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할 사람 없었는데 바로 들어갔어야 했나···유족 “지휘관 대응 부족 탓”
‘17일 경기 부천의 한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관계기관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1명이 치료를 받다 끝내 숨을 거뒀다. 유족은 “내부에 구조할 사람이 없었는데도 초반이 무리하게 투입됐다”며 지휘가 적절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18일 경기도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부천 오정구 내동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초기 진압에 투입됐던 김진석 소방위는 급격히 확산된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당시 투입된 대원 4명 중 2명은 긴급히 대피했지만, 김 소방위를 포함한 2명은 대피하지 못하고 내부에 고립됐다 뒤늦게 구조됐다. 고립됐던 나머지 소방관 1명도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소방대원들이 내부로 진입할 당시 공장 내부에는 사람이 없었다. 공장 안에는 인화성 물질이 다량 보관돼 있었고, 큰 불길도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는 다량의 인화성 물질(제4류 위험물 중 제2석유류 추정) 용기 180여통이 발견됐다.
김 소방위의 유족은 대원들이 초기에 내부로 투입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이 언론에 공개한 메모에는 “내부에 (대원들을 투입할 당시) 이미 (공장 직원이) 모두 대피했다는 말을 들었다. 지휘자의 대응 부족으로 젊은 대원의 목숨을 앗아갔음”이라고 적혀 있다.
유족은 17일 빈소를 찾은 추미애 경기지사에게도 이런 문제를 강하게 항의했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해서 대책을 강구해달라”며 “이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죽고 나서 요란하게 하지 말고 살아있을 때 잘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일터에 나가고 퇴근을 하며 평범하게 사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힘든 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건물 내부에 구조할 사람이 없는데도 소방관이 투입됐다 순직하는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24년 1월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냉동식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에서는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원 2명이 순직했다. 당시 공장 관계자가 “내부에 사람이 없다”고 말했지만, 지휘부는 구조 대상자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해 내부진입을 지시했다. 빈 공장 안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대원 2명은 불길이 갑자기 커지면서 고립됐다 숨졌다.
2022년 경기 평택 물류창고 화재와 2021년 울산 상가건물 화재에서도 사람이 없는 곳에 투입됐던 소방대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김길중 한국소방노조 위원장은 “인명구조를 위한 초기 진입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소방대원이 현장 위험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안전조치를 취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대원들이 약 20분간 내부에서 화재진압을 하다 급격한 연소 확대로 중상을 입었는데, 이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면 현장에서 위험성을 파악하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 대원들은 공기호흡기 면체 착용으로 시야가 제한되고 지휘관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지휘관은 진입·철수 여부를 적시에 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과학수사팀을 포함해 33명으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이번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전담팀은 전날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유관기관(총 23명)과 함께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전담팀은 시너 내 톨루엔 성분이 기화하면서 발생한 유증기에 정전기나 미세전기, 마찰열로 인한 스파크가 튀면서 불이 붙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천 오정구 내동의 지상 5층짜리 건물 3층 공장에서는 지난 16일 오전 8시38분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김 소방위가 숨지고 다른 소방관 5명이 중경상을, 공장 관계자 2명이 부상을 입는 등 총 8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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