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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29, 2026

대주주가 회사 팔 때 내 주식은 왜 ‘찬밥’일까? [지배구조 이야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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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내건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1 년여를 지나며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세 차례 상법 개정으로 제도의 뼈대는 섰지만, 개혁이 성공하려면 일관된 정책 추진과 함께 기업과 시장에 올바른 규범과 관행이 뿌리내려야 한다. 그 힘은 결국 투자자의 지지와 참여에서 나온다.

그러나 지배구조는 여전히 어렵고 먼 이야기로 여겨진다. 지배구조는 투자자의 이익에 직결되고, 나아가 기업가치 제고와 국가경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문제다. 이 연재는 지배구조 이슈를 투자자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풀어내고, 올바른 개혁 방향을 모색한다.

내가 주식을 산 회사가 팔린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새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시세보다 70% 넘게 비싸게 샀다고 한다. 내 주식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일 수 있다. 심지어 주식을 팔고 싶어도 받아 주는 사람이 없고, 주가는 오히려 힘이 빠진다.

■ 애경산업 vs 더존비즈온

올해 3월 애경산업의 일반주주 2만2000여명이 실제로 겪은 일이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에이케이(AK)홀딩스 등 최대주주 쪽 지분 63%를 약 4400억원에 사들였다. 주가 대비 70%가 넘는 웃돈이 붙었다. 하지만 나머지 지분 30%를 가진 일반주주는 주식을 팔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인수 뒤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기회손실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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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로 전에 더존비즈온의 일반주주 2만7000여명은 전혀 다른 일을 겪었다. 사모펀드 운용사 이큐티(EQT)파트너스는 2025년 11월 더존비즈온의 1·2대 주주 지분 38%를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약 28%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후 이큐티는 법적 의무가 없는데도 나머지 일반주주 지분 58% 전부를 같은 가격에 사겠다고 나섰다. 약 2조원이 더 들었지만, 소액주주 보호 명분을 살리며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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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는 모두 지배주주가 바뀌는 지배권(경영권) 거래가 일어났다. 하지만 일반주주의 처지는 천당과 지옥처럼 갈렸다. 한쪽은 일반주주가 지배주주와 프리미엄을 공유했지만, 다른 쪽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새 인수자가 나머지 일반주주의 지분을 같은 값에 사느냐, 안 사느냐로 주식 계좌의 운명이 바뀌었다.

국내외 18개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9월30일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회 정무위원회가 마련한 ‘50%+1주’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안의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외 18개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9월30일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회 정무위원회가 마련한 ‘50%+1주’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안의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지배권 프리미엄과 주주평등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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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지배주주가 되어 경영할 수 있는 권리에는 웃돈이 붙는다. 이를 지배권(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회사 인수는 대부분 지배주주 지분만 따로 사고파는 주식양수도 방식이다. 이창민·최한수 교수가 2014~2018년 거래를 분석해보니, 인수자가 10% 또는 20% 이상 확보한 거래의 프리미엄은 평균 46~68%에 달했다. 시세가 1만원이면, 1만4600원~1만6800원에 샀다는 의미다. 수천억원 내지 수조원에 달하는 지배권 프리미엄은 대부분 지배주주가 독식한다. 전체 주주의 99%에 달하는 일반주주에겐 ‘그림의 떡’이다.

상법의 대원칙은 주주평등이다. 주식 한주에 의결권 1개, 주식 수에 비례한 배당은 모두 이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누가 가졌든 같은 주식은 같은 값에 거래된다. 그런데 회사의 지배권이 팔리는 순간에는 이 원칙이 사라진다. 같은 주식인데 지배주주 것만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지배권 프리미엄이 최대 60%대로 미국(34.7~39.7%), 독일(30.2~36.9%), 싱가포르(20.0~29.2%)보다 높은 것도 지배주주가 일반주주 몫까지 가져간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지배주주로서는 내 주식을 누구에게 얼마에 팔든 무슨 상관이냐고 주장할 수 있다. 사적 거래에 정부나 국회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훈 경북대 교수는 10월2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한 ‘이사 충실 의무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세미나에서 “지배주주가 지분을 팔려면 인수자의 실사를 위해 회사 내부정보를 보여 주고, 임시주총을 열고, 이사를 바꾸는 등 회사의 권한과 자원이 동원된다”며 “회사 자원을 썼으면 그 대가는 모든 주주가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지난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최한 ‘이사 충실 의무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국 브이아이피(VIP) 자산운용 대표, 이종은 법무법인 넥서스 변호사, 이상훈 경북대 교수, 김순석 전남대 명예교수,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지난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최한 ‘이사 충실 의무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국 브이아이피(VIP) 자산운용 대표, 이종은 법무법인 넥서스 변호사, 이상훈 경북대 교수, 김순석 전남대 명예교수,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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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스탠더드 의무공개매수제

의무공개매수제는 지배권을 얻는 인수자에게 일반주주 주식도 지배주주와 같은 조건으로 공개매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주주평등대우 원칙을 구현하는 장치다. 모든 주주가 프리미엄을 공유하게 된다. 새 지배주주와 함께하기 싫은 주주는 웃돈을 받고 떠날 수 있다. 함께 하고 싶은 주주는 그냥 남으면 된다.

