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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14, 2026

변창흠 전 국토장관 “주택 착공 목표, 직전 3년의 2~3배…달성 수단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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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이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이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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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87주 연속 오르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9·7, 1·29, 8·13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5년간 수도권에 149만1천호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했고, 지난달엔 공적주택 119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주거안정플랜’도 발표했다. 그런데도 2022~24년 주택 착공이 줄어든 여파가 ‘공급 절벽’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행정학과 교수)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거쳐 장관 재임기인 2021년 2·4 대책을 설계한, 진보 진영에서 드물게 ‘공급’을 현장에서 다뤄본 사람이다. 그는 현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목표는 의욕적인데 이를 달성할 특단의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빈 땅을 찾아다니는 대신 서울의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에 새로운 유형의 주택 모델을 만들어 “부담 가능한 적정 가격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전 장관을 지난 6일 서울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만났다.

― 진보 정부의 주택정책은 왜 번번이 실패한다는 평가를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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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집권하고 보면 집값 상승 국면이다. 하락기에 정권을 잡은 건 김대중 정부뿐이다. 그런데 이때는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었다. 세금을 완화하고, 수도권 규제 풀고, 분양가상한제도 없앴다. 반대로 군 출신 노태우 정부는 상승기였다. 이때는 진보처럼 토지공개념 3법이라는 강력한 규제를 했고,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토지공개념이 있었기에 신도시도 가능했다. 결국 우리 주택정책은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가격 상승기 정책이냐 하락기 정책이냐의 차이다.”

― 가격 상승기와 하락기 정책은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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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기엔 집값이 못 오르게 양도소득세·보유세 같은 세금을 강화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고, 대출을 규제한다. 급하면 대규모 택지 공급 확대를 발표한다. 1기·2기·3기 신도시가 다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락기엔 거꾸로 세 부담을 낮추고,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대출 규제를 풀고, 다주택자의 매입을 폭넓게 허용한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분양과 신규 공공택지 공급을 축소했다. 택지개발촉진법을 없애려 했고, 신규 공공분양 주택은 60㎡ 이하의 소형에만 하도록 제한했다. 예전엔 공공도 대형을 분양했는데, 지금 수도권에서 공공은 전용 85㎡ 이하만 분양한다.”

― 상승기엔 공급도 늘려야 하는데, 진보 정부는 도심 공급에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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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게 재개발·재건축이다. 원래 공급 확대 정책인데, 희한하게도 집값 상승기엔 규제가 더 심해진다. 투기가 주로 재개발·재건축 ‘분양 딱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공급을 늘려야 할 때 거꾸로 도심 공급을 줄이는 셈이다. 그러면 진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외곽에 대규모 신도시를 짓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서울의 주택을 원한다.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가 나는 거다.”

― 1기 신도시는 효과가 있지 않았나?

“1989년 4월27일 발표한 1기 신도시는 처음부터 강남 대체 신도시였다. 강남을 대체하려고 만든 게 분당이고, 강북엔 일산을 만들었고, 평촌·산본·중동까지 다섯 곳을 만들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바로 바깥에 바짝 붙였고 도로와 철도를 다 깔았다. 분당~수서, 분당~내곡 도로를 만들고 분당선도 놓았다. 그런데 너무 붙이다 보니 서울과 연접해서 개발되면서 교통혼잡과 주변 지역 난개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2기는 서울 도심에서 먼 곳을 지정했다. 동탄, 파주 운정, 검단, 오산 세교 같은 데다. 서울에서 40㎞ 바깥이다. 멀다 보니 인프라를 새로 깔지 못하고 기존 도로와 철도에 붙였다. 도로 몇십㎞를 새로 깔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기존 도로가 꽉 막혀버렸다. 대표적인 게 김포한강신도시다. 신도시 이미지가 너무 나빠졌고, 그 뒤로는 신도시를 발표해도 집값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됐다.”

― 3기 신도시는 서울에 훨씬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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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는 아예 그린벨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지역을 잘 모른다. 판교는 다 들어봤지만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부천 대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라 모른다. 창릉은 일산보다 훨씬 서울 쪽이다. 1기보다 더 가깝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데도 인식이 떨어진다. 2기 때문에 나빠진 신도시 이미지 탓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때 발표했는데도 집값에 영향이 거의 없었다.”

― 공사비 급등 등으로 사업이 계속 늦어진 영향이 더 크지 않나?

