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흉기 살해 60대, 피해자 ‘스마트워치’ 강제로 뜯어냈다
제주서부경찰서. 경향신문 자료사진
제주에서 4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60대 남성이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스마트워치를 강제로 뜯어내 신고 기회를 차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13일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피의자 A씨는 과거 연인이었던 B씨의 주거지 앞에서 귀가하는 B씨를 기다렸다가 차량까지 끌고 가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실랑이를 벌이던 중 B씨가 손목의 시계를 만지며 어디론가 연락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A씨가 이를 뜯어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워치는 끈이 분리된 상태로, B씨 주거지 입구에 떨어져 있었다.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긴급 버튼을 누르면 경찰에 자동 신고가 접수되고 실시간 위치 정보가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사건 당시 A씨의 방해로 버튼을 누르지 못하면서 결국 당일 신고는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차에 태운다”며 범행을 목격한 시민들의 112 신고로 이뤄졌다.
앞서 A씨는 지난 12일 오전 1시38분쯤 제주 연동의 한 호텔 앞 길거리에서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도주했던 A씨는 약 3시간30분 만인 이날 오전 5시쯤 제주 건입동의 한 길거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피해자 B씨와 과거 1년 정도 사귄 연인 관계였으며, 올해 8월쯤 헤어졌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 동기로 “받을 돈이 있었으나 피해자가 자신과의 만남을 피하고 스토킹 신고를 해서 범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피해자의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고, 이를 피해자에게 받으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한 달 전 일상적인 용도로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범행 당일 차량 뒷좌석에 보관해 두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B씨는 사건 발생 전 A씨를 상대로 총 4차례에 걸쳐 스토킹 및 교제 폭력 피해를 신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전 연인이 집을 찾아와 나가지 않는다” “계속 연락한다”는 내용의 스토킹 신고 2건, 올해 3월 성폭력 신고, 올해 5월 “직장으로 찾아와 일을 못하게 한다”는 내용의 교제 폭력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난해 신고 당시 B씨가 가해자와의 현장 분리만 희망하고, 사건 접수를 원하지 않아 현장 종결했다”면서 “올해 3월 신고에서도 피해자 주거지를 방문해 피해 진술을 설득했으나 가해자와 화해했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처분 불원서를 제출해 사안이 종결됐다”고 설명했다. 5월 신고 역시 사건 접수를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5월26일 별도 면담을 통해 사건 처리를 거듭 설득했으나 끝내 수락하지 않았다”면서 “이후 정기 모니터링 과정에서 피해자를 설득한 끝에 9월16일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신고 시스템에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9월22일에는 호신용 경보기를 지급했다.
당시 제주서부서는 B씨를 관계성 범죄 위험도 B등급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었다. B등급은 1년에 2회 이상 관계성 범죄 피해가 접수된 경우로, 경찰에서 2개월에 1회 정도 피해자의 안전 여부 등을 모니터링 한다. 경찰은 모두 14회에 걸쳐 대면 및 전화 모니터링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 대한 접근 금지 등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이유 역시 피해자인 B씨가 원하지 않아 사건이 현장에서 종결 처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아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지만 경찰은 “스토킹 신고에 따른 피해자 진술조서와 같은 객관적 자료가 필요한데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 진행할 수 없었다”면서 “단순 사건 발생 보고나 신고 내역만으로는 사건 접수와 진행은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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