영국·유럽연합(EU)·일본 등 전세계 40여개국이 이미 시행 중이다. 대부분 (지배주주 이외 일반주주가 보유한) 나머지 주식 100%를 사주는 게 원칙이다. 법적 의무가 없는 미국도 이사회가 주주이익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무겁고 집단소송이 활발한 영향으로, 인수자가 자발적으로 주주 전체의 지분을 사겠다고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해외에서는 이런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킨다.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기업 하만을 인수할 때 주주 구분 없이 같은 가격에 지분 100%를 샀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면서, 국내에서는 지배주주 지분만 사는 반칙을 저지른다”며 ‘이중 스탠더드’를 꼬집었다.

의무공개매수제가 기업 인수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지배권 프리미엄이 고정돼 있다는 가정부터 틀렸다고 지적한다. 인수자는 사야 할 주식이 많아지면 부담이 커지니 웃돈을 깎으려 할 것이다. 지배주주도 비싼 값만 고집하면 거래가 무산될 수 있으니 양보할 수밖에 없다. 협상으로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구조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 등이 의무공개매수제를 도입한 37개국을 분석한 결과, 제도 도입 뒤 프리미엄은 평균 60%에서 23%로 대폭 줄었다.

우리나라도 1997년 의무공개매수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청으로 1년 만에 폐지했다. 구조조정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외환위기를 졸업한 뒤에도 제도는 복구되지 않았다. 2024년 22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위해 9건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부분 남은 주식 100%를 사는 안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025년 대선에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를 근절하는 과제 중 하나로 이 제도의 도입을 공약했다.

■ 반쪽짜리 ‘50%+1주’ 정무위안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9월17일 9건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하나로 정리한 대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인수자가 지분 25% 이상을 사서 최대주주가 되면, 기존 취득한 지분을 포함해 ‘50%+1주’까지만 공개매수하면 되는 내용으로 후퇴했다. 법안은 열흘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처리 속도가 전광석화 같았다.

코스피200 기업 가운데 지배주주가 있는 186개사의 평균 지배주주 지분은 44.3%다. 정무위 대안대로라면, 새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산 뒤 일반주주 지분 55.7% 가운데 ‘5.7%+1주’만 공개매수하면 법적 의무가 끝난다. 일반주주 지분 중 10분의 9(지분 50%)는 주식을 팔 기회를 얻지 못한다. 애경산업 사례처럼 이미 50%를 넘게 샀다면, 추가 공개매수 의무가 아예 없다.

국회 정무위 대안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선행매수’이다. 인수자가 지배주주 주식을 먼저 사고 남는 한도만 일반주주에게 산다. 같은 주주인데 지배주주는 줄 서지 않고, 일반주주는 줄을 서야 하는 차별적인 구조다. 또 하나는 ‘부분매수’이다. 인수자가 일단 ‘50%+1주’를 확보하면, 나머지 주식은 ‘찬밥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과반의 지배력을 확보한 인수자는 지배구조를 개선할 유인도 적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경제개혁연대는 “대통령의 공약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반쪽짜리 법안”이라고 했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보완하지 않으면 차라리 입법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도 9월30일 긴급 공동성명을 냈다. 차별을 없애겠다는 법이 오히려 차별을 합법으로 인정해주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식 저평가)를 더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월1일 법안의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뒤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 해법은 100% 의무공개매수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바람직한 개선 방안은 지배주주 지분 외에 남은 주식을 모두 사주는 ‘전부매수’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매수 범위는 일반주주 지분 100%로 하는 것이 제도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며 “기업 인수시장의 위축이 우려된다면, 독립적인 소수주주의 과반이 찬성하거나 ‘화이트 워시’(이해관계가 없는 주주들이 승인하면 의무를 면제하는 장치)를 거치면 예외를 허용(전부매수 면제)하자”고 제안했다.

자산운용사들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전부매수’가 최선이라고 말한다. 만약 정무위 대안대로 ‘부분매수’(50%+1주)를 고집한다면, 지배주주의 ‘선행매수’를 없애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지분 비율대로 나누어 사주는 ‘비례적 공개매수’(안분매수)를 하자고 제안한다. 지배주주가 40%, 일반주주가 60%를 가진 회사라면 인수자가 지배주주에게서 20%, 일반주주에게서 30%를 사는 식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여기에 독립적인 소수주주의 과반 승인을 조건으로 붙였다.

이상훈 경북대 교수는 “의무공개매수제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와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라는 개정 상법의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며 “독립된 이사가 공정한 가격, 동등한 매각 기회, 강압 없는 선택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얼마나 충족됐는지 검토해 공개매수 찬반을 결의하고, 매수 방식별로 차등적인 주주 승인 절차를 두자”고 제안했다.

■ 이건 내 계좌의 이야기

우리나라 개인 주식투자자는 1450만명에 달한다.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넘는다. 주식은 집과 함께 가계의 자산 형성과 노후 대비의 중심 수단이 됐다. 내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이 어떤 대접을 받을지는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정무위 대안을 다시 검토하라는 국민동의청원(청원인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이 지난 10월22일 5만명을 돌파해 국회 상임위 심사 요건을 채웠다. 지난 15일 청원을 시작한 지 불과 엿새 만이다. 2023년 공매도 청원, 2024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청원보다 속도가 빠르다. 나와는 크게 상관 없는 일로 여기던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나의 투자 수익에 직결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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