“그것도 있다. 1기는 1989년 4월27일 발표하고 그해 11월 분당 시범단지를 분양했다. 제가 그때 대학원생이었다. 1991년에 첫 입주를 했고, 1995∼96년엔 입주가 마무리됐다. 1988년부터 5년 계획이던 주택 200만호는 1992년에 초과 달성했다. 한 해 40만호씩 지은 거다. 그 전 평균이 24만호 정도였으니 엄청나게 밀어붙인 거다. 3기 신도시는 2018년 12월과 2019년 5월에 발표했다. 제가 2019년 4월29일 엘에이치 사장이 됐는데 가자마자 일주일 남짓 만에 발표됐다. 1기 속도라면 지난해쯤 입주가 끝났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단 한 곳도 입주하지 않았다. 올해 말 인천 계양에서 처음 입주한다. 그때보다 어마어마하게 늦어지고 있는 거다.”

― 왜 이렇게 늦어지나?

“인권 의식이 그만큼 높아졌다. 옛날 엘에이치가 갖고 있던 대집행권, 강제로 철거하고 집행하는 권한도 지금은 없다. 또 예전엔 개발 예정지가 대부분 나대지였는데 지금은 비닐하우스와 공장 같은 존치 시설이 많다. 이 시설과 종사자들을 대책 없이 철거할 수 없으니 대체 입지를 만든다. 그 대체 입지에도 또 다른 존치시설과 종사자가 있다. 그곳을 개발해 이분들을 옮겨드리고 나서야 땅이 확보된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엘에이치도 재정 여력이 없으니 보상을 빨리 못 했다. 신도시로 신속하게, 대량으로 공급한다는 두 목표가 함께 실현되기 어려운 거다.”

― 도심 공급에선 진보 정부가 어떤 모델을 내놨나?

“도심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진보적 모델이 사실상 없었다. 가격 상승기엔 도심에서도 공급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에 대한 모델이 없었다. 처음 나온 게 2020년 5·6 대책의 공공재개발이다. 그 전에 성남에서 엘에이치를 통해 재개발사업을 시작한 건 상당히 획기적이었다. 재개발사업을 하되 이주민을 위한 순환용 주택을 엘에이치가 미리 확보하게 한 거다. 당초엔 판교에 순환이주용 임대주택을 건설했는데 재개발이 늦어지자 엘에이치가 그 주택을 일반임대주택으로 전환해버려 큰 갈등이 벌어졌다. 그래서 이재명 당시 시장과 합의를 해서 위례에 2500여 세대를 다시 건축했고, 지금도 성남에서 재개발사업용 이주단지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기존의 공공 참여형 정비사업은 조합원 과반수가 요청하면 공공이 참여하지만 특별한 인센티브는 없었다. 5·6 대책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정부가 공공이 재개발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하고,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세금 감면, 금융 지원 같은 인센티브를 줬다. 그 전엔 제가 에스에이치 사장을 할 때도 에스에이치가 추진하던 재개발사업은 답십리17구역 딱 하나였다. 그걸 몇 년째 붙잡고 있었다. 지금은 에스에이치가 20곳 남짓, 엘에이치가 120곳 정도를 한다. 그때부터 달라진 거다. 소규모 정비사업에도 공공이 들어가게 됐다.”

― 정부는 9·7, 1·29, 8·13 대책을 합쳐 5년간 수도권에 149만1천호 넘게 공급하겠다고 했다. 주거안정플랜에선 2030년까지 공적주택 119만호를 공급하고, 장기 공공임대 재고를 2024년 193만1천호에서 250만호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가능하다고 보나?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은 건 상당히 의미가 있다. 지난해 6월 출범하고 석 달 만에 9·7 대책을 냈으니 문재인·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빨리 시작했다. 공급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목표도 상당히 의욕적이다. 9·7 대책은 수도권에서 연 27만호, 5년간 135만호를 착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이든 수도권이든 전국이든 인허가·착공·준공 통계가 2015~2016년 최고치에 견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파트·비아파트 할 것 없이 모두 급전직하이지만 비아파트가 특히 심하다.

9·7 대책은 두 가지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하나는 목표 기준을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바꾼 거다. 더 가시적인 성과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른 하나는 하향 추세인데도 직전 3년 평균의 2배에서 3배 가까이를 목표로 잡은 거다. 그런데 인허가는 행정 처리만 잘해도 늘릴 수 있지만 착공은 사업자가 착공계를 내야 한다. 정부가 임의로 할 수 없는 지표다. 그렇게 어려운 목표를 세웠으면 뭔가 획기적인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보이니 어떻게 공급목표를 달성하겠느냐는 회의가 있다. 획기적인 주택공급 목표설정은 필요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올해가 목표 설정의 첫해인데 상반기 실적이 기존과 비슷하다.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거다.”

