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 70만원 쓰면 8만원 환급…영암 상인들 월출페이에 함박웃음
지역화폐 월출페이로 가게 간 순환결제
기본수당도 월출페이로 지급··기부도 가능
배달플랫폼 ‘먹깨비’, ‘영암몰’에서도 사용
사회적 금융 사업 ‘천사펀드’도 주민 호응
지역순환경제 기본 조례 제정해 실행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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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청 앞에서 카페 ‘달품’을 운영하는 이건희(30) 사장은 ‘월출페이’로 한달에 120여만원을 쓴다. 이중 70만원으로는 달걀·과일 같은 카페에 필요한 먹거리 등을 구입하고, 50만원은 동네 식당 등에서 사용한다.
“영암에서 자영업하는 분들끼리 월출페이로 물건을 사면 매장은 결제 수수료가 면제되고, 캐시백으로 할인도 받으니까 좋죠. 이젠 카페에서 쓰는 식재료 등을 가급적 동네 가게에서 사려고 해요. 일석이조, 상부상조인 셈이죠.”
지역의 바위산인 ‘월출산’에서 따온 월출페이는 영암군의 지역화폐다. 통상적인 지역사랑상품권이 주민들의 지역 내 소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월출페이는 상인들이 번 돈을 지역 안에서 다시 쓰도록 하는 ‘가맹점 간 순환결제’ 기능을 더했다. 주민들이 지역화폐를 사용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이 지역 밖에서 거래한다면 돈이 외부로 나간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월출페이 카드나 지역 가맹점의 ‘정보무늬(QR) 코드’를 활용해 결제하는 방식은 다른 지역과 동일하다. 월출페이의 가맹점 간 순환결제는 월 최대 70만원까지 적용된다. 쓰는 사람은 12% 캐시백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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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이 영암지역사랑상품권을 월출페이로 재설계하며 다른 지역화폐와 차별화한 목표는 ‘지역순환’ 구조다. 영암군은 2024년 ‘지역순환경제 기본 조례’를 제정한 뒤 이듬해 1월 일자리경제과를 지역순환경제과로 개편했다. 2025년 3월 지역사랑상품권 애플리케이션 ‘착’(Chak)에서 분리해, 지역순환결제 기능을 넣은 월출페이라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마련했다.
‘영암형 지역순환경제’는 월출페이를 비롯해 농·특산물 유통, 복지, 금융 등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 배달 플랫폼 ‘먹깨비’와 지역 농·특산물 온라인 판매점 ‘영암몰’이다. 지난 2022년 7월 출시된 먹깨비는 가맹점 중개수수료가 1.5%로 다른 배달 플랫폼보다 낮다. 월 사용료·광고비·입점비도 없다. 영암군은 월출페이를 출시하면서 먹깨비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 규모도 늘었다. 지난해 4∼6월 4533건이었던 주문 건수는 올해 같은 기간 1만4202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5월 기준 영암 지역 가맹점은 536곳이며, 2026년 상반기 먹깨비 전체 결제액 가운데 월출페이가 차지한 비중은 약 66%다. 영암군은 올해 4월부터 영암몰에서도 월출페이로 결제해 지역 농·특산물을 살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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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은 이달부터 군 예산을 투입해 1인당 10만원씩 월출페이를 지급하는 농촌기본수당을 시작했다. 최진헌 영암군 지역순환경제과 주무관은 “돈이 순환하려면 실제 사용하는 사람도 많아져야 한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가맹점 숫자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촌기본수당이 주민의 소비를 일으키는 마중물이라면, 먹깨비와 영암몰은 월출페이가 흘러갈 물길을 넓히는 장치다.
지역순환경제는 복지 영역으로 이어진다. 영암군은 올해 1월 주민들의 기부를 위기 가구의 생활비로 연결하는 ‘온돌저금통’을 시작했다. 월출페이 애플리케이션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사연을 보고 기부하면, 모인 성금은 해당 주민에게 월출페이로 지급된다. 올해 모금액은 약 1000만원이다. 영암 사람들의 선의가 월출페이로 모여,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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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페이와 별도로, 돈이 도는 방식도 있다. 사회적 금융 사업인 ‘천사펀드’다. 영암군과 영암신협, 사회적협동조합 영암지역네트워크가 운영하는 금융복지 사업으로, 주민과 지역기업·단체 등이 낸 기부금을 바탕으로 영암신협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주민에게 긴급생활자금을 빌려준다. 가구당 최대 500만원을 무이자·무담보·무보증으로 빌릴 수 있고 원금은 5년에 걸쳐 나눠 갚는다. 상환금은 다시 다른 주민에게 빌려주는 재원으로 활용된다.
월출페이와 온돌저금통, 천사펀드는 재원·작동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지역 안에서 돈과 자원을 순환하려는 시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영암군은 소비와 유통, 복지와 금융까지 여러 사업을 촘촘한 그물망처럼 한데 엮어왔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에서 경제 영역 지역순환경제형 최우수 지역으로 선정됐다.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 유형 중 하나인 ‘지역순환경제형’은 지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지역 안에서 거래되고, 재투자되며 주민과 마을·지역공동체의 자산으로 이어지는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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