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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17, 2026

천재 프로그래머 제프 딘 취재, ‘삽질’로 얻은 ‘AI 근육’ [두런두런 AI 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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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주현 기자는 올봄부터 사람과디지털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그동안 취재 현장에서 좀체 접하지 못했던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죠. 첫 취재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이세돌-알파고 대국 10주년 기념 특별대담이었습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사적 바둑 대결을 소재로 한 소설 ‘먼저 온 미래’를 재밌게 읽은 터라, 이세돌 9단의 얘기를 직접 듣는 기쁨이 컸습니다. “이제 인간은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한계에 빠진 인간을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있다”는 이세돌 9단의 말엔 뭔가 짙은 페이소스 같은 것이 느껴졌죠.

지난주에도 유명인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천재 프로그래머, 제프 딘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에이아이(AI) 학술대회 지식발견·데이터마이닝 국제학술대회(KDD)에서 기조연설을 한다는 거예요. 주최 쪽에 알아보니 강연은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뉴스가 떴습니다. 제프 딘이 27년간 일했던 구글을 떠나 ‘디스커버리 루프’라는 새 회사를 차린다는 거예요. 바로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왜 구글을 떠나는지, 뭘 할 건지 직접 들을 기회를 놓칠 순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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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KDD가 열린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입구엔 강정마을 활동가 한 분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학살용 에이아이를 중단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환하게 웃으며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11일 KDD가 열린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입구엔 강정마을 활동가 한 분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학살용 에이아이를 중단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환하게 웃으며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분야 전문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니 에이아이 전문 용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질 게 뻔했습니다. 한국어로도 이해하기 힘들 텐데 영어라니, 이런.

11일 강연을 앞두고, 이주현 기자는 2개의 핸드폰을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동시통역용, 또 하나는 녹음용이었죠. 챗지피티에 물어보면서 차근차근 실행해봤죠. 갤럭시 휴대폰에 내장된 통역앱은 듣기 모드와 대화 모드가 있어요. 기본은 영어로 설정돼 있는데 언어를 추가하면 해당 언어의 음성인식·번역·음성 출력에 필요한 ‘언어팩’을 다운로드받으면 됩니다. 강연을 들어야 하니까 듣기 모드로 설정했습니다. 예전에 쓰던 휴대폰은 녹음용으로 가져갔습니다. 테스트해보니 한 휴대폰으로 통역앱과 녹음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었어요. 강연을 들으며 통역을 참조해 핵심 키워드를 노트북에 담고, 녹음 파일은 강연 뒤 클로바노트로 풀어 확인할 요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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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KDD 행사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내부. 이번 대회엔 35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곳곳에 마련된 원탁에서 참가자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말을 트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1일 KDD 행사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내부. 이번 대회엔 3500여명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곳곳에 마련된 원탁에서 참가자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말을 트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프 딘은 어땠느냐고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사회자가 소개하자 티셔츠 차림의 제프 딘이 나타났습니다. 구글 창립 이듬해인 1999년 ‘30번째 사원’으로 입사해 구글이 19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전세계 순이익 1위(매출 기준 8위·2026년 기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혁혁한 공로를 세운 컴퓨터 과학자. ‘에이아이(AI)의 주요 트렌드: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앞으로 무엇이 중요해질 것인가’를 주제로 한 이날 연설은 제프 딘이 구글에서 어디까지 해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얘기하는 자리였습니다. 27년간 강도 높은 연구를 계속해왔을 텐데도, 달리기·자전거로 출근하고 요가·헬스·축구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고 있어선지 날렵하고 강건한 인상이었습니다. 강연의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주현 기자가 쓴 기사를 참고하면 됩니다.

그럼, 취재는 어떠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역앱과 녹음 내용은 엉망이었습니다. 최대 4300명까지 들어가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에서 강연이 진행됐기 때문에 소리가 울렸고 제프 딘이 말을 빠르게 해서인지 제대로 받아적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녹음 파일을 클로바노트로 풀어서 대조해봤더니 차이가 크게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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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the Kennedy community, Jeff represents a real connection of scientists, scientific thoughts and human scale

케네디 커뮤니티에서 제프는 과학자들, 과학적 사고, 그리고 인간 규모의 진정한 연결을 상징합니다. (통역앱)

Its impact spend both the research and the real world systems used by billions of people for the city community you have represents a real comination of scientific depth and human scale and the lasting real world impact. (녹읍앱)

왜 난데없이 city community, Kennedy community가 나오는 걸까요?

클로드와 챗지피티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주현 기자는 강연 전에 클로드에 제프 딘 강연 프로젝트를 만들고, ‘컨텍스트’에 제프 딘 관련 기사와 참고 자료를 넣어둔 상태였죠. 컨텍스트 소스에 통역앱본과 녹음앱본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맥락에 가깝게 원문을 추정해달라고 했습니다.

Its [His] impact spans both research and the real world systems used by billions of people. For the KDD community, Jeff represents a rare combination of scientific depth and human scale, and lasting real-world impact. (클로드)

His impact spans both research and real world systems used by billions of people. For the KDD community, Jeff represents a rare combination of scientific depth, human scale, and lasting real-world impact. (챗지피티)

네, 그렇죠. ‘KDD community’였던 겁니다. 케이디디 학회를 매년 찾아오는 연구자·업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던 거죠. 강연 초반부터 이랬는데,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튀어나왔어요.

결국 클로드로 통역본과 녹음본 2가지를 종합해 최대한 원문을 추정해달라고 했습니다. 3시간 반이 걸려서야 원고지 200자 기준 11매 기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비행기 출발시각이 촉박했습니다. 택시 기사님에게 애원하며 겨우겨우 제때 당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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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쉽고 정확한 방법은 없었을까요? 처음부터 챗지피티, 제미나이, 클로드로 동시통역을 시켰다면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짧은 시간이라면 효율적이었지만 1시간 반에 가까운 통역은 안정적이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요금제 등에 따라 상한 시간이 있고(챗지피티), 연속으로 음성 데이터가 입력되면 연산 부하를 줄이려고 자동 종료될 수도 있고(제미나이), 사용량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클로드). 결국, 이주현 기자가 쓴 방법대로, 통역앱과 녹음앱을 함께 사용한 뒤 녹취 파일을 에이아이로 번역·확인하는 것이 가장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11일 아침 서귀포의 하늘. 콩 볶아 먹듯 기사를 쓰고 오느라, 바다도 제대로 못 봤습니다. 흑흑.
11일 아침 서귀포의 하늘. 콩 볶아 먹듯 기사를 쓰고 오느라, 바다도 제대로 못 봤습니다. 흑흑.

제프 딘은 ‘과학·공학의 자동화’로 더 빠르고 더 많은 발견을 해나갈 거라고 말하던데, 이를 한국어 기사로 옮기는 방법은 이렇게 삽질을 할 수밖에 없군요. 하지만 에이아이가 없었다면, 에이아이 과학자의 강연을 기사로 쓸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네요. 아마 비행기 표를 취소하고 눌러앉아 어설픈 영어 문장을 한줄 한줄 읽어가면서 끙끙댔겠죠. 하지만 뭔가 꺼림칙함이 남았습니다. ‘의미 없는 삽질은 없다’는 것이 이주현 기자의 인생 신조거든요. 삽질의 강도에 의미가 비례하는 건 아니겠지만, 삽질의 진정한 효용이란, 그 노력을 몸과 마음에 새기는 체화의 과정에 있거든요. 아무튼, 앞으로 이주현 기자는 디스커버리 루프가 내세우는 ‘인류의 공익’이 무엇인지 꾸준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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