― 서울은 올해 1~8월 인허가가 40.4%, 착공이 41.1%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40% 느는 정도로는 안 된다. 목표 자체를 2~3배로 잡아놨기 때문이다. 착공목표는 단기간의 노력으로 달성하기 상당히 어려운 지표다. 인허가가 먼저 있어야 착공이 나온다. 인허가는 노력하면 되지만 착공은 어렵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정부도 다양하게 노력은 하는 것 같다. 단지형 아파트는 공사에만 3년씩 걸리니 다세대·다가구·도시형생활주택 같은 비아파트를 적극적으로 늘리려 한다. 그런데 목표가 워낙 높으니, 무조건 달성하겠다고 말할수록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까 걱정이다.

대통령도 총리도 총력을 다하겠다며 주 단위로 점검하는데, 주택정책의 목표를 그렇게 설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몇 호 지었나, 몇 호 착공했나 일주일 단위로 체크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주택공급 시스템을 재설계해 주택 공급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고, 제도를 고치고, 모델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목표를 좀 다르게 설정하면 어떨까 싶다.”

― 사업자들이 착공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지금 공급이 급전직하하는 건 비아파트와 민간이다. 공공, 엘에이치는 과거 착공 물량을 유지한다. 그런데 민간은 통제하기 어렵다. 아파트 공급물량은 덜 떨어졌는데 비아파트 공급이 획기적으로 떨어졌다. 서울은 지난해 준공 기준으로 5만5천호가 지어졌다. 그런데 아파트가 5만호이고 비아파트는 5천호 남짓밖에 안 된다. 비아파트는 많을 땐 한 해 11만7천호까지 됐고 평균 3만~5만호는 됐다. 그런데 5천호다. 비아파트 공급은 금융과 디벨로퍼(개발사업자)가 작동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다세대·다가구를 어떤 금융 제도와 사업 시행 구조로 작동하게 할지가 재설계되지 않으면 당장 착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2배 이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아직 잘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엘에이치 의존도도 높다.

“9·7 대책 물량의 44% 정도를 엘에이치가 맡는다. 제가 계산해 보니 135만호 중 60만호 정도다. 그런데 엘에이치는 사장이 10개월 가까이 공석이었고 구조조정으로 인력도 줄었다. 최근엔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리하겠다고 한다. 너무 많은 과제를 맡겼는데 구조조정이 맞물려 있다. 그 목표를 다 달성할 수 있을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 대통령은 엘에이치가 택지를 민간에 팔지 말고 직접 시행하라고 했다. 엘에이치가 그런 경험이 적고 인력도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께서 과거 경험을 너무 믿으시는 것 같다. 성남시장 시절엔 택지개발촉진법 체계로 추진되었다. 엘에이치가 택지 중 20% 정도만 직접 공공주택 건설용으로 쓰고 나머지 택지는 감정가로 민간에 팔았다. 그 택지를 사서 주택을 분양하니 민간기업에 이익이 엄청 많이 남았다. 지금 신도시는 공공주택특별법으로 추진한다. 이 법은 사실상 개발제한구역 해제 특별법이다. 국민임대주택건설특별법, 보금자리주택특별법을 이어받은 법이다. 공공주택을 짓는다는 이유로 그린벨트를 예외적으로 풀어주는 대신 전체 공급의 50% 이상을 공공주택으로 건설해야 한다. 3기 신도시에선 엘에이치 몫이 60%대라고 들었다. 이미 엘에이치가 엄청 많은 비중의 택지를 활용하고 있는데 나머지까지 다 활용하라는 거다. 신도시는 서울 주택의 대체재다. 엘에이치가 다 지은 주택으로 서울 주택을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민간이 비싼 주택, 고급 주택, 특색 있는 주택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엘에이치 사업으로 민간사업자는 시공만 하라고 하면 설계도, 분양가도 자유롭기 어렵고 계속 관리를 받는다. 그런 주택은 서울 주택의 완전한 대체가 어렵다.”

― 대통령은 시공사가 개발이익을 과도하게 가져간다고 보는 것 같다.

