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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7, 2026

[신경과학 저널클럽]투명 물고기로 알아낸 ‘온몸 세포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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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과 교수

우리 몸의 많은 세포는 신경세포처럼 전기적 활성을 띤다. 비록 신경세포처럼 빠르게 신호를 주고받으며 복잡한 계산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의 다양한 기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들 세포의 활성을 몸에서 총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면 새로운 생명과학 지식의 원천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 자넬리아연구소의 버지니 루텐과 미샤 아렌스 박사가 구성한 연구진은 몸 전체 세포의 활성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홀리스틱’이라는 기술을 개발해 이 문제에 접근했다. 이를 위해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물고기인 어린 제브라피시(zebrafish)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전략을 썼다.

세포 내 칼슘 농도는 세포 활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지표인데, 연구진은 칼슘 농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형광 단백질을 어린 제브라피시의 온몸 세포에 발현시켰다. 그리고 번쩍이는 어린 제브라피시 전신을 특수 촬영 장비인 3차원 공초점 현미경을 통해 고해상도로 빠르게 촬영했다. 그 결과, 신경뿐만 아니라 근육, 간, 신장 등 온몸의 주요 세포를 구별할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거의 모든 세포가 초 단위로 칼슘 신호를 변화시키는 현상을 확인했다.

비슷한 패턴으로 변하는 세포를 묶어 분석하자 새로운 해부학적 지도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어린 제브라피시의 등 근육 중 머리에 가까운 부분은 꼬리 쪽 등 근육이 아닌 배 근육과 동시에 움직이는 모습이 확인됐다. 신경을 추적해 보니, 동일한 신경이 배 근육과 머리 쪽 등 근육에 나뉘어 연결돼 있었다. 이는 기존의 근육 해부학 분류를 새롭게 고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어서 연구진은 동물이 가만히 쉬고 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사람은 이럴 때도 뇌의 특정 네트워크가 활발히 움직인다. 어린 제브라피시의 온몸을 관찰한 결과, 후뇌(뒷골)와 척수 부위에서 수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는 패턴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신호를 내는 세포를 정확히 찾기 위해 조직을 투명하게 부풀려 크게 만드는 ‘조직 팽창 기술’을 썼다. 그 결과, 이 신호는 신경세포가 아닌 ‘뇌실막세포’라는 뜻밖의 부위에서 나오고 있었다. 뇌실막세포는 동물이 움직이지 않을 때 스스로 율동적인 변화를 만들어, 뇌와 척수 안을 흐르는 ‘뇌척수액’의 순환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스트레스에 대한 생명체의 반응을 보기 위해 저산소 상황의 어린 제브라피시를 관찰했다. 온몸에 변화가 일어났지만, 그중에서도 장 세포의 칼슘 신호가 크게 증가한 점이 두드러졌다. 이는 장으로 가는 혈류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산소가 부족한 비상 상황에서 뇌와 근육처럼 당장 산소가 급한 핵심 기관으로 혈액을 몰아주기 위한 몸의 반응으로 보인다.

장으로 가는 혈관이 수축하는 현상은 후뇌의 통제와 연결돼 있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빛으로 세포를 조절하는, 올해 노벨상 수상 기술인 ‘광유전학’을 사용해 후뇌의 활성을 억제했다. 그러자 저산소 상황인데도 장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지 않고 유지됐다. 이는 과거라면 여러 단계에 걸쳐 수년은 연구해야 했을 몸속 네트워크의 비밀을 한 번의 전신 현미경 관찰을 통해 통찰해 낸 놀라운 결과다.

우리 몸의 세포는 각자 자리에서 쉴 새 없이 개체의 생존에 기여한다. 지금까지는 한 번에 하나의 조직이나 장기에 집중해 연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온몸의 세포를 한눈에 관찰함으로써 그간 몰랐던 세포 간 긴밀한 조율 과정을 찾아냈고,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해부학과 생리학 지식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이런 기술이 다양한 생명체에 적용된다면 우리의 과학적 지식이 얼마나 더 폭넓고 획기적인 발전을 맞이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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