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는 하나, 주인공은 N명…요즘 세대의 생일 축하법
각자의 이름과 취향을 반영한 이른바 ‘우정 생일 케이크’가 바쁜 현대인의 일정과 SNS 공유 문화와 맞물리면서 2030세대의 새로운 생일 문화이자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듀케이크(@_dew.__.cake) 제공
지민, 수현, 민지… 분명 생일 케이크인데 이름이 하나가 아니다. 이름 수만큼 조각이 나뉘어 있지만, 전체 모양은 하나의 원을 이룬다. SNS에서 보이는 일명 ‘우정 생일 케이크’다. ‘쉐어 케이크’ ‘N분할 케이크’ 등 업체마다 이름과 형태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러 친구의 생일을 하나의 케이크에 담아 함께 축하한다는 점은 같다.
모두가 주인공인 케이크
우정 케이크는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선물하는 증표라기보다 친구들이 함께 즐기는 놀이처럼 소비된다. 직장인 강효주씨는 “다들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각자의 생일에 매번 따로 만나서 축하하기도 어려운데, 개인 톡을 주고받으며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부터 친구들끼리 이야기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함께 준비하는 시간이 생겼다”며 “케이크 하나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친구들끼리 추억을 만드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실용성도 이유다. 각자의 생일에 따로 약속을 잡는 대신 한 번의 모임으로 여러 기념일을 축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크 역시 여러 개를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이서현씨는 친구 세 명과 함께 네 사람의 생일을 한꺼번에 축하하는 케이크를 만들었다. 2월부터 7월까지 생일이 흩어져 있어 각자의 생일마다 모두 모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네 명이 함께할 수 있는 주말을 정해 ‘우리 생일 파티’를 열었다.
이씨는 “각자의 생일마다 따로 만나기 어려운 데다 케이크도 각각 준비해야 하는데, 한 번에 모여 여러 생일을 챙길 수 있어 효율적이었다”며 “기성품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네 개의 케이크를 따로 준비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정 케이크는 하나의 케이크 안에서도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사람 수에 맞춰 조각을 나누고 각 조각에 이름과 생일 날짜를 넣는다. 좋아하는 색이나 캐릭터, 문구도 사람마다 다르게 꾸민다. 하나의 케이크를 공유하면서도 각자에게는 ‘내 조각’이 생기는 셈이다. 롱타임노씨 케이크(@longtime__no_see_) 제공
하나지만, 각자의 조각이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소셜 빅데이터로 본 디저트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 2030세대에게 케이크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디저트로 소비된다. 호텔뿐 아니라 개인 베이커리와 주문 제작 업체에 대한 언급이 증가했고, 목적에 따라 디자인과 문구를 바꾸는 식의 소비도 늘었다.
우정 케이크는 하나의 케이크 안에서도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사람 수에 맞춰 조각을 나누고 각 조각에 이름과 생일 날짜를 넣는다. 좋아하는 색이나 캐릭터, 문구도 사람마다 다르게 꾸민다. 하나의 케이크를 공유하면서도 각자에게는 ‘내 조각’이 생기는 셈이다.
대학생 김유리씨는 “기존 생일 케이크는 주인공이 한 명이다. 케이크를 중심으로 ‘축하받는 사람’과 ‘축하하는 사람’이 구분된다”며 “그런데 이런 셰어 케이크는 그 경계가 흐려진다. 모두가 케이크의 주인공이 되다 보니 모두가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우정 케이크는 함께하기 위해 개인의 취향을 덜어내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케이크 안에 각자의 이름과 취향을 더해 서로 다른 개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같은 케이크를 공유하면서도 취향만큼은 각자의 것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신이슬 듀케이크 대표 역시 “요즘처럼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 개개인의 취향과 함께 축하해주는 행위가 공존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개성이 한 케이크 안에서 시각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은 SNS 환경과도 잘 맞는다. 케이크를 고르는 순간부터 완성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공유하는 과정까지 생일의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솜온 케이크(2som.on_bakes) 제공
특별한 케이크, 콘텐츠가 되다
각자의 개성이 한 케이크 안에서 시각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은 SNS 환경과도 잘 맞는다. 케이크를 고르는 순간부터 완성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공유하는 과정까지 생일의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최혜연 롱타임노씨 케이크 대표는 “레터링 케이크가 가진 희소성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가 섞여 인기를 끄는 것 같다”며 “특히나 함께 조각을 나누는 그 찰나를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나아가 생일을 축하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생일 당사자의 날짜에 맞춰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각자의 일정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생일 파티는 때로 여러 사람의 시간을 맞춰야 하는 또 하나의 일정이 된다. 그리고 그 만남 자체가 새로운 기념일이 된다.
김영한 라이프스타일 분석가는 “어쩌면 우정 케이크는 지금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가장 작고 선명하게 보여주는 물건인지도 모른다”며 “‘나’를 포기하고 ‘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나’를 그대로 둔 채 ‘우리’를 만드는 것, 생일 케이크의 모양이 달라진 데에는 그런 관계의 변화가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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