“예전엔 ‘벌떼 입찰’이라고 해서 한 회사가 자회사나 하청회사를 30~40개씩 동원해 추첨에 넣었다. 40개를 넣으면 하나는 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건설업체가 많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 제도를 많이 고쳤다. 저도 엘에이치와 국토부에 있을 때 관여했고 이후 장관들도 보완했다. 지금은 벌떼 입찰이 거의 없고 개발이익이 편중되지 않게 제도가 개선됐다. 오히려 최근 민간 건설사들이 엘에이치에서 분양받은 택지 가운데 6조2천억원어치를 계약금을 날리면서까지 해지했다고 들었다. 지어봐야 돈이 안 된다는 거다. 현실이 달라졌다. 엘에이치가 지난해 적자를 냈는데 그 원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그거다. 생각보다 이익이 많이 안 생긴다는 거다.

또 도시 전체를 단일 업체가 설계하고 구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작은 단지는 몰라도 5개 신도시 전체를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다. 게다가 엘에이치는 재무적으로 매우 어렵다. 택지를 팔면 바로 돈이 들어오는데, 택지를 팔지 말라고 하는 순간 직접 건설해야 한다. 일부는 직접 짓고 일부는 민간에 맡기더라도 짓는 데 3~4년이 걸리고, 분양해야 건축비를 주고 남는 걸 가져간다. 돈이 더 오래 묶인다. 재무적으로 더 힘들어진다. 이것까지 고려하면 무리한 주문이 아니었나 싶다. 안타깝다.”

― 정부는 민간이 소극적이니 공공이 적극 나서서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접근법인 것 같다.

“대통령께서도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잡겠다고 거듭 말씀하신다. 그런데 공급은 단기에 이뤄지기 어렵고, 과거와 달리 즉각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정책 목표를 공급 확대에 두고, 공급 확대의 목적을 가격 안정에 두니 신속하게 대량으로 공급해야 하고, 결국 집값이 제일 많이 오르는 곳에만 공급하게 된다. 9·7 대책은 수도권만 대상 지역이다. 135만호가 다 수도권에서 공급된다. 지방엔 아무 계획도 없다. 그럼 지방엔 주택 문제가 없나? 그렇지 않다.

주택 문제의 본질은 집값 상승이 아니다. 주거 불안, 주거의 질 하락 같은 게 종합적으로 주택 문제다. 집값 상승, 그것도 특정 지역의 집값 잡는 것이 주택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정책 목표를 가격 상승 억제에 두는 순간 여러 왜곡이 생긴다. 집값이 높은 수도권에만 공급하게 되고, 단기간 공급이 어려운데 목표를 무리하게 잡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사람들은 ‘목표 달성도 못 하네, 결국 못 잡네’ 한다. 실패 확률이 높은 거다.”

― 공급만으로 집값을 잡기 어려운 이유는 뭔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 공급 부족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첫째, 세계적으로 주택이 금융자산화됐다. 어느 나라나 대도시는 대부분 그렇다. 둘째는 금리, 셋째는 유동성이다. 그 밖에 심리, 우리의 경우엔 수도권 집중이 영향을 미친다. 이것들이 결합해 집값이 결정된다. 다른 걸 놔두고 공급을 늘린다고 가격이 내려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급이 집값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고 본다. 공급 하나로 나머지를 통제할 수 없다. 금리를 대통령이든 금융위원회든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미국 금리, 환율, 증시, 경제 전반을 함께 봐야 한다. 유동성도 주택가격만을 보고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러니 공급 확대로 가격을 잡겠다고 설정하는 순간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실패가 된다. 그래서 주택정책의 목표를 가격 안정으로 잡으면 안 된다. 주거 불안 해소, 주거의 질 향상, 삶의 쾌적성, 주거권 보장처럼 폭넓게 잡아야 한다. 특정 지역 집값이 오른다고 주거 불안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그 동네는 오르면 올라라, 대신 우리는 그 가격을 부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하겠다, 지방에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 사람들이 스스로 내려가게 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오르는 곳에 집중적으로 지어 집값을 잡겠다고 했다가 안 잡히면, 수도권은 질이 더 좋아지고 지방은 더 나빠지고 가격은 더 오른다. 그러면 정책은 왜 했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참 아쉬운 부분이다.”

