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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1, 2026

화장실 휴지와 꿈의 불평등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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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행진하는 시위대. AF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행진하는 시위대.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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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윤 | 논설위원

 프랑스 파리 외곽 크레테유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시위가 1968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 청년 시위로 번졌다. 시위 배경엔 정부의 공공지출 삭감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과 ‘입시 부담’에 대한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대도시 부촌 학생은 좋은 학교와 우수한 교사의 혜택을 누리며 대입을 준비한다. 반면 외곽 공립학교 학생은 교실에 책걸상이, 화장실엔 휴지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환경에서 공부한다. 교사도 없이 자습하며 입시에 뒤처질까 불안에 떠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바칼로레아(대입 논술)만 보던 대입에 2018년부터 학교생활기록부(내신·방과후활동)와 자기소개서 등 ‘스펙’을 반영한 데 대한 불만도 한몫을 했다. 개인이 극복하기 어려운 ‘교육 격차’를 벌려놓고, 그것을 ‘능력 차이’로 정당화하고 ‘보상 차별’로 귀결시킨 정부에 대한 저항인 셈이다.

한국도 대입에 스펙을 반영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정량적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의 역량과 잠재력을 키우고 정성적으로 평가한다는 취지였다. 입학사정관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시범 도입한 뒤, 이명박 정부 때 급속도로 확산됐다. 소논문, 외부 대회 수상, 외부 봉사활동 등 ‘스펙 쌓기 열풍’과 ‘금수저 특혜’ 부작용이 컸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대입전형 단순화 방안’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어 외부 스펙 반영이 금지됐다. 문재인 정부 때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논란으로 자기소개서와 자율 동아리, 개인 봉사활동, 교내 수상 경력의 대입 반영까지 완전히 폐지됐다. 현재는 교과목 성적, 세특(어떤 과목을 이수하고 어떻게 수업에 참여했는지를 보는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정규 동아리 활동,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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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에서 스펙 부담이 줄었다곤 하나, 고교 진학과 동시에 진로에 부합하는 과목·동아리를 선택하고, 상대적 우월을 증명하는 ‘뼈대’는 공고하다. 고작 10대 후반인 아이들에게 진로를 확정하고, 3년간 일관된 서사로 진로를 구체화해 평가받을 것을 요구하는 ‘출발선’부터 필연적으로 불평등하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성인이 태반이다. 더욱이 인간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줌인 양극화 시대다. 부모의 삶으로부터 진로의 전망을 찾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이도 한줌이다. 상당수 아이들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진로희망이 있어도 되기 어렵다는 걸 안다.

가정에서 비롯된 격차를 좁혀줘야 할 교사들은 수업 진도를 빼기도 바쁘다. 학교 평판에 결정적인 우수 학생 또는 문제 학생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설사 학생이 진로를 찾았다고 해도 특목고·자사고나 학군지 일반고가 아니면, 교사가 없어 과목 개설조차 안 되는 학교가 많다. 학원도 이미 부모·교사의 지원을 많이 받는 아이들이 더 좋은 곳에 더 많이 다닌다. 똑같이 열심히 살았어도 부모가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에 따라 생기부가 달라진다. 진보 교육감과 진보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인 이후엔 이런 ‘구조적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논의조차 잠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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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비강남 일반고 3학년인 아이가 얼마 전 모의고사를 보러 강남의 한 고교에 다녀온 뒤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학교는 정말 명문고인가 봐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 물어봤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화장실 휴지가 입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칸칸마다 있어요. 교실 에어컨도 신형이고 선풍기가 네대나 있어서 교실 전체가 시원해요. 무엇보다 학교 곳곳에 멋진 그림이 걸려 있더라고요….”

돌이켜보니 나와 내 아이가 공교육을 받은 24년간 학교 화장실 휴지 비치 방식, 에어컨 성능, 벽에 걸린 그림 같은 ‘존재 욕구’에 무관심했다. 휴지나 에어컨이야 있기만 하면 되고, 그림 같은 건 기대조차 한 적이 없다. 학폭 안 당하고, 성적이 뒤처지지 않는 ‘생존 욕구’를 채우기도 급급했다. 나 때와 달리 진로 중심 교육과정으로 바뀌었지만, 나 때와 같이 교사들이 학생의 진로 준비를 돕지 않는 건 ‘당연’하다고 체념했다. 어차피 공부는 학원에서 배우는 현실에서, 학원에 보낼 수 있는 형편을 ‘다행’이라 안도했던 것도 같다. 교육의 본질이 시민 형성에 있다면, 비록 화장실에 휴지는 없을지언정 아직은 프랑스가 우리보단 교육 선진국 아닐까 생각해봤다. ‘프랑스는 고교생이 구조적 불평등을 치받을 줄도 아는구나. 이게 바칼로레아의 위력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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