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녹색당, ‘시온주의=인종차별’ 결의안 채택···이스라엘 반발
모틴 알리·레이첼 밀워드 영국 녹색당 부대표가 2일(현지시간) 영국 브라이튼에서 열린 녹색당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시온주의 관련 결의안에 대해 알리 부대표는 지지 의사를, 밀워드 부대표는 비판적 의사를 표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녹색당이 시온주의를 인종차별로 규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스라엘과 영국 내 유대인 단체 등은 “이스라엘의 자결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녹색당은 4일(현지시간) 전당대회를 열고 찬성 1022표, 반대 813표로 시온주의를 “다른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과 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명시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로이터·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녹색당은 유럽 내 주류 정당 중 최초로 공개적으로 반시온주의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시온주의는 구약성경에서 약속된 유대인의 땅 예루살렘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자는 일종의 민족주의 운동이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대규모 정착촌을 건설하고 영토 확장에 나서는 이념적 근간이기도 하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녹색당의 이번 결정은 최근까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등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과 폭력 사태를 향한 국제사회의 분노와 궤를 같이한다. 결의안은 “시온주의의 실질적·물질적 발현은 팔레스타인을 향한 지속적인 비인간화, 강제 이주, 재산 몰수, 권리 박탈 및 파괴였다”고 명시했다. 또 녹색당은 팔레스타인인의 자결권을 강조하며 “팔레스타인 전역에 단일 민주적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지지한다고 했다.
모틴 알리 부대표는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에서의 막대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표결의 주요 배경이었다며 “시온주의는 한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으로 인종 청소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삭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해당 결의안이 “명백한 반유대주의”라며 “이는 이스라엘 국가의 파괴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유대인 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진보 유대교 운동은 “녹색당은 반유대주의를 당 정책으로 삼아 인종차별적 정당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유대인 대표위원회 등 다른 3개 단체도 투표 전 녹색당에 보낸 서한에서 “녹색당은 선거에서 영향력 있는 영국 정당 중 최초로 노골적인 반유대주의적 정치 강령을 채택한 정당이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녹색당의 시온주의 비판이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반감을 부추긴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이스라엘인, 나아가 모든 시온주의자를 팔레스타인에 대한 만행의 책임자로 몰아세우고 집단으로 처벌하려는 것은 부당하다”며 “하마스의 살인자들이 통치할지 모르는 팔레스타인 정부 아래에서 유대인이 살도록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선택권을 아예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녹색당 소속 의원 5명 중 4명도 해당 안건에 반대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잭 폴란스키 녹색당 대표의 이스라엘 입국을 금지했다. 유대인인 폴란스키 대표는 20세기 초 유대인 박해를 피해 동유럽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가문의 일원으로, 청소년 시절 유대인 정체성을 되찾는다는 의미로 성을 폴란스키로 바꾼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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