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10년…해마다 54만명꼴로 폭염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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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파리협정’ 체결 이후 전세계에서 한해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연평균 54만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전보다 36% 늘어난 것이다. 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인류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기후변화를 공식적인 ‘세계 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하라”고 촉구했다.
27일(현지시각) 기후변화가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평가하는 ‘건강과 기후변화에 관한 랜싯 카운트다운’(랜싯 카운트다운) 10차 보고서가 출간됐다. 랜싯 카운트다운은 2016년 파리협정과 함께 출범한 국제 다학제 공동연구 프로젝트로다. 올해 보고서는 파리협정 10년이 지난 현재, 기후변화 대응의 부진이 건강·보건 문제에 어떤 악영향을 일으키는지 살핀다는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피해는 파리협정 발효 이후 10년(2016~2025) 동안 이전 10년(2006~2015)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는데, 이는 기후 대응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보고서가 분석한 54개 지표 가운데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은 폭염 관련 사망자 수의 증가 추이다. 파리협정이 체결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해마다 평균 54만800명이 폭염과 관련된 원인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이전 10년간 사망자 수(39만8400명)보다 36%가량 늘어난 것이다. 폭염 관련 사망자 중 ‘인위적 기후변화’ 때문에 숨진 것으로 분석된 사망자 비율도 55%(21만9100명)에서 68%(36만9940명)로 늘었다. 분석 기간에 가장 더웠던 해인 2023년에는 폭염 관련 사망자 수가 71만명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은 수다. 종합적으로 볼 때, 2016~2023년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관련 사망자 수는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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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더욱 빈번해지는 폭염과 가뭄,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의 변화는 질병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식량 안보를 위협하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가뭄 영향을 받는 전세계 육지 면적은 2006~2015년에 견줘 2016~2025년에 7배 이상 더 빠르게 늘어다. 지난해에는 전세계 육지 면적의 51.8%가 최소 한달 이상 가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폭염으로 발생한 잠재적 노동시간 손실은 전세계적으로 5730억 시간에 달해, 1조700억달러의 소득 손실로 이어졌다.

문제는 가난한 나라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폭염으로 인한 소득 손실의 경우, 국가별 개발 정도를 나타내는 ‘인간개발지수’(HDI)가 ‘낮음’인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었다. 반면 ‘중간’ 국가들은 3.7%에 그쳤고 지수가 ‘높음’이거나 ‘매우 높음’인 국가는 손실이 각각 1.4%, 0.5%에 불과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국가일수록 기후변화 대응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보고서는 “그 노력이 지체되고 있어 기후재난의 영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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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다만 파리협정의 성과가 일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예컨대 2016~2025년 전세계 청정에너지 투자는 7.2%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화석연료는 5% 감소했다. 덕분에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5.5%에서 13.5%(2023년 기준)로 늘었다. 그러나 전세계 에너지 공급의 80.7%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기대고 있으며, 전체 에너지 수요의 증가가 재생에너지 공급의 증가를 압도하면서 2024년 에너지 관련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기후변화협약 규정에 따른 개발도상국들이 보건 분야의 ‘적응’(피해를 미리 막는 것)을 위해 필요로하는 자금은 최소 연간 33억달러인데, 2024년 확보된 자금은 그 3분의 1에 불과한 11억달러에 그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보고서는 “지난 11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시기였으며,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인해 ‘1.5도’(지구 기온 상승 폭)라는 임계치를 넘어서는 것을 사실상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인류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한계치를 넘어서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이어 “기후변화를 공식적인 ‘세계 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전지구적 협력·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기구를 마련해 각국 정부가 모든 기후 관련 결정의 중심에 보건을 두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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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시급하고 공정한 감축, 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대출이 아닌 보조금 형태로 제공되는 보건 분야의 기후 재정 지원 등을 우선적인 과제로 꼽았다. 랜싯 카운트다운 이사회의 의장인 헬렌 클라크 전 뉴질랜드 총리는 “부족한 것은 증거가 아니라, 이에 대응할 정치적 의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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