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팔 수 없어서 그냥 태워버렸던 옷들인데…패션 재고 ‘금맥’ 된 이유

패션업계에서 ‘팔리지 않은 옷’은 골칫거리다. 한 시즌만 지나더라도 유행이 달라지고 상품의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할인 판매를 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부 명품 브랜드가 브랜드 희소성 유지를 위해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불에 태우거나 폐기해 논란을 야기한 것도 이같은 구조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제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대기업의 판매되지 않은 의류와 신발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다. 패션업계에서 재고처리 문제가 화두가 되자 새삼 주목받는 시장이 있다. 남은 원단을 사고팔거나 재고 자체를 업사이클링 하도록 돕는 플랫폼들이다.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페인 스타트업 ‘레코보(Recovo)’는 패션기업과 공급업체가 보유한 데드스톡(제조사들이 사용하지 않은 고품질 원단)과 원사, 부자재 등을 다른 패션기업에 판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B2B 플랫폼이다.
플랫폼에서 기업과 소비자들은 소재와 색상, 원단 종류, 최소 주문량, 재고량, 가격 등으로 검색할 수 있다.
확인 가능한 상품들 중에 화이트 코튼·실크 보일은 1m당 4유로, 블루 데님은 2.4유로, 베이지 린넨·코튼 원단은 5.8유로 등에 판매되고 있다. 과거 창고에서 물류비나 폐기 비용을 발생시킨 원단에 가격을 매겨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 7월 19일부터 시행된 EU의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을 보면 대기업은 미판매 의류·의류 액세서리·신발을 폐기하는 대신 판매, 할인 판매나 다른 시장을 통한 처분, 기부, 수선·리퍼브·재제조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레코보는 최근 사업 영역을 넓혔다. 기존 데드스톡 거래뿐 아니라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재고 관리와 리커머스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브랜드가 보유한 남은 재고를 내부에서 다시 활용하거나 다른 수요와 연결하고, 판매가 끝난 상품은 중고시장으로 보내 새로운 매출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에스토니아 기반의 ‘Reverse Resources’란 업체는 남는 재고나 원단 거래를 위해 폐기물이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하고 어떤 소재로 구성됐으며, 어떤 업체가 이를 처리할 수 있는지를 연결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의류공장에서 폴리에스터 폐원단 10t이 발생했을 경우 지금까지는 이 물량이 어느 처리업체로 넘어갔는지만 관리하면 됐다. 그러나 달라진 규제환경 속 소재 종류와 품질, 발생량, 위치 등을 알아야 필요한 업체가 보다 정확히 거래할 수 있다.
폐의류를 다시 원료로 되돌려 새로운 옷을 만들기 위해 명품 브랜드 ‘샤넬’의 경우 재활용 회사를 따로 출범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만들어진 독립법인 ‘Nevold’가 대표적이다. ‘Never old’에서 따온 기업명이다.
Nevold는 샤넬이 진행하는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이 아니다. 샤넬에 따르면 Nevold는 천연 섬유와 가죽 소재의 순환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을 묶어 고품질 소재와 대규모 재활용 솔루션 개발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폐가죽을 가방과 신발의 구조적 부품으로 활용하거나, 재활용 실을 트위드에 적용하는 식이다. 재활용 소재와 새로운 소재를 결합해 명품 제조에 필요한 품질과 기능을 맞추는 것이 목표다.
국내 기업들도 변화에 발맞춰 대응하고 있다.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가 대표적이다. 코오롱FnC는 자사 재고 의류와 산업 소재 등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왔다. 지금까지 래코드를 통해 되살린 의류는 3만2211개에 이른다.
래코드 측은 “단순히 소비자가 입던 옷을 다시 판매하는 모델과는 다르다”며 “장기 재고를 해체하고 다른 디자인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9월 캐나다 루프 인더스트리와 협력해 폐의류를 다시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드는 T2T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기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가 주로 폐페트병을 원료로 삼았다면 T2T는 폐의류 자체를 다시 의류 소재로 돌리는 방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재고들을 쓰레기가 아니라 어떻게하면 재활용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라며 “면·울·캐시미어·실크·가죽 등 고품질 천연 소재는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재고 재활용은 미래의 원료 공급망을 확보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효성티앤씨
298020 KOSPI
311,500 ▼ 0.48%
효성티앤씨가 폐의류를 폴리에스터 섬유로 되돌리는 T2T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폐페트병 중심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달리 의류를 다시 의류 소재로 쓰는 섬유 순환 공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원료 공급망 확보가 장기적으로 소재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오롱인더
120110 KOSPI
54,200 ▼ 1.81%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가 재고 의류 3만2211개를 새로운 제품으로 되살렸습니다.
장기 재고를 해체하고 다른 디자인으로 재구성하는 순환 체계를 통해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소재 확보가 향후 원료 공급망 강화의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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