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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번복의 비용 [한겨레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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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임광현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임광현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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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 정치팀장

“농지가 투기 대상이 돼버렸다. 헌법에 경자유전 원칙이 있음에도 온갖 방식으로 위반되는 상황이다. 다시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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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4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농지 전수조사에 속도가 붙었다. 5월 전국 단위 농지조사가 시작됐고, 8월 시행된 개정 농지법이 지자체 재량이던 농지 처분 명령을 ‘의무’로 바꾸면서 농민들 사이에서 농지 강제 처분과 땅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빗발쳤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일 명백한 땅 투기가 아닌 상속 농지, 고령농이 이웃·친척 등에게 맡긴 관행적 임대차 농지 등 5가지 유형에 대해서는 법 위반에 해당해도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공개 지시→부처의 정책 추진 속도전→번복’의 과정이 처음은 아니었다.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감면 상한을 낮추는 안은 이 대통령이 엑스(X)를 통해 여러 차례 강조했던 사안이었지만, 여당 내부에서 우려가 빗발치면서 철회된 바 있다. 공론화 과정을 거친 촉법소년 연령 기준 논의 또한 국무회의 대통령 공개 발언을 계기로 경로를 바꾸며 공회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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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500일을 넘어선 이재명 정부에서 정책이 뒤집히거나 땜질 수정되는 일이 잇따른다. 배경엔 이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과 ‘직접 소통’ 기조가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매주 국무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를 생중계로 공개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엑스로 정책을 직접 알린다. 탈권위와 직접 소통으로 국민에게 효능감을 주겠다는 취지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문제는 소통의 양이 늘어난 만큼 정책의 안정성이 따라오지 못했다는 데 있다. 대통령의 말은 곧 실행될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말이 뒤집히거나 부처 간 이견이 새어 나오면서 혼란이 커진다. 최근 ‘장관들의 국무회의 생중계 축소 건의’ 보도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2일 총리공관 만찬에서 일부 장관이 생중계의 부작용을 이야기하며 국무총리에게 건의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할 말이 있어도 (대통령 체면을 고려해) 생중계 중에는 참고 넘어가는 장관들이 많다”며 “설익은 정책이 추진되는 경우가 있다는 우려에 다수 장관이 공감했다”는 참석자 발언도 전해졌다. 실제로 여당 안팎에선 “전달할 메시지는 조금 다듬어서 설명했으면 좋겠다”는 생중계 회의론이 표출되고 있다.

‘생중계 축소 건의’ 보도 뒤 이 대통령은 18일 엑스에 “국민들께서는 다 환영하는 국무회의 일부 공개를 ‘공개회의라 국무위원들이 말을 못 한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공개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성숙 총리 역시 장관들이 생중계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실시간 공개에 따른 긴장감이 오히려 정책 책임감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담은 기사 댓글 창엔 “국민이 직접 내 눈과 귀로 국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들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굵직한 현안을 다루면서 토론 과정을 알려야 할 때만 해달라. 대통령이 국정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하는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장관들이 실제로 말을 아끼는지와 별개로, 생중계 회의가 정책 발표의 장처럼 인식되는 현실은 부작용이 적지 않아 보인다. 부처 간 조율이 끝나지 않은 사안까지 실시간으로 드러나면서, 투명성은 신뢰가 아니라 혼선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생중계를 접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진 않는다. 국정 논의 과정을 국민이 직접 볼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한 진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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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논의가 공개된 뒤 번복되는 상황은 정부 신뢰에 균열을 낸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닌 흔들리지 않는 방향이다. 소통의 횟수가 아닌, 소통이 주는 안정감이다. 번복의 비용은 정부만 치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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