― 지방 주택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1일 나온 주거안정플랜은 공적주택 119만호 가운데 92만호, 77%를 수도권에 짓겠다고 했다. 나머지를 지방에 하겠다는 게 살짝 들어갔다. 지방정부와 지방공사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내용도 조금 나온다. 의미 있는 건 주택도시기금이 그동안 엘에이치에만 출자하고 지방 공기업엔 출자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지방 공기업에도 출자하기로 한 거다. 출자를 받으면 자본금이 늘어 부채비율이 떨어진다. 그런데 지방 공기업은 융자로 받으니 그게 다 부채가 된다. 빌려 쓸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지니 사업을 더 할 수 없다. 엘에이치는 자본금이 계속 쌓이는데 지방 공기업은 부채비율이 높아지니 임대주택을 안 짓게 된다. 이를 처음으로 개선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그나마 관심을 보인 게 그 정도다.”

― 공적주택 119만호를 지으려면 엘에이치와 지방 공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 내년 공공임대 예산은 29조9천억원으로 올해보다 8조6천억원 늘었다. 이 정도로 가능한가?

“주거안정플랜 자체엔 예산이 들어 있지 않더라. 공사비 등 변수가 있어 5년 치를 다 내놓지 않은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주택 예산은 크게 세 가지다. 국토부의 주택 부문 예산, 주택도시기금, 그리고 엘에이치가 택지·주택 개발이익으로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외국이라면 예산으로 할 일을 공기업이 하는 거다. 올해 정부 총지출이 727조9천억원인데 국토부 일반회계의 주택 부문 예산은 3조4780억원이다. 그중 주거급여가 3조2300억원이다. 그걸 빼면 2500억원 남짓 남는데, 그중 800억원가량이 한국부동산원에 위탁하는 주택 통계 예산이다. 주택 부문엔 사실상 예산이 거의 없는 거다.

국토부는 주택도시기금도 예산이라고 할 거다. 이번 공공임대 예산도 대부분 주택도시기금이다. 그런데 기금은 재정이 아니다.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으로 1.8% 정도의 금리로 조달해 출자·융자·투자·보증을 하는 돈이다. 정부가 넣은 돈이 있으니 일부 지원은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금이라 소진되면 안 된다. 보조금처럼 지원하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지금 기금은 여유가 많지 않다. 전세사기 대위변제 등으로 소진돼 활용 가능한 금액이 적다. 그러니 정부 일반예산을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 계속 기금에 기댈 수는 없다. 엘에이치도 그동안 개발이익으로 임대주택을 교차보조해 왔는데 지난해 적자였고 올해도 만만치 않다. 넘겨줄 돈이 별로 없는데, 그나마 엘에이치를 개혁한다며 쪼개면 넘겨줄 돈이 아예 없어진다. 엘에이치는 택지 개발, 보상, 주택 건설을 역대 최대 물량으로 감당해야 한다. 거기서 돈을 빼서 임대주택 수선·유지·관리·운영비를 조달할 여력이 없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세종대 교수)가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집현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그래서 ‘주거뉴딜’을 주장하나?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거뉴딜을 하겠다고 했다. 주거뉴딜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재정 활동을 하자는 거다. 다행히 올해 정부 초과세수가 60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를 미래대응기금처럼 장기적인 데 쓰려 한다. 위기 때는 위기에 직접 효과가 있는 데 돈을 써야지 너무 멀리 보는 건 맞지 않다. 뉴딜이라는 건 대공황기에 위축된 수요를 살리려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재정을 확대한 거다. 코로나 위기 때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 세 가지를 했는데 그때도 저는 주거뉴딜을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지방 주택에 100만호 정도를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엘에이치 사장 때부터 주장했고, 2·4 대책에도 두 쪽에 걸쳐 주거뉴딜 구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후속 대책으로 발표하려 했는데 제가 일찍 물러나면서 실행되지 못했다. 그때도 주택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주택 문제를 해결하고 유효수요를 창출했어야 한다고 본다.

너무 미래만 쳐다보는데, 지금이 제일 힘들다. 서울 집값이 87주 연속 오르고, 젊은이들은 전세금을 못 구해 어렵게 생활한다. 주택을 인프라로, 지역 발전의 핵심 계기로 보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한 번 만들면 몇십 년 간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인프라가 어디 있나. 여기에 수십조원을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반도체 초호황으로 4~5년간 추가 세수가 500조가량 급증할 테니 이 중에 100조 정도를 주택 공급에 투입하자는 전문가 제안도 나왔다.

“저도 주거뉴딜기금으로 100조원을 제안했다. 주택도시기금과 달리, 주거뉴딜기금은 적극적으로 교차보조도 하고 투자도 할 수 있는 거다. 수도권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도변경이나 용적률 상향과 같은 각종 인센티브를 주면 엄청난 이익이 생긴다. 인센티브 중 공공기여분의 일부를 기금이 출자하고 임대나 매각을 통해 회수하면 리스크가 거의 없이 기금을 확충할 수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결합하면 생애 주거복지 설계를 새로 할 수 있다. 그냥 주택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인생 설계를 새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자는 거다.”

