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쿠팡 문제·대미투자 지연, 한미 불협화음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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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제재와 대미 투자 지연 문제가 한국과 미국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게 한 원인이라며, 한국 정부가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조언이 나왔다. 한국의 대미 투자를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기업 투자를 대미 투자액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이 부러워할 정도의 대미 투자 합의를 끌어내는 등 한미 동맹은 표면적으로 상당히 좋은 상태였다”며 “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들이 늘 존재했고, 그것이 쿠팡과 대미 투자”라고 말했다. 여 석좌는 “한국 정부가 특별히 쿠팡을 엄격하게 대해 시범 케이스로 만들려 한 면도 있지만, 쿠팡 역시 사태를 필요 이상으로 악화시켜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 석좌는 “수백억, 수천억달러를 투자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 투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절차가 지연되면서 미국 쪽의 압박은 점점 거세졌다”고 말했다.
여 석좌는 미국은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가 반도체가 되길 원했지만, 한국이 에너지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1호 투자로 추진하고, 이어 지난 6월 호남 반도체 공장 건설 등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정부를 더욱 자극했다고 봤다. 여 석좌는 “미국 쪽은 한국이 자신들을 상대로 게임을 하려 한다고 느꼈다”며 “이것이 당국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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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석좌는 반대로 한국은 이재명 정부의 중점 추진 사업인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만 관심을 보였다는 게 미국 쪽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 행사에서 트럼프 정부 당국자가 이런 사실을 짚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며 “우리 연구소를 방문한 한국 쪽 인사들도 이 두 가지에 대한 질문이 매우 많았다”고 전했다.
여 석좌는 미국에서 한미 동맹 문제를 전담하는 총책임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양국 간 의견 불일치가 커지는 면이 있다고 봤다. 여 석좌는 “트럼프 정부가 지나치게 한국을 몰아붙여, 한국이 질린 나머지 미국과의 협력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우려된다”며 “이것은 양국 모두에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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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봤다. 여 석좌는 “미국 정부가 먼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기반시설을 조성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한 알래스카 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은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까지 두세 개의 대형 프로젝트로 방어하면서 시간을 번다면 막대한 대미 투자 압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문제에 대해서는 “쿠팡은 데이터 유출 건에 대해 벌금을 납부하고 사태를 일단락지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 역시 절차적 공정성을 보장해 미국 기업들이 무분별한 들이닥치기식 수사를 받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를 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 전략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지난 8일 만난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방문 선임연구원은 “당장 상업성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이 투자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양국 간 공급망과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투자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심광물이나 신기술 개발 같은 분야를 들며 “더 광범위한 전략적 관계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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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새로운 기술에 투자했을 때 그 기술의 사용권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양국 합의상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한국 기업이 해당 기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한다면 상당한 상호 이익의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어떤 분야에 투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1일 만난 라일리 월터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한미 관계는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중립적인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에선 안보와 경제가 다른 분야임에도 갑자기 같은 테이블 위에서 함께 논의되기도 한다”며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지원을 보낼 수 있다는 보도나 한국 정부가 미국 워싱턴에 조선 사업 관련 사무소를 개설했다는 점은 양국 간의 우려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월터스 연구원은 “다행인 점은 대만 티에스엠시(TSMC) 등의 사례를 봤을 때 기업의 대미 투자액이 정부의 투자 협정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삼성, 현대, 기아 등의 투자 발표를 3500억달러 투자에 포함시켜 목표를 채우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 싱크탱크와 한국 기자들의 만남은 한국 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이스트-웨스트 센터)가 주최한 한-미 기자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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