위스 등으로 이동했다. 로이터는 최근 2년간 500명 넘는 부유층이 해외로 이주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르웨이의 부호 크젤 잉에 뢰케다. 해운·산업 분야에서 부를 축적한 그는 2022년 스위스 루가노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르웨이의 부유세 인상 이후 30명이 넘는 억만장자와 백만장자가 스위스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부자세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로이터는 노르웨이의 부유세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0.6%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부유층의 해외 이주에도 세수는 늘었다. 세금 인상으로 일부 자산가가 떠나더라도 남은 납세자의 부담과 과세 기반에 따라 정부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기업가의 이탈이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로 살펴야 한다.

프랑스의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도 부유세 논쟁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2012년 프랑스에서 고소득자에게 최고 7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아르노는 벨기에 국적 신청 사실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다만 그는 당시 벨기에 국적 취득이 세금 회피 목적이라는 해석을 부인했고, 프랑스의 세법상 거주자로 남아 세금을 낼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부자세, 불평등 줄인다 vs 부자들만 떠난다

캘리포니아 부자세 논쟁에서 경제학자들의 의견도 갈린다. 세금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쪽은 초고액 자산가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이 복지와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세금이 자본과 기업가의 이탈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세수를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자세 도입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는 에마뉘엘 사에즈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교수다.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가브리엘 주크먼 교수와 함께 캘리포니아 부자세 도입안을 설계한 그는 억만장자들이 기존 소득세 체계에서 충분한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사에즈 교수는 지난달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열린 토론에서 부자세 반대론자들이 억만장자들의 이탈을 우려하지만,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과 캘리포니아의 기술기업 생태계를 고려하면 이들이 모두 떠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부자세로 확보한 재원을 의료 등 공공서비스에 투입하는 것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매슈 칸 USC 경제학과 교수는 정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부자세가 일회성 세수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부유층이 떠나면 기존 소득세 수입이 줄어들고 정책 당국이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취지와 별개로, 세금이 실제로 얼마나 걷힐지와 그 뒤에 발생할 경제적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조슈아 라우 교수와 벤저민 자로스 연구진도 최근 발표한 분석에서 부자세의 세수 효과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이미 캘리포니아를 떠났다고 공개적으로 확인된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전체 과세 기반의 약 30%에 해당한다고 추산했다. 이를 반영하면 일회성 부자세 수입은 약 300억달러에 그칠 수 있고, 이주로 사라지는 장기 소득세 수입까지 고려하면 주 정부의 재정에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부자세가 기업 투자와 경제활동을 반드시 위축시킨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예일대 경제학 연구기관인 카울스재단의 마리우스 링 연구원은 2021~2025년 노르웨이의 세제 개편을 분석한 2026년 10월 연구에서 세금 인상에 따른 부유층 이주는 확인됐지만, 그 영향은 주로 상위 0.1%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세제 개편 때문에 이주한 사람이 최대 100명으로 추정되며, 이주한 사업주들의 기업에서 투자 감소나 파산 증가가 나타났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는 부유층의 해외 이주와 세수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2025년 11월 보도에서 노르웨이의 부유세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0.6%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세금 인상 이후 부유층이 스위스 등으로 이동했지만, 정부는 부유세가 조세 체계의 누진성을 높이고 사회적 평등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의 로베르토 이아코노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부유세가 없으면 불평등이 커지고, 부유세가 있으면 스타트업에 투입될 자본이 줄어든다”며 “정치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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