― 생애 주거 설계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젊을 때 집을 사려면 자기 돈 말고는 대출받는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제 때문에 그것도 안 되고, 대출이 있으면 갚는 것도 힘들다. 그러면 미래의 국민연금을 미리 당겨 주택구입자금으로 출자해 주는 거다. 그러면 부채는 적으면서 집을 마련할 수 있다. 40~50대에 여유가 생기면 자기 지분을 점점 넓혀간다. 60대에 은퇴하면 주택연금으로 돌린다. 거기서 돈을 받아 안정적으로 생활하면 노후도 안정되고 주택 문제도 해결된다.

이제는 집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큰 의미가 없다. 부모와 자식이 같이 늙는다. 서른 살 차이인데 부모가 아흔까지 살면 예순 넘은 자식에게 넘겨주게 된다. 손자라면 몰라도 자식에겐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물려줄 게 아니라 인생 전체를 설계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주거뉴딜기금이 출자하되 출자 재원의 상당 부분은 수도권에서 생기는 이익에서 가져오자는 거다. 재건축부담금, 개발부담금, 그리고 역세권 같은 곳의 용도지역을 바꿔줄 때 생기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 용도지역을 바꿔줄 때 생기는 이익은 지금도 임대주택으로 일부 환수하고 있지 않나?

“지금은 용도지역을 바꿔주면 용적률이 200~250%에서 500%로 올라가기도 한다.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내놓게 돼 있다. 사업자가 그걸 지으면 공공이 예전엔 표준건축비로 사줬고, 반발이 크니 기본형건축비의 80%로 올렸다가 앞으로는 100%로 비용을 지급한다. 그래도 싼 거다. 건축비는 평당 1천만원 남짓인데 강남 시세는 7천만원, 1억원이다. 그 이익이 어마어마하다.

현금으로도, 공공시설로도, 임대주택으로도 받을 수 있는데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브랜드인 장기전세주택만 공급하라고 한다. 그런데 장기전세주택은 전세보증금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지도 못한다. 옛날엔 혜택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세가 20억원인 곳도 있다. 10억원을 가진 가난한 사람이 어디 있나? 시대에 맞지 않는데 고집한다. 차라리 일부는 10년 후 분양주택으로 만들고 리츠(부동산투자회사)로 운용하면 된다. 세입자가 전세나 월세로 살다가 10년 뒤 분양받게 하는 거다. 리츠로 만들면 현금이 10년, 20년 뒤에 나오니 작동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설계를 안 해서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거다. 용도지역을 바꿔주는 순간 특정인이나 특정 사업에 너무 많은 이익이 생긴다. 그 이익을 어떻게 나누고 공유할지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작동시키는 플랫폼을 만들고 초기 자금은 주거뉴딜기금 같은 데서 대면 된다.”

― 국민연금을 주택 마련에 쓰자는 아이디어는 예전에도 나온 적이 있다.

“그런 얘기는 있었지만 아직 제도화된 건 없다. 안정적인 구조라면 국민연금이 들어가도 충분히 작동한다. 젊을 때 집을 사려 하니 돈이 없고, 벌어서 사라고 하면 버는 사이에 늙고 집값은 올라버린다. 그러니 청년들이 너무 힘들다. 대출을 풀어달라고 하는데, 정부는 대출을 풀면 자금이 쏠리고 가계부채 위험이 커지니 안 된다고 한다. 그럼 돈 있는 사람만 집을 사고 청년들은 박탈감이 커진다. 직장이 있으면 나중에 받을 연금을 지금 출자해 주고, 자산이 형성되면 돌려받으면 된다.

수도권과 지방, 생애 전체를 함께 설계하고,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공유형 주택을 결합하는 모델을 만드는 게 진정한 의미의 주거뉴딜이다. 미국 뉴딜도 연방 차원에서 두 갈래였다. 처음엔 공공임대주택으로 시작했는데 한계를 드러냈고, 나중엔 중산층용 분양주택으로 갔다. 연방이 장기 모기지를 보증해 주면서 중산층 주택을 공급한 거다. 그게 미국 주택정책의 기반이 됐다. 뉴딜은 그렇게 주거 프레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도 그런 새로운 설계다. 열심히 지어라, 빨리 지어라, 많이 지어라가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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