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때리기로 성공할 수 없다 [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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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통령들은 고집불통이다. 지적과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출된 대통령들도 대개 다 그랬다.
본래 소신이 강하고 고집 센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인지,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변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쩌면 둘 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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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도 고집이 무척 세다. 다른 사람의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그랬는데 대통령이 된 뒤에 더 심해진 것 같다. 자수성가한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 웬만한 수준이면 국민이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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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에스엔에스(SNS)다. 이재명 대통령의 에스엔에스 사랑은 유별나다. 너무 많다. 새벽에도 올린다. 잠을 언제 자는지 궁금하다. 표현도 거칠다. ‘게이트키핑’을 거쳐서 올리는 것인지, 즉흥적으로 혼자 올리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여러 논객이 “에스엔에스를 줄이고 시스템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든 언론 기득권자들이 나서 저를 고립시키고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로 음해하며 공격할 때 저와 국민을 연결해 진실을 알리고 저를 살려준 것도, 저를 지금의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것도 에스엔에스”라고 반박했다. ‘모든 언론 기득권자들’이 에스엔에스 중단을 요구한 것처럼 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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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국무회의 생중계다. 지난 2일 장관 10여명이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국무회의 생중계 범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고 한국일보가 15일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날 “국무회의 일부를 주권자인 국민께 공개하고 있는데 전부 비공개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무회의 생중계 축소 건의를 전부 비공개 요구로 왜곡한 것이다.
셋째, 공소청장 중대범죄수사청장 국무회의 참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청장 국무회의 참석 지시로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올해부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10월에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하면서 공소청장과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논란이 벌어졌다.
야당과 언론과 시민단체는 반대했다. 이들 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업무상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배석하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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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제미나이에게 물어봤다며 “공소청장 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고 반박했다. “중수청에 대한 지휘 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 “직무유기로 형사처벌 받을 범죄”라고 했다.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 훼손 우려를 대통령 지휘 감독 포기 요구로 왜곡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반박은 ‘허수아비 때리기’다. 허수아비 때리기는 상대의 주장을 비틀어 가짜 주장으로 만든 뒤 공격하는 논리적 오류다. 가짜 주장(허수아비)은 꺾을 수 있지만, 상대의 주장은 그대로 남는다. 허수아비 때리기로는 논쟁에서 이길 수 없다.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이다. 지나친 에스엔에스, 국무회의 토론 생중계, 공소청장 중수청장 국무회의 정례 참석은 머지않아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국민 피해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결국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 친여 성향 방송 패널들은 요즘 이재명 대통령을 방어하느라 고생이 심하다. 논리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와 출입 기자들이 지난 22일 논쟁을 벌였다. 기자들은 공소청장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에 대한 우려가 왜 위헌이냐고 따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래서 ‘위헌적 억지’라고 하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위헌과 위헌적 억지는 뭐가 다른 것일까?
친여 성향 방송 패널 중에는 “대통령이 재미 삼아 제미나이를 사용한 것”이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자신도 민망한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고집불통과 허수아비 때리기 대마왕은 사실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야당, 언론, 시민단체 등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종북반국가 세력으로 몰았다. 종북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계엄까지 했다. 종북반국가 세력은 물론 그가 만든 허수아비였다.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심해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고집과 허수아비 때리기를 보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을 걱정해서 그러는 것이다. 이래저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의 훌륭한